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2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2장)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지키고 편안하고 담백하며 적막하면서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천지자연의 기준이며 지극한 도덕이다. 그 때문에 제왕과 성인이 그곳에서 쉰다. 쉬면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차례가 갖추어질 것이다.
마음을 비우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움직이게 될 것이니 움직이면 바라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고요하면 무위하게 될 것이니 무위하게 되면 일을 담당한 자들이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무위하게 되면 즐겁게 될 것이니 즐겁게 되면 근심 걱정이 머물 수 없는지라 수명이 길어질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지키고 편안하고 담백하며 적막하면서 하는 일이 없는 것은 만물의 근본이다.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남쪽을 바라보며 천하를 다스린 것이 요의 임금 노릇이었고,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북쪽을 바라보고 임금을 섬긴 것이 순의 신하 노릇이었다.
이것으로 윗자리에 머무는 것이 제왕과 천자의 덕이고, 이것으로 아래에 머무는 것이 깊은 덕을 가진 성인과 왕위 없는 왕자의 도리이다. 이것을 가지고 물러나 머물면서 한가로이 노닐면 강과 바다 산림 속에 숨어 사는 은자들까지 심복할 것이고, 이것을 가지고 나아가 세상 사람들을 어루만지면 공명이 크게 드러나 천하가 통일될 것이다.
고요히 멈추어 있으면 성인이 되고, 움직이면 제왕이 되고, 무위하면 존중받고, 자연 그대로의 소박을 지키면 천하에서 아무도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을 것이다.
[원문과 해설]
夫虛靜恬淡 寂漠無爲者 天地之平而道德之至
故帝王聖人休焉 休則虛虛則實 實者倫矣
(부허정염담하며 적막무위자는 천지지평이도덕지지라
고로 제왕, 성인이 휴언하나니 휴즉허허하고 허즉실이니 실자는 윤의니라)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지키고 편안하고 담백하며 적막하면서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천지자연의 기준이며 지극한 도덕이다.
그 때문에 제왕과 성인이 그곳에서 쉰다. 쉬면 마음이 비워지고 마음이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차례가 갖추어질 것이다.
☞ 염담恬淡 : 욕심慾心이 없고 담백淡白함.
☞ 허정염담虛靜恬淡 적막무위자寂漠無爲者 : ‘허정虛靜’은 ≪노자老子≫ 제16장에 나오고, ‘염담恬淡’은 ≪노자老子≫ 제31장에 나오며, ‘적막寂漠’은 ≪노자老子≫ 제25장에 나오는 ‘적료寂廖’와 같은 뜻. 정靜 한 글자를 여덟 자로 부연해서 분명하게 이해하기를 바란 것.
☞ 도덕지지道德之至 : 도덕의 지극함. 지至는 다시 더 보탤 수 없음.
☞ 허즉실虛則實 : 비워지면 채워진다는 말은, 바로 선가禪家에서 ‘이른바 참으로 빈 뒤에 有가 실재하게 된다’고 한 것과 같다,
☞ 실자윤의實者倫矣 : 채워지면 차례가 갖추어짐. 자者는 ‘즉則’, 우리말의 ‘…하면’에 해당. 윤倫자는 備자로 보는 것이 의미상 더 좋다. ‘실자비의實者備矣’는 아래의 ‘동즉득의動則得矣’와 협운이다.
虛則靜靜則動 動則得矣 靜則無爲 無爲也則任事者責矣
無爲則兪兪 兪兪者憂患不能處 年壽長矣
(허즉정 정즉동이니 동즉득의니라 정즉 무위하니 무위야즉임사자책의니라
무위즉유유니 유유자는 우환이 불능처라 년수장의니라)
마음을 비우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움직이게 될 것이니 움직이면 바라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고요하면 무위하게 될 것이니 무위하게 되면 일을 담당한 자들이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무위하게 되면 즐겁게 될 것이니 즐겁게 되면 근심 걱정이 머물 수 없는지라 수명이 길어질 것이다.
☞ 동즉득의動則得矣 : 움직이면 바라는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뜻.
☞ 무위야즉임사자無爲也則任事者 책의責矣 : 군주가 무위하게 되면 신하들이 일을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라는 뜻. 반대로 하면 신하들이 일을 책임지지 않고 군주에게 떠넘기게 되므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맥락이다. 이 부분은 한비자韓非子 주도主道편에서 “명군이 위에서 무위하면 여러 신하들이 아래에서 두려워할 것이니 명군의 도리는 지혜로운 자로 하여금 생각을 다하게 하고 …… 현자로 하여금 재능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한 내용과 아주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法家로부터 역수입한 권모술수적인 무위사상無爲思想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池田知久)
☞ 유유兪兪 : 즐거운 모양. 愉愉와 같다.
역주10 우환불능처憂患不能處 년수장의年壽長矣 : 근심 걱정이 머물 수 없는지라 수명이 길어질 것임. 처處는 머문다는 뜻.
夫虛靜恬淡 寂漠無爲者 萬物之本也
明此以南鄕 堯之爲君也
明此以北面 舜之爲臣也
以此處上 帝王天子之德也
以此處下 玄聖素王之道也
以此退居而閒游 江海山林之士服
以此進爲而撫世 則功大名顯而天下一也
靜而聖動而王 無爲也而尊
樸素而天下 莫能與之爭美
(부허정염담하며 적막무위자는 만물지본야라
명차하야 이남향하닌 요지위군야요
명차하야 이북면하닌 순지위신야라
이차로 처상하닌 제왕천자지덕야요
이차로 처하하닌 현성소왕지도야라
이차로 퇴거이한유하면 강해산림지사복이오
이차로 진위이무세하면 즉공대명현이천하일야리라
정이 성이오 동이왕이오 무위야지존이오
박소이천하 막능여지쟁미하나니라)
마음을 비우고 고요함을 지키고 편안하고 담백하며 적막하면서 하는 일이 없는 것은 만물의 근본이다.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남쪽을 바라보며 천하를 다스린 것이 요의 임금 노릇이었고,
이것을 분명히 알아서 북쪽을 바라보고 임금을 섬긴 것이 순의 신하 노릇이었다.
이것으로 윗자리에 머무는 것이 제왕과 천자의 덕이고,
이것으로 아래에 머무는 것이 깊은 덕을 가진 성인과 왕위 없는 왕자의 도리이다.
이것을 가지고 물러나 머물면서 한가로이 노닐면 강과 바다 산림 속에 숨어 사는 은자들까지 심복할 것이고,
이것을 가지고 나아가 세상 사람들을 어루만지면 공명이 크게 드러나 천하가 통일될 것이다.
고요히 멈추어 있으면 성인이 되고 움직이면 제왕이 되고 무위하면 존중받고,
자연 그대로의 소박을 지키면 천하에서 아무도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을 것이다.
☞ 남향南鄕은 남쪽을 바라봄. 남면南面과 같다. 향鄕은 향向과 통하는데 여기서는 면面과 같다. 남면南面은 군주로서 남쪽을 바라보면서 천하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이어지는 북면北面과 반대의 뜻으로 북면北面은 신하로서 군주를 섬긴다는 뜻이다.
☞ 순지위신야舜之爲臣也 : 순舜이 비록 유위해야 하는 신하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 또한 무위의 도를 밝혔음을 말한 것. 본문의 맥락은 신하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기보다는 순舜 또한 고대의 제왕으로 간주하고 무위의 도리를 밝힌 주체의 예로 든 것이다.
☞ 현성소왕지도야玄聖素王之道也 : 현성玄聖은 깊은 덕을 가진 성인(노자를 지칭). 소왕素王은 왕의 지위가 없지만 왕자의 덕을 가진 사람(공자를 지칭).
☞ 강해산림지사江海山林之士는 은자들을 지칭한다. 복服은 심복心服 또는 승복承服으로 진심으로 복종한다는 뜻이다.
☞ 진위進爲는 나아가 벼슬한다는 뜻. 천하일天下一은 천하가 통일된다는 뜻. 무세撫世는 세상 사람들을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곧 백성들을 다스림을 말한다.
☞ 정이성靜而聖 동이왕動而王 : 천하天下편에 나오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의 뜻. 이而자는 모두 즉則자와 같이 쓰였다. 우리말 ‘…하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