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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로맨스] 04 - 찬스땐 언제나 본헤드 플레이
1. 프롤로그 (일본에 가는 네사람의 반응)
(맛사지샾)
진동수가 엎드린채 이야기중이다.
-진동수 : (담담) 말이 가장이지 내가 한 게 뭐가 있냐?
-진동수 : (담담) 우영이도 혼자 키운 셈이고...
-진동수 : (고개 돌려 카메라를 외면하며) 얘기해야지 얘기해야지 하면서도 입이 안떨어져서...
(패밀리 레스토랑)
3회 박무열과 함께 갔던 그 레스토랑이다.
-오수영 : (걱정) 분명히 계약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텐데 말을 안해.
-오수영 : (배려) 너무 고민하니까 물어볼 수도 없어.
-오수영 : (각오) 일본에 가자고 한거 보면 뭔가 결심한거겠지?
(커피숍)
인터뷰가 있던 그 커피숍이다.
인터뷰 뒷정리중이다. 조명을 정리하고, 전선을 둘둘 말고... 그 한쪽에서...
-박무열 : (차마 큰소리는 못내고) 너 미쳤냐? 네가 일본에 왜가?
-박무열 : (의심한다) 너 일본 공짜로 갈려고 이러냐?
일본 얼마 안해. 지진나고 원전 터져서 완전 싸. 제주도보다 싸. 네 돈으로 가.
-박무열 : (단호하다) 암튼 안돼. 오지 마!!!!
(동아네 거실)
은재가 거대한 트렁크를 열고 안을 확인한다. 동아가 얼핏 화면 한쪽에 걸린다.
-유은재 : (툴툴) 오지 말라면 뭐. 이미 방송나간걸 어쩔거야?
-유은재 : (흥분) 바람난 년 놈들 지들이 뭘하든 나도 관심없어. 그치만 동수형은 무슨 죄야. 우영이는 무슨 죄냐구.
-유은재 : (트렁크 지퍼를 찌익 닫으며 각오를다진다) 일 터지기 전에 동수형을 설득해야돼. 그 수밖에 없어.
2. 타이틀
‘제 4회, 찬스땐 언제나 본헤드 플레이’
‘찬스땐 언제나’란 글자 사라지고 ‘본헤드 플레이’에 대한 정의가 자막으로 뜬다.
‘판단을 잘못해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 또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선수’
제일 마지막에 뜨는 글자 ‘멍충이!!’
3. 공항로비 (낮)
여행에 들뜬 남자. 여자. 친구, 연인. 가족...행복한 그들 얼굴 위로.
(유은재) : (느닷없이) 왜요?
-티켓창구 유은재와 박무열. 진동수, 오수영이 티켓창구 앞에 서 있다.
유은재 : (항공사직원에게) 왜 안되는데요?
항공사직원 : 여기 보시면 여권 만료기간이요. 한달도 안남으셨네요. 세달 이상은 여유가 있어야 되거든요.
유은재 : 그걸 이제 얘기하면... 그냥 해주면 안돼요?
항공사직원 : (난처하다) 출국은 해두요. 일본에서 입국이 안되거든요.
진동수 : (난처하다) 여권 언제 만든 거예요?
유은재 : (어떡하지) 고등학교때. 유도대회 나갈라구...
오수영 : (난처하다) 어떡하죠?
박무열 : (차라리 잘됐다) 뭘 어떡해? 못 가는 거지.
항공사직원 : (슬쩍)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
박무열 : (뭐야 이건) 에?
유은재 : (희망에 찬다) 뭔데요?
항공사직원 : 임시여권을 만들면 되긴 하는데요...
유은재 : (옳다구나) 만들어요 당장!
항공사직원 : 근데 비행기 탑승시간이 아슬아슬해서...
유은재 : (뭐래는거야) ....?
항공사직원 : (눈치를 슬쩍 보고) vip게이트는 30분정도 여유가 있거든요.
유은재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뭔 소린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4. 비지니스석 (낮)
다리를 쫙 뻗어도 되고 의자를 확 젖혀도 되는 편안한 자리. 이런 호사가 처음이래서 유은재는 자꾸 두리번거리게 된다.
승무원이 카트를 밀고 온다.
승무원 : 음료 드시겠습니까?
유은재 : (자세 바로잡으며 송구스럽다) 뭘 이렇게 자꾸... (포도주를 가리키며) 이건 뭐죠?
5. 이코노믹석 (낮)
통로쪽 좌석에 앉은 박무열. 뚱뚱한 사람 옆에 앉아 더 비좁다. 가뜩이나 긴다리, 불편하다.
통로 넘어 진동수와 오수영에게.
박무열 : 경호원은 비즈니스타고, 의뢰인은 이코너믹타고 이게 말이 돼. 이게 어느나라 풍습....
앞자리 승객이 의자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박무열이 움찔한다.
6. 일본 공항 앞 택시정거장 (낮)
은재 트렁크가 너무 커서 다른 트렁크들이 안 들어간다. 이렇게도 넣어보고 저렇게도 넣어보고 기사가 애를 쓴다.
진동수가 기사를 도와준다.
박무열 : 가지 가지 한다. 이민 가냐?
유은재 :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럼 어떡해여. 가방이 이거밖에 없는데...이것도 빌린거구만.
진동수 : (트렁크를 억지로 눌러 닫는다. 말싸움을 말리듯) 됐어! 됐어. 들어갔어.
7. 택시안 (낮)
조수석에 진동수가 타고, 뒷자리에 오수영. 유은재. 박무열이 탔다.
박무열 : (좁다. 어깨를 밀며) 어깨 좀 접어라. 이 떡대야!
유은재 : (안밀리며) 어깨접기는 중국 기예단도 못 하거든여.
오수영 : (대신 자리를 좁히며 분위기를 바꾼다) 유도대회 나갔다고 했잖아요.
유은재 : (무슨 얘긴가 싶다) 예?
오수영 : 그때 여권 만들었다고...몇등했어요?
유은재 : (툭 내뱉는) 못나갔어요. 막판에 지는 바람에...
박무열 : (궁시렁)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이 없어. 계획적이야 아주.
유은재 : (참다 못해) 그래여. 내가 댁 속여 먹을라고 고등학교때부터 준비했어여. 10년 대하 사기극! 됐어여?
박무열 : 이게 어디서 큰소리야. 데려가기만 하면 있는지 없는지...어? 닌자처럼 따라다닌다며?
이게 닌자냐? 어떤 닌자가 젤 시끄럽냐?
운전기사가 뒤쪽 큰소리에 움찔움찔 신경을 쓴다. 분위기도 험악한데 차까지 덜커덩거린다.
8. 산길 (낮)
꾸불 꾸불 산길을 지나는 택시.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9. 산속 온천마을 (낮)
별장형 온천마을이다. 군데 군데 일본 전통여관이 독채로 떨어져 있다. 온천지역이라 냇물에도 연기가 솟는다.
10. 일본전통여관 거실 (낮)
미닫이 문이 드르륵 열린다.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를 따라 박무열. 오수영. 진동수. 유은재가 들어온다.
할머니 종업원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말로 끊임없이 설명하고 손짓한다.
방마다 문을 열어보인다. 드르륵! 거실. 드르륵! 안방. 드르륵! 정원 드르륵! 화장실.
종종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간다.
11. 여관 2층 (낮)
할머니 종업원이 뭐라든 간에...
박무열 : 형네가 2층 쓰면 되겠네. 내가 아래층 쓰구. (유은재를 본다) 너는...
12. 문간방 (낮)
박무열 : (드르륵 문을 열면서) 여기 써라.
방이라기보다는 창고에 가깝다. 안 쓰는 이불등이 들어 있다.
커다란 트렁크와 함께 은재가 서 있다. 창문도 없는 좁은방. 뒤에서 박무열이 문을 딱 닫는다.
유은재 : (혼자 남게 되자) 이순신 장군 심정이 이랬을 거야.
누구는 지들 지켜줄라고 개고생을 하는데 암 것도 모르는 것들은 구박이나 해대고...
유은재, 꿍시렁대며 트렁크를 연다. 좁은 방이라 트렁크를 열었더니 앉을자리도 없다.
13. 전통여관 거실 (밤)
박무열. 유은재. 오수영. 진동수가 식사중이다. 가이세키 요리. 맛보다도 모양이 환상이다.
첫 번째 요리가 들어오자. 유은재 본연의 임무도 잊고, 박수치며 ‘오올’ 한다.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알것같다. 박무열이 빈정대면서 노려본다는걸.
마술 손바닥이 쓸고간 듯, 경호원의 얼굴로 돌아간다.
박무열 어이없다.
진동수 : (조금 미안해서 박무열에게) 이거 되게 비싸지?
박무열 : 그냥 먹어.
할머니종업원 : (일본어로) 부부동반 여행이십니까?
박무열 : (일본어로) 그렇습니다.
유은재 : (이자식이 일어를. 박무열을 슬쩍 본다)...
할머니 종업원 : (진동수와 오수영을 보며) 두분이 부부?
박무열 : 그렇습니다.
할머니 종업원 : (유은재와 박무열을 가라키며) 이렇게 부부?
박무열 : (일본어로)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할머니 종업원 : (과도하게 엎드려 고개를 숙이며) 아. 실례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오수영과 진동수가 놀라 종업원을 본다. 뭔일이래?.
유은재 : (먹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리 둘이 부부라고 오해한 거예요.
오수영 : 은재씨도 일본어 할줄 알아요?
유은재 : 그거 말고 저 냥반이 난리칠 일이 뭐가 있겟어여. (뭔가를 먹으며) 오오 이거 맛있다.
박무열 : (할머니종업원에게 일본말로) 쟤는 내... (한국말로) 경호원이 뭐지? (생각하다가) 보디가드! 아시겠어요.
할머니종업원 : (영어발음이라 못알아 듣는다)...
유은재 : (박무열에게) 더 주세요가 일본말로 뭐예여.
박무열 : (엉겁결에 유은재를 보며 일본말로) 다마레!!
자막뜬다. ‘닥쳐!!’
할머니종업원 : (더 바짝 숙이며) 죄송합니다...
덜컹! 소리 선행한다.
14. 정원 (밤)
물받이 통이 또다시 덜컹 움직인다. 그 옆에서 박무열이 스윙연습중이다.
박무열 : (스윙하면서) 어딜봐서....내가 ....꼴통이랑...에이...망할...꼴통....
어쨌든 경호원인 유은재 따라나와 좀 떨어진 곳에 서있다.
유은재 : (궁시렁댄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놀러와서 책 본다 그러지.
하다가, 무심코 거실쪽을 본다.
창문너머, 진동수가 조그만 병의 것을 컵에 따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젓는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컵 안의 것을 젓는 진동수의 얼굴이 심상찮다.
유은재가 긴장한다. ‘이렇게 빨리?’
2층에서 오수영이 내려온다. 진동수가 컵을 오수영에게 가져간다.
일났다!! 유은재가 다급해진다. 거실쪽으로 들어가는 창문을 열려하지만 뭔가 걸렸는지 열리지 않는다.
손바닥으로 창문을 두드린다. 오수영이 남편이 주는 컵을 받아들며 정원 쪽을 본다. 무심한 얼굴이다.
진동수가 창문쪽으로 다가온다. 창문을 열려는 시늉을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 사이 오수영은 금방이라도 컵안의 것을 마실 것 같다.
유은재가 현관쪽으로 뛰어간다.
박무열이 스윙하다 말고 ‘저혼자 바쁜 유은재’를 본다. 쟤 왜 저래?
15. 거실 (밤)
진동수가 문을 억지로 연다. 오래돼서 뒤틀렸나보다. 문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해서 부드럽게 만든다.
유은재가 우당탕탕 문 옆의 작은 병풍을 쓰러트리며 뛰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안돼’하듯 손을 뻗어보지만,
오수영은 이미 컵안의 것을 마셔버렸다.
유은재 : (한손을 뻗은채로) 아~~
진동수 : (천천히 돌아본다)....
오수영 : (인상을 쓴다)....아우 써.
유은재 : (컵을 가리키며 뭐지) ...예?
오수영 : (은재에게 설명하듯) 목감기 기운이 있어서... 한방약이라 좀 써요.
진동수 : (은재에게) 근데 왜?
유은재 : 아! 화장실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진동수 : (유은재가 쓰러트린 병풍을 일으켜 세우며) 속이 안 좋나?
16. 화장실 (밤)
유은재가 손을 닦는다. 아까 넘어지면서 팔뚝 안쪽이 까져서 아프다.
유은재 : (피곤하다) 이건 뭐. 지뢰밭에서 탭댄스를 추는게 낫지. 아우 쓰라려.
17. 정원 (밤)
스윙연습을 끝낸 박무열, 추운날씨에도 땀이 났다.
배트를 벽에 기대 세워놓고, 수건과 유카타를 들고 야외온천장으로 향한다.
바람은 차갑고, 잔설이 남아있다. 어둔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18. 온천욕장 (밤)
어둔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그 아래 오수영이 야외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다.
욕탕에선 하얀 김이 솟아오른다. 욕탕 문이 열린다.
19. 정원 - 남자 온천욕장 (밤)
박무열이 문을 열고 욕탕으로 들어온다.
진동수가 욕탕안에서 들어오는 박무열을 본다.
20. 여자 온천욕장 (밤)
은재가 들어온다. 오수영이 은재가 들어오기 쉽게 자리를 옮겨준다.
나무 칸막이가 된 저쪽 욕탕에서 박무열이 탕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박무열) : 아...뜨거...뜨거...
(진동수) : (물 튕기는 소리) 엄살은...
(박무열) : (뜨거워 죽는다) 뜨거....하지마!
유은재가 남탕을 흘깃 보며 그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카타도 자기쪽으로 끌어당긴다.
남탕에서 들리는 이야기 소리에 유은재가 귀를 기울인다.
오수영은 유은재가 자꾸만 남탕쪽에 신경을 쓰는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진동수) : 정희민선배.
(박무열) : 응.
(진동수) : 갈비집 엄청 잘된다더라.
21. 남탕 (밤)
박무열 : (별관심없다) 그래?
진동수 : 야구보다 그쪽이 적성인가봐.
박무열 : 뭐라도 잘하니 잘됐네.
진동수 : 나는 뭐가 적성일래나?
박무열 : (진동수를 본다)...
진동수 : 중고등학교때 하는 고민을 이제 하고 있으니.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본다)
박무열 : (진동수의 눈치를 본다)....
진동수 : (분위기 바꾸며 작은 소리로) 기분 묘하지 않냐? 나무판 한 장만 치우면 여탕이란 거 아냐?
박무열 : (작은소리로) 왜 저쪽으로 보내줘?
진동수 : (손으로 물총을 쏜다)...
22. 욕탕 - 여자쪽 (밤)
남자쪽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은재가 더 귀를 기울인다.
소근대는 소리. 물장구치는소리. 뭔가 윽박 질르는 소리같기도 하고, 뭐지?
오수영이 남자쪽 욕탕에 신경쓰는 은재를 물끄러미 본다.
유은재. 오수영의 시선을 눈치채고 조금 자제한다.
오수영 : (뭔가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어색하다) 운동을 해서 그런가 은재씨 몸이 참 탄탄하네요. 나도 운동을 좀 해야는데.
유은재 : (오수영에 대한 감정이 안 좋다. 살갑지 못한 대답이 나온다) 뭐 그정도면 훌륭한데요. 아들도 있는 엄마가.
오수영 : (뭔가 공격받은 것 같지만) 아뇨. 요즘 자꾸 배가 나와서...
유은재 : (배쪽을 보고 인정한다) 아...
오수영 : (뭐야 인정하는거야)...
유은재 : (뒤늦게) 배가 조금 나와야 옷태가 난다면서요. (씨익 웃는다)
오수영 : (기분 상했다) 배는 모르겠고. 가슴은 좀 작아야 옷태가 나죠. (은재 가슴을 본다) 티셔츠 입으면 예쁘겠어요.
처음엔 남탕을 의식해서 소곤대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유은재 : (뭐냐 이거 자기 가슴과 오수영 가슴을 번갈아본다. 밀린다) 요새 살빠져서 그렇지 원랜 이것보단 커요.
오수영 : (이쯤할까) 그래요.
유은재 : (빠직) 모유 먹였어요?
오수영 : 예...
유은재 : 그렇구나. 모유먹이면 가슴이 퍼진다더니...
오수영 : (어이없다)...
23. 남탕 (밤)
여탕에서 들려오는 말소리. 남자 둘이 듣기에 민망하다.
(오수영) : (흥분했다) 내가 지금 기대 있어서 그렇지 원랜 안그래요.
(유은재) : (어련하시겠어요) ....에.
(오수영) : 모유하고 가슴모양하고는 아무 상관없어요. 탄력도 그대로구. 봐봐요.
박무열 : (삐질) ...그만 나갈까?
진동수 : 그럴래.
나갈준비 하는데.
(오수영) : (질 수 없다) 만져봐요.
(유은재) : (이여자 뭐야) 됐어요.
박무열, 물속 바닥이 미끄러운가 휘청한다.
24. 정원 (밤)
물받이 통이 덜컥하고 기운다.
25. 문칸방 (밤)
이부자리를 까는 유은재. 방이 좁아서, 대각선으로 깔아야한다. 이민가방은 구석에 놓여져있다.
유은재 : (베개 모양을 만드느라 팡팡 두드리며) 엄청 신경쓰더만. 몸뚱어리에 뭘 그렇게 쳐발라.
그러니까 응...남편 후배랑 응...앙큼한 유부녀! (자리에 눕는다)
26. 박무열의 방 (밤)
박무열이 자고 있다. 소리없이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오수영이 들어온다.
오수영이 박무열을 깨우려는데 자고 있는줄 알았던 박무열이 오수영을 낚아챈다.
두 년놈이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는데.
(진동수) : 이 더러운 년놈들.
언제 들어왔는지 진동수가 야구방망이를 치켜든다.
순간 유은재가 몸을 달려 진동수를 태클한다. 진동수와 유은재가 엎치락 뒤치락하는데 유은재가 밑에 깔린다.
어랏? 왠일인지 오수영도 박무열도 무표정한 얼굴로 은재를 차곡 차곡 덮친다. 괴로운 유은재!!
27. 유은재의 방 (새벽)
이민가방에 깔린 유은재. 꿈틀대다가 깨어난다.
이민가방을 신경질적으로 일으키지만 반동 때문에 다시 쓰러진다.
28. 전통여관 거실 (아침)
잠자리가 불편했던 유은재, 팔을 돌려보기도, 목을 까닥거려보기도 하고, 몸을 풀면서 거실로 나온다.
화장실에 가려다가 문득 정원을 본다. 진동수가 서 있다.
은재 눈에는 고민하는것처럼 보인다.
29. 전통여관 정원 (아침)
진동수가 바람을 들이킨다.
(유은재) : 무슨 생각하세요?
진동수 : (돌아보며) 아. 그냥...뭐? 잘잤어요.
유은재 : 에....
진동수 : (다시 먼데 산을 본다)....
유은재 : 저기..드릴 말씀이 있는데...
진동수 : 예...
유은재 :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 선배님이 고민하는 거...
진동수 : ...?
유은재 : 죄송합니다. 어쩌다 알게 됐는데요.
진동수 : (어떻게 알았지) 아...
유은재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든요. 물론 입장은 다르지만....
진동수 : 예...
유은재 : 그래서요. 선배님이 어떤 기분일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진동수 : 예...
30. 전통여관 안방 (낮)
자리에서 일어난 박무열. 기지개를 펴며 창밖을 본다. 정원에 유은재와 진동수가 서있다.
유은재가 감정이 담뿍 담긴 시선으로 진동수의 옆모습을 보고 있다. 뭐지?
31. 전통여관 정원 (낮)
유은재 : (심호흡 하고 진동수를 똑바로 보며) 그래서 말인데요. 선배님. 저희 아빠도 처음엔 굉장히 힘들어하셨어요.
마치 자기 잘못인 것처럼. 자기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런일이 일어난 것처럼...
그치만 그건 아니잖아요. 선배님도 지금은 괴롭겠지만...
(박무열) : 뭔소리냐?
유은재 : (홱 돌아본다. 하필 이 순간에)...
박무열 : (창에 얼굴 내밀고) 너네 아빠가 뭐?
유은재 : (버럭) 왜 엿듣고 그래여?
현관쪽으로 툴툴대며 가버리는 유은재를 박무열이 쳐아본다. 쟤 뭔가 이상하다.
32. 커피숍 (낮)
내년 경기 일정표... 김태한이 태블릿pc를 통해 내년 경기 일정표를 확인하고 필요한 상황을 메모하고 있다.
창밖에서 뭔가 휙 지나간다. 방금전 창밖을 뛰어갔던 사람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온다.
모자, 선글라스, 목도리. 롱코트, 롱부츠를 신은 김동아다.
손님. 점원이 돌아볼 정도로 ‘왠지 연예인’스럽다.
김태한이 다가오는 김동아를 확인하고 태블릿pc를 종료한다.
김동아 : (헉헉대며) 죄송해요.,. 제가 얼마나 늦었죠?
김태한 : (시계 보며) 19분 늦었습니다.
김동아 : 아 죄송해요... 어제 책을 읽다가... 늦게 자는 바람에...
사실은 아까 전화하셨을때 그때 깼어요. 세수도... 못하고... 뛰쳐나오느라고...
숨을 고르며서 김동아가 선글라스를 벗고, 목도리를 풀르고, 코트를 벗어놓는다.
그러자 김동아의 본 모습이 나온다. 얼굴 옆에 이불자국, 눈꼽, 치약흘린 자국이 선명한 츄리닝.
물잔과 메뉴판을 들고왔던 젊은 남자 점원이(아마도 아르바이트생인 듯) 자기도 모르게 ‘구경모드’가 된다.
김태한 : (점원에게) 주문받으세요.
점원 : (정신차린다) 예...
(점프)
점원이 커피잔을 놓고 가며 다시 한번 김동아의 변신에 갸우뚱한다.
김태한이 종이뭉치를 꺼낸다.
김동아 : (잡으며) 이거예요?
김태한 : 그렇습니다. 박무열선수가 받은 편지 중에서 시일지도 모르는 건 모두 복사해서 갖고 왔습니다.
김동아 : (쓱쓱 훑다가 한 장 김태한쪽으로 돌리며) 이것도 시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녀가 들고 있는 엽서. ‘개새끼죽어개새끼죽어개새끼죽어개새끼죽어’
김태한 :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상시 중에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김동아 : 아. 이상!!
김동아는 다시 편지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옆테이블의 여자가 일행을 툭 친다. ‘저여자 보라’는듯
33. 커피숍 밖 (낮)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김태한은 태블릿pc로 작업중이고,
맞은편엔 떡진머리. 이불자국이 난 얼굴, 치약자국이 묻은 츄리닝.
게다가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린 김동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편지를 읽는다. 벗어놓은 롱부츠가 툭 쓰러진다.
34. 등산로 (낮)
박무열 진동수가 앞서걷고, 유은재 오수영이 뒤처졌다.
박무열 : (슬쩍 돌아보면서) 아침에 무슨 얘기했어?
진동수 : 응?
박무열 : 꼴통이랑 아빠 얘기 했잖아.
진동수 : 아... 유도 관둔 얘기. 그때 힘들었다구.
박무열 : 그 얘길 왜 형한테 해?
진동수 : 내가 야구 관둔다는거 알았나봐.
박무열 : (슬쩍 유은재를 돌아본다)...
유은재 : (머? 마주본다)...
진동수 : 은재씨 아버지가 은재씨한테 기대가 컸나봐? 유도 관둔다고 했을때 굉장히 힘들어했다는데...
박무열 : 그런 얘기까지 해?
35. 갈림길 (낮)
네사람이 갈림길에 도착한다. 박무열이 일본어로 된 표지판을 읽는다.
박무열 : (표지판을 보며) 이 꼭대기에 분화구가 있는데, 자살명소래. (혼잣말하는) 자살할려고 등산한단 말야?
유은재 : (자살이라는 말에 움찔, 진동수를 본다)...
박무열 : (어쨌거나) 길이 두 갈랜데. 이쪽이 쉽긴 한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쪽은 험하지만 짧고.
(진동수에게) 어느 쪽으로 갈거야?
진동수 : (오수영을 본다)...
오수영 : (짧은 쪽을 가리킨다) 이쪽?
진동수 : (고개를 끄덕인다) 응...
박무열 : (반대쪽 가리키며) 그럼 난 이쪽.
유은재 : (진동수쪽 가리킨다) 난 이쪽...
박무열 : (어이없다) 너 나 경호하러 온 거 아니냐?
유은재 : (그건 그렇지만) 경호는 무슨 산 속에서... 그쪽은 길이 험하다면서여.
박무열 : 이게 빠져갖고...
진동수 : (말리며 박무열 쪽으로 향한다) 그럼 내가 이쪽으로 갈게.
오수영 : (아쉽다)...
진동수 : (박무열 어깨를 감싸며) 남자끼리 오붓하게 가보자.
유은재 : (박무열과 진동수본다. 이쪽도 위험하다) 그러지 말구요? 그냥 다같이 가면 안될까요.
박무열 : (유은재를 본다. 점점) ...?
36. 가파른 산길 (낮)
유은재와 박무열이 험한 길을 올라간다.
박무열 : (걸으며) 넌 눈치가 그렇게 없냐?
유은재 : (힐끗 본다)...
박무열 : 둘이 오붓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거 아냐?
유은재 : (툴툴댄다) 그 오붓한 얘기. 꼭 자살명소에서 해야 돼여?
박무열 : ...?
어쨌거나 유은재와 박무열이 산길을 올라간다. 낭떨어지 산길이다.
37. 완만한 산길 (낮)
낭떨어지가 보인다. 오수영이 낭떨어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뒤에서 살금 살금 다가오는 진동수, 오수영을 미는 장난을 친다. 오수영이 깜짝 놀란다.
진동수가 오수영을 뒤에서 안으며 깔깔 웃는다.
38. 산 정상 (낮)
여기저기 웅덩이마다 연기가 폴폴 솟는다. 등산객들이 맨발로 웅덩이에 발을 담근채 쉬고 있다.
박무열도 웅덩이에 발을 담근채 구멍이 뽕뽕 뚫린 화산암 돌멩이 몇 개를 장난치며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는 조바심이 난다. 자꾸만 산아래를 내려다본다.
박무열 : 똥 마렵냐?
유은재 : 에?
박무열 : 안절부절 못해.
유은재 : 선배가 안올라오잖아여.
박무열 : 그래서?
유은재 : 아니 길도 험하구.
박무열 : 그쪽 길은 안 험하거든.
유은재 : (그건 그렇다) 산이 다 위험하지 뭐? 사고가 날려면 뭐... 뒷산에서 떨어지기도 하는데...
박무열 : (유은재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너... 여기 왜 따라왔냐?
유은재 : (뜨끔한다) 에?
박무열 : 너 뭔가 딴 생각 있지?
유은재 : (알아챘나)....
박무열 : 내가 널 꼴보기 싫어하는 만큼, 너도 나랑 같이있는게 끔찍하잖아. 안그래?
유은재 : (그건 그렇다)...
박무열 : 근데도 껌처럼 달라 붙은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그렇지?
유은재 : (인정할까)...
박무열 : 솔직히 말해봐.
유은재, 잠깐 망설인다. 말해버릴까? 결심하는 순간.
(진동수) : 언제 왔어?
유은재가 후다닥 돌아본다. 진동수와 오수영이 올라온다.
유은재가 안도한다. 박무열은 유은재에 대한 의심을 굳힌다.
39. 김태한의 차 (저녁)
김태한이 김동아를 데려다준다. 김동아는 다시 연예인삘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했다.
김태한 : (차를 세우고) 혹시 핸드폰 번호 알 수 있을까요?
김동아 : (아무렇지도 않게) 에? 지금 저 꼬시는 거예요?
김태한 : (원래 얼굴로) 앞으로 오는 편지도 계속 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김동아 : 그냥 집 전화로 하세요. 늘 집에 있으니까.
김태한 : 알겠습니다.
김동아가 내린다.
김태한이 다시 출발하려는데, 똑똑 운전석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김태한이 창문을 내린다.
김동아 : 혹시 꼬신거면 거절한거 아니예요. 핸드폰 안 갖고 있어서 그래요.
김태한 : 꼬신거 아닙니다.
김동아 : (안심한다) 아. 그럼 다행이구요. 안녕히 가세여.
김동아가 꾸벅 인사한다. 김태한이 차를 출발시킨다.
40. 일본식 고기집 (밤)
화로에서 구워지는 고기. 네사람이 저녁을 먹고 있다.
진동수가 고기를 구어서 오수영의 접시에 놔준다.
유은재는 가끔 진동수를 살핀다. ‘저 사람의 속이 얼마나 쓰릴까?’ 안타까워하며서...
역시 그런 유은재를 바라보는 박무열 ‘꼴통, 하필 좋아해도 유부남을...쯧쯧’ 안됐다 싶다.
박무열 : (조금은 안스러운 얼굴로 고기를 집어 유은재 접시에 놔준다 옛다!)...
유은재 : (방어한다) 왜요? (고기를 앞뒤로 본다) 떨어트린 거예여?
박무열 : 이건 잘해줘도... 내놔!
유은재 : (박무열의 젓가락을 피하며) 줬다 뺏으면 똥꼬에..
박무열 : (그다음 말을 막는다) 얏마!
41. 여관 거실 (밤)
불이 켜지기도 전에...
박무열 : 그렇게 먹고도 탈이 안나면 니가 인간이냐?
불이 켜진다. 은재는 속이 안좋다. 오수영은 2층으로 올라간다.
진동수 : (유은재를 보며) 많이 안좋아요? 얼굴이 하애졌네.
유은재 : 자고나면 괜찮을 거에요. (식은땀이 난다)...
박무열 : 그러게 내가 씹으면서 먹으라고 몇 번을 얘기했냐? 고기를 마시더구만 그냥.
유은재 : (힘든와중에도) 그려여. 내가 그저 죄인이예여.
진동수가 박무열에게 그만하라고 눈짓한다.
오수영이 2층에서 내려와 수지침 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오수영이 유은재의 손을 잡는다. 움찔하는 유은재.
오수영 : (유은재의 손을 힘줘 잡으며) 안 아파요.
진동수 : 내가 소화제를 챙겼던가... (2층으로 올라간다)
오수영이 유은재 손바닥에 빽빽하게 침을 꽂는다. 그때마다 유은재는 움찔거린다.
오수영 : (유은재를 소파에 눕게 하고) 잠깐만 있어요. (2층으로 올라간다)
유은재 : (움직이면 아플까봐 눈동자만 굴려서 자기 손바닥으로 본다) 뭘 알고 꽂은 거야?
박무열 : 걱정하지마, 자격증도 있으니까.
유은재 : (그러거나 말거나)...
박무열 : (마치 자기 자랑하듯) 수지침뿐인줄 아냐? 스포츠 맛사지, 경락맛사지. 한식 중식 요리사 자격증. 각종 보양식...
유은재 : 그게 뭐여?
박무열 : 형수가 그 정도라구. 너는 뭐했냐? 먹고 체할줄이나 알지.
유은재 : (웃긴다) 나두 유도 5단에 경호원 자격증 있거든여.
박무열 : 형수가 왜 수지침에다가 맛사지. 요리사자격증 딴줄 아냐? 형 내조할려구 그런 거야.
야구 선수 부인은 아무나 하는 건 줄 알아.
유은재 : 뭐래는 거야?
박무열 : (의미심장하게) 형수랑 형이 어떤 사인줄 알어? 형수는 가족도 버리고 자기 꿈도 버리고, 형한테 왔어. 알어?
유은재 : (어이없다) 그걸 아는 사람이.....
박무열 : (오로지 자기 할말만 하는) 둘 사이는 아무도 못 끼어들어. 오수영은 진동수를 위해 태어났구. 진동수는...
유은재 : (참다 못해) 그걸 아는 놈이 그러냐구?
박무열 : (못들었다) 뭐?
유은재 : (질러버릴까 하다가 한번 더 참는다) 누구 부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인생도 참 한심하다구.
박무열 : 네가 뭘 안다 그래?
유은재 : 지 인생은 어쩌구 누구 부인으로 살어. 그런 사람이 꼭 나중에 인생 허무하다느니, 비틀대다가 한눈팔고 그러드라.
자식위해 산다는 부모도 한심해 죽겠구만. 아이쿠야.
박무열 : (은재 뒤를 쳐다본다)...
유은재 : (박무열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본다)...
오수영 : (계단밑에 서 있다)...
유은재 : (들으라고 한말은 아니라 주춤한다)...
오수영 : (될수 있는 한 냉정하게) 소화제예요. 우선 두알 먹고... (더 말하려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그냥 나가버린다)
박무열 : 형수!! (쫓아간다. 유은재를 노려본다) 너 나중에 봐.
유은재 : (궁시렁) 보면 뭐...지들이 잘못한 생각은 안하지... (그러다가 손바닥의 빽빽한 침을 보고) 이거나 뽑아주고 가던가..
42. 정원 (밤)
오수영을 따라 나오는 박무열.
박무열 : (부른다) 형수!!
오수영 : (그저 바삐 걸을 뿐) ...
박무열 : 오수영!!
오수영 : (문득 멈춰서더니 한숨을 쉰다)...
박무열 : 바보가 한말 신경 쓰지마.
오수영 : (자괴감이 든다) 다 맞는 말인데 뭐.
43. 김동아의 서재 (밤)
김동아가 편지 사본을 읽고 있다. ‘내 혀는 네 눈알을 핥는다. 네가 본 모든 것을 맛보기 위해...’
김동아가 눈알에 동그라미를 친다.
44. 누군가의 방 (밤)
박무열 사진으로 빽빽하게 도배된 방.
누군가의 손이-여자손이라기엔 울퉁불퉁하고 남자손이라기엔 가느다란- 사진속 박무열의 눈동자를 일일이 찍으며 지나간다.
45. 문칸방 (아침)
잠들어있는 유은재. 또 뭔가에 눌리는 꿈을 꾸는 중이다. 잠결에 발길질하다가 트렁크를 걷어찬다. 트렁크가 쓰러진다.
깨나는 유은재, 트렁크를 툭 걷어찬다. 신경질 났다.
46. 거실 (아침)
소파에 누은 박무열이 누워서 손목만을 이용해 공을 던졌다가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시야에 유은재가 들어온다. 마지막 공을 낚아채듯 잡은 박무열이 일어나 앉는다.
유은재 : (어제 일도 있고 해서 떳떳치 못하다) ..녕히 주무셨어여.
박무열 : (저걸 어떻게 삶아먹어..쳐다보다가) ...속은 괜찮냐?
유은재 : 에... (2층쪽을 흘깃 본다) 어디 갔어여?
박무열 : 산책 갔어.
유은재 : 둘다요?
박무열 : (유은재를 지긋이 보며) ....응.
47. 호숫가 (아침)
오수영과 진동수가 나란히 서서 호수를 보고 있다. 아침안개가 꼈다.
두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때문에 담담하다.
진동수 : 너 제비뽑기 같은거 해서 당첨된 적 없지?
오수영 : 응?
진동수 : 맨날 꽝만 나왔지?
오수영 : ...
진동수 : 미안하다. 나도 내가 꽝인줄 몰랐어.
오수영 : (말대신 진동수 손을 잡는다)...
진동수 : 널 만났을 때가 내 최고였나봐. 나의 전성기...
오수영 : ...
진동수 : (호수를 본채로) 난 그것도 모르고, 앞으로 점점 더 잘할 거라고 믿었어.
진짜로 자신 있어서 널 데리고 나온거야. 네 엄마한테서. 네 그림에서...
오수영 : 응...
진동수 : 만약 내가 이정도라는거 알았다면, 그때...나도 무열이처럼...
오수영 : 당신이 날 데리고 나온게 아니예요. 내가 당신을 붙잡은거지.
진동수 : ...
오수영 : 그리고 그때 당신 붙잡은거 후회 안해요. 앞으로도 안할거구요.
진동수 : ...
오수영 : (어깨에 기댄다) 나한테 이 얘기 하는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진동수 : 응...
안개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한다.
48. 전통여관 거실 (아침)
유은재가 시계를 본다. 박무열은 글러브를 길들이고 있다.
유은재 : (일어서며) 좀 나갔다 올게여.
박무열 : (결심했다) 야. 꼴통.
유은재 : 왜여?
박무열 : 거기 좀 앉아봐.
유은재 : (소파에 마주앉는다) 왜여 ...?
박무열 : (타이른다) 어제 얘기하다 말았는데...너 그럼 안돼. 너만 우스워져.
유은재 : 뭐가여?
박무열 : 동수형이 좋은 남자라는 건 나도 알아. 친절하고, 남자답고, 또 너한테 잘해주는거 같겠지.
근데 동수형이 너한테만 잘해주는거 아냐? 그형이 원래 그래?
유은재 : 뭐래는 거야?
박무열 : 네가 착각할만해. 반할수도 있어. 그래도 이건 아니지. 동수형은 유부남인데....
유은재 : 에에?
박무열 : 동수형은 와이프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너도 내내 봤잖아.
유은재 : (말 같지도 않다) 여보세여?
박무열 : (말 끊는다) 요즘 애들 그런거 안따진다고 해도, 솔직히 이건 아니잖냐?
유은재 : (결국 폭발한다) 그럼 넌 왜 그런 건데?
박무열 : 뭐?
유은재 : (화났다) 내가 동수형 좋아한다구? 웃기시네. 네가 그러니까 남들 다 그런 줄 아나본데. 너나 그러지 마.
니들이 그전에 어떤 사이였는진 몰라도 지금은 남의 부인이잖아. 제일 친한 형이라며?
박무열 : 뭔 소리야?
유은재 : 너랑 오수영! 다 알고 있거든.
박무열 : ...?
유은재 : 니가 인간이냐? 앞에서는 동수형, 동수형! 그래놓고 뒤로 그 마누라랑 붙어먹어.
박무열 : (의미가 뇌에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유은재 : 내가 못본줄알어. 남편 등뒤에서 년놈들이 서로 눈마주치고.
글러브가 날라온다. 유은재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피한다.
박무열이 폭발했다. 발에 걸리는 테이블을 집어던지고, 유은재에게 달려든다. 유은재도 재빨리 방어자세를 취한다.
박무열이 되는대로 유은재의 손목과 옷깃을 동시에 움켜쥔다.
박무열 : (흥분했다) 그러니까 너...내가 형수랑...내가 동수형 와이프하고...
유은재. 박무열의 기세에 겁을 먹는다. 본능적으로 박무열의 손목을 잡으면서 다리를 후린다.
박무열이 쓰러지면서도 유은재의 멱살을 놓치 않는 바람에 한덩어리로 쓰러진다. 거친 몸싸움이 벌어진다.
박무열은 남자고, 유은재는 유도선수출신이다. 유은재가 박무열의 팔을 잡아 꺽기를 시도한다.
박무열 : 내가 형수랑 붙었다고?
유은재 : 아니야?
박무열 : (억지로 일어나려한다) 이런 씨...
유은재 : 내가 다 봤거든.
박무열 :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계속 몸을 일으키려한다) 이 미친게...뭘 봤는데?
유은재 : 힘 쓰지마. 팔 뿌러져.
49. 전통여관앞 길 (아침)
오수영과 진동수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주변 풍경도 등장인물도 조용하고,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다.
50. 거실 (낮)
난폭하고 시끄럽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다.
박무열의 팔이 뒤로 꺽일 것 같다. 박무열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려한다.
유은재 : (당황한다) 힘빼. 야구 관두고 싶어. 팔 꺽인다구.
박무열 : (고통에도 아랑곳않고 마지막 힘을 쓰며) 꺽어봐. 꺽어봐. 씨팔.
진짜로 팔이 꺽일 것 같다. 마지막 순간... 유은재가 손을 놓는다.
박무열이 유은재를 난폭하게 밀어버린다. 유은재가 벽에 맞고 튕긴다.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유은재. 억지로 일어난다.
박무열이 한쪽팔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유은재에게 달려든다.
유은재 피할사이가 없다.
박무열이 그녀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유은재가 박무열의 손목을 잡아 비틀지만, 힘에선 상대가 안된다.
박무열은 이성을 잃었다.
박무열 : (그대로 유은재를 벽에 쿵쿵 찧으며) 네가. 어떻게. 나를.. 날 갖고 그런 더러운 상상을...
유은재 : (박무열의 눈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
큰일났다. 죽을지도 모른다!!!
(진동수) : 박무열!!
진동수가 박무열을 뒤에서 끌어안는다.
진동수 : 무열아!! 박무열!!
박무열 : (거칠게 뿌리친다) 놔!
진동수가 나가떨어진다. 유은재가 겨우 박무열에게서 벗어난다.
박무열이 다시 유은재에게 달려들려는데, 진동수가 박무열을 태클한다.
오수영 : (동시에) 무열씨!!
한덩어리가 되어 쓰러진 진동수와 박무열.
진동수 : (있는 힘껏 박무열을 저지하며) 왜이래? 박무열!!
한호흡 정지한 박무열. 그제서야 시야가 넓어진다.
진동수 : (여전히 박무열을 끌어앉은채 유은재에게) 괜찮아요?
유은재 : (바닥에 기대앉은채 목을 만져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수영 : (방안을 둘러보고 유은재를 보며) 왜 이런 거예요?
유은재 : (숨을 헐떡인다.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박무열 : (버럭 진동수를 뿌리치고 일어난다) 에이씨!! 이거 놔!!
유은재 : (긴장한다)...
진동수 : (말린다) 무열아!!
박무열 : (버럭) 이게 다 두사람 때문이잖아.
진동수 : 뭐?
박무열 : (진동수에게) 두사람 때문에 내가 똥물을 뒤집어썼다구.
유은재 : (뭔소리야? 오수영과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저 꼴통이 나한테 뭐라고 그런지 알어? 날... (말하기도 더럽다) 으악. 진짜...
박무열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이 부서질것처럼 닫힌다.
진동수 : (얼떨떨하다) 무슨 일이예요?
유은재 : ...제가 말도 안되는 오해를 한 것 같긴 한데...
(오수영을 본다)...노래방에서도 두분이 같이 있는걸 본데다가, 펜션에서도 따로 만나고...
진동수 : 펜션?
오수영 : 양평에 있는?
진동수 : 거길 어떻게 알어?
오수영 : 당신이 계속 그쪽이랑 통화하길래 무슨일인가 싶어서..
진동수 : (잠깐 눈치보다가) 아는 형이 같이 해보자고 그래서....
유은재 : (꾸벅)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동수 : (주저하다가 문앞에 서서) 무열아!!
그때 문이 벌컥 열린다. 박무열이 짐을 챙겨 갖고 나온다.
진동수 : (팔을 잡으며) 무열아.
박무열 : (팔 뿌리친다. 열 받았다) 놔!!
진동수 : 어디 갈려구?
박무열 : (버럭) 기분 더러워서 더 못 있겠어.
진동수 : 무열아!
박무열이 뿌리치고 나간다.
유은재.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문칸방으로 들어간다.
51. 여관앞 길 (낮)
화난 박무열이 성큼 성큼 걸어간다.
그 뒤, 좀 떨어진 곳에서 유은재가 ‘이민가방’을 탈탈거리며 뛰다시피 쫓아온다.
둘다 몸싸우중에 부상을 입었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멍이 생기고, 팔이 아프고.
유은재 : (좀 가까이워지자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저기...
박무열 : (쳐다보지도 않고 낮은 소리로) 입 다물어.
마침 택시가 온다. 박무열이 손을 든다.
52. 일본 공항청사 (낮)
박무열이 표를 교환하기위해 창구직원과 이야기중이다.
박무열 : (일어로) 상관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갈수 있는 거면 됩니다.
유은재는 박무열과 두어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창구직원과 이야기가 끝난 박무열이 근처 의자로 돌아간다.
유은재가 한칸 떨어진 의자에 앉는다.
박무열은 유은재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말을 걸기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유은재는 계속 눈치를 보게 된다.
53. 비행기안 (낮)
손깍지를 한 커플, 귤을 까서 먹여주는 커플, 마주보고 웃는 커플, 멜로 멜로 러브러브커플들...
손님들 얼굴을 보며 지나가는 승무원도 덩달아 마음이 푸근하다.
그런데 승무원이 움찔한다. 냉기가 흐르는 박무열과 유은재!!
박무열은 입술이 터져있고, ‘꺽일 뻔한 팔’을 불편하고 잡고 있다.
유은재는 얼굴에 멍이 들어 있고. 잡혔던 목이 싯뻘것다.
54. 인천공항 택시 정류장 (낮)
박무열이 성큼 성큼 나온다. 유은재가 이민가방을 끌고 부지런히 따라나온다.
택시정거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두사람.
유은재 : (참다가 참다가) 내가 잘못한건 아는데여. 그치만 그때 상황이...
박무열 : (돌아본다. 낮고 차가운 목소리) 너 해고야!
유은재 : (움찔한다)...
박무열 : (똑바로 쳐다보며) 앞으로 내 눈에 띄면 너, 죽어!
박무열이 택시에 탄다. 택시기사가 ‘일행이 아닌가’ 유은재를 흘깃 보더니 출발한다.
다음택시가 멈춰서 유은재를 본다. 유은재가 묵묵히 서 있다. 뒤에 섰던 사람이 ‘안탈건가?’ 쳐다본다.
은재가 택시정거장을 떠난다. 뭐 어쩔수 없다. 이민가방을 탈탈 거리며 버스정거장쪽으로 향한다.
55. 박무열의 오피스텔 거실 (저녁)
들어오던 박무열이 주방쪽을 본다. 주방에서 아줌마가 얼굴을 내민다.
아줌마 : (어. 왜왔지) 목요일 날 온댔잖아?
박무열 : 일이 좀 있어서...
아줌마 : (박무열 분위기를 보며 물을 갖다준다) 무슨 일 있었어?
박무열 : (말하기도 쪽팔린다) 이모가 보기에도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야?
아줌마 : (무슨 상황인가 알아보려는 듯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다 귀찮다. 일어선다) 아. 됐어. (바지 주머니에서 뭘 꺼내 아줌마 손바닥에 꼭 쥐어주며 기분을 바꾼다)
이건 내 마음이야.
아줌마 : (펴본다. 분화구 옆에서 갖고 놀던 돌멩이다)...
박무열 : 미안. 선물 살 기분이 아니어서...
아줌마 : (농담삼아) 나쁜 놈 맞네.
박무열 : (방으로 들어가며) 나중에 진짜 좋은 거 사다줄게.
아줌마 : (돌멩이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주방으로 돌아간다)...
56. 유은재네 집 정원 (저녁)
김동아가 강아지와 놀고 있다.
김동아 : (손바닥을 편채) 기다려!!
안기다린다. 마구 달려든다.
김동아 : (강아지 얼굴을 감싸쥐고 흔들며) 이 자식이...반항하는 거냐? 응? 응?
문소리. 유은재가 들어온다.
김동아 : (강아지를 홱 던지고 은재를 향해) 은재야! 친구야!! (달려가 와락 끌어 안는다) 내일 온다고 했잖아?
유은재 : (시큰둥) 너보고 싶어 일찍 왔다.
김동아 : (감동적으로) 반갑다 친구야!!
유은재 : 나도 반갑다. (안으로 들어가며) 근데 아무것도 못 사왔다.
격반하던 김동아. 표정이 그대로 굳는다.
57. 은재네 집 거실 (밤)
김동아가 귤을 까고 있다. 귤이 다 까지자 바닥에 들어 누웠던 은재가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았는지 손을 내민다.
김동아 : (은재 손을 탁 치며) 네가 인간이냐?
유은재 : (더듬어 귤을 집어간다) 그마 해라.
김동아 : 너와 나의 얄팍한 우정은 이미 금 갔어!! 쩍 갈라졌어.
유은재 : (엎드려 얼굴을 가린다) 아! 쪽팔려. 왜 그랬을까? 왜? 왜? 왜? 나 바보 아니냐?
김동아 : (노무현대통령처럼) 바보 맞고요.
유은재 : 미쳤지. 왜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을까?
김동아 : (아직도 삐죽거리며) 전문적으로 말해줘. 자이가르니크증후군이란거야.
너한테 부족한 것에 더 집착하게 되는 거. 동수선배한테서 너네 아빠를 본 거지.
유은재 : (돌아누으며 말을 끊는다) 꿰다 맞추기는...
김동아 : 어쨌거나 넌 이제부터 우정에 집착할거야. 나를 잃어버릴테니까.
문소리. 목소리 선행한다.
(은재아빠) : (다정하게) 은재야!!
(유창호) : (반갑게) 누나!!
환한 얼굴로 들어오는 은재아빠와 창호.
은재아빠 : (신발을 벗는둥 마는둥 은재에게 오며) 우리딸, 얼마나 힘들었냐?
유창호 : (안쓰럽다) 우리 누나 눈 들어간것봐.
김동아 : (툭 던진다) 선물 안사왔대요.
부풀었던 은재아빠와 창호, 푸쉭!! 김이 빠진다.
은재아빠 : (믿을수 없다는 듯 은재와 동아를 번갈아본다)...
유창호 : (설마) 누나?
유은재 : ...
유창호 : (휘청 주저앉는다) 누나 그런 사람이었어?
김동아 : 이게 다 아저씨 잘못이에요. 얘를 어떻게 가르쳤길래.
은재아빠 : 해외여행 갔다가 선물사오는 건 법으로 정해진 거 아니야. 그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야지.
유창호 : 고소할까요?
은재아빠 : (누워있는 은재를 발로 툭 차며) 뭘 잘했다고 버르적거려.
유은재 : (뒹굴 돌아누으며) 반성하는 거예여.
은재가 누은채 창밖을 본다. 창에 비친 가족의 모습, 아빠와 창호....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신이 있다.
‘가족의 붕괴에 대한 경험’에서 오는 오버였던가? 어쨌거나 쪽팔리고 한심해서 한숨만 난다. 하~~
58. 케빈장의 사무실 (아침)
멍한 케빈장의 얼굴. 그 앞에 열중쉬엇 자세의 은재,
케빈장은 오래된 히터를 고치고 있던 중에 비보를 들었다. 몽키스패너를 든채 45도 허공을 본다.
유은재 : 죄송합니다.
케빈장 : (조용히) 은재야!
유은재 : 예. 대표님!
케빈장 : 나에겐 꿈이 있었다. 여름엔 사막보다 덮고, 겨울엔 한데보다 더 추운 이 건물에서!
한달에도 서너번씩 전기가 나가고 수도가 고장나는 이 말로만 빌딩에서 벗어나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문명의 땅으로 이사가는 꿈!
유은재 : ...
케빈장 : 우리 한번 상상해보자. 네가 계속해서 박무열을 경호한다면. 내일모레 자선패션쇼에 따라가겠지.
케이블에서 생중계를 한다니까 네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테고,
그때 네 어깨엔 ‘케빈장의 오두막’ 뺏지가 자랑스레 빛날테지.
유은재 : 대표님. 자랑은 아니지만... 전 그냥 짤린건데요. 걷어찬게 아니라.
케빈장 :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쉿!! (계속한다) 은재야. 나에겐 꿈이 있었다. 전국에 지부를 내고, 언젠가는 해외로...
유은재 : 알아요. 미국으로 건너가 휘트니 휴스턴을 경호하는 꿈. 아는데요. 왜 자기꿈을 날 통해 꾸냐구요. 부담되게.
케빈장 : (태도 돌변) 당장 가서 빌어. 응? 내가 이렇게 빈다. 가서 빌어라.
유은재 : 빌어서 될 일이 아니라니깐요.
58. 김태한의 사무실 (낮)
김태한은 책상앞에 앉아있고. 박무열은 서있다. 막 ‘유은재를 해고’했다는 말을 끝냈다.
김태한 : (보고있던 팬북 시안의 고쳐야할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덮은 다음)
노래방 엎어매치기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나 된지 아십니까? 일요일날 밤에 그랬으니까 이제 겨우 15일 지났습니다.
박무열 : (그게 뭐?)...
김태한 : 위험한 스토커가 있다고 대규모로 기자발표해 놓고, 형사고발까지 했는데. 2주 겨우 지나서 경호원을 해고했다!
박무열 : (남의 일처럼 듣는다)...
김태한 : 기자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설명하면 좋겟습니까?
박무열 : 알아서 해. 그게 네 일이잖아.
김태한 : (서랍에서 눈이 뽕뽕 찔린 사진을 꺼낸다) 보온병과 이 편지에서 동일한 지문이 나왔습니다.
박무열 : (흘깃 본다)...
김태한 : 경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박무열 : (양보하지 않는다) 경호원이 꼴통 하나야? 아니잖아.
김태한 : (박무열의 기분을 스캔 하듯 쳐다본다음 명쾌하게) 알겠습니다.
박무열 : (김태한의 지나치게 깔끔한 후퇴에 움찔한다)...
김태한 : 다른 경호원 알아보겠습니다.
59. 복도형 아파트 현관앞 (낮)
초등학교 학생이 귀가하는 시간이다.
이제야 일어난 얼굴로 밖으로 나오는 20대의 여자. 부스스한 몰골이지만 어딘지 섹시한 느낌이다.
발에 뭔가 밟힌다. 사각봉투!! 여자가 봉투를 함부로 뜯는다. 안의 종이가 나풀대며 떨어진다.
그것은 박무열의 사진. 눈 부분에 송곳자국이 수도없이 찍혀있는 그 사진이다.!!
이게 뭐지 여자가 쭈그리고 앉는 바람에 옷깃이 들리고, 쇄골즈음에 꽃뱀 문신이 눈에 띈다.
사진 뒷장에 글이 적혀있다.
60. 호텔 자선 패션쇼장 (낮)
패션쇼 준비중이다. 스탭들이 의자를 깔고 조명을 점검한다.
61. 호텔 앞 (낮)
박무열의 차가 도착한다. 조수석의 케빈장이 뛰쳐나와 운전석 문을 열려다가 안에서 문이 열리는 바람에 움찔한다.
박무열이 케빈장을 슬쩍 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62. 호텔 엘리베이터 (낮)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케빈장이 잡는다.
케빈장이 먼저 타다가 유은재를 발견한다. 케빈장을 따라 박무열이 탄다.
유은재는 긴장하지만, 박무열은 마치 못 본 것처럼 무시한다.
유은재가 경호하는 남자는 연예인이다. 박무열과 아는 사이인 듯, 인사하고, 근황을 묻는다.
63. 복도 (낮)
연예인과 박무열이 앞서고-그들은 워킹에 대해 이야기중이다. 과도한 워킹을 흉내내며 낄낄댄다-
그 뒤를 유은재와 케빈장이 들어온다.
연예인과 박무열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다. 문 양옆에 멈춰서는 케빈장과 유은재.
유은재 : (정면을 본채로 작은소리로) 할만해요?
케빈장 : (정면을 향한 채 작은 소리로) 프로는 할만해서 하는게 아냐. 해야 하니까 하는거지.
유은재 : (정면을 본채) 오올...
(고기자) : 어이구, 오랜만!
고기자가 너스레를 떨며 다가온다.
케빈장 : (흘깃 본다)...
유은재 : (보고 무시한다)...
고기자 : (얼렁뚱땅 안으로 들어가려한다) 박무열하고 또 누구 왔나?
유은재와 케빈장이 막는다.
64. 패션쇼장 (낮)
패션쇼가 진행중이다. 유명인들이 나올때마다 함성을 질러대는 일부팬들도 있다.
유은재가 경호했던 연예인이 나오자, ‘샛된 함성’소리가 나온다.
경호원들이 요소 요소 박혀있다. 유은재도, 케빈장의 모습도 모인다.
유은재의 시선이 무대를 지나간다.
박무열이 씩씩한 워킹을 하고 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자신감만은 최고다.
65. 호텔 클럽 (밤)
패션쇼 뒷풀이중이다. 연출, 참가자들이 술잔을 들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이야기중이다.
음악소리가 시끄러워서 큰소리로 얘기하거나 귀에 대고 이야기한다.
박무열이 연출자와 이야기하는데, 등뒤에서 어떤 여자가 다가온다.
쇄골즈음에 꽃뱀문신이 있는 여자. 59씬에서 봤던 그 여자다. 놀랄 정도로 섹시해졌다.
꽃뱀문신이 박무열의 귀에 대고 뭐라고 했는지 박무열이 그녀를 돌아본다.
박무열은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문신만큼이나 관능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다.
입구쪽에는 경호원들이 서 있다. 장시간 경호라 하품을 억지로 참는 경호원. 슬쩍 슬쩍 목운동을 하는 경호원.
유은재는 다리가 아파서 보이지 않게 무릎운동을 한다.
좀 전까지 박무열과 이야기하던 꽃뱀문신이 핸드폰 통화를 하며 유은재 옆을 지나간다.
여자의 뱀 문신이 특이해서 유은재가 눈여겨본다.
여자가 스쳐갈 때 우연히 들리는 말소리.
꽃뱀녀 : (혼자 웃는 것도 관능적이다) 당연 물었지. 12시쯤...?
함성소리에 경호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한다.
어떤 여자가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머리를 풀어 헤치며 춤을 춘다.
케빈장 : 자선쇼 한다더니 지들끼리 신났구만.
66. 호텔 로비 (밤)
소파에 앉아 있는 연예인과 테이블에서 춤추던 여자.
유은재 : (밖에서 들어온다) 차가 도착했습니다.
연예인과 춤추던 여자가 밖으로 나간다.
은재가 따라나가는데 그녀의 시야에 박무열과 꽃뱀녀가 호텔 프로트쪽으로 가는게 보인다.
뒤따라가는 케빈장도 슬쩍 보인다.
67. 호텔 앞 (밤)
연예인과 춤추던 여자가 밴을 타고 사라진다. 유은재가 고개를 숙여 배웅한다.
밴이 사라지고 유은재가 해방감에 짧은 한숨을 쉰다. 시계를 본다. 어떻게 할까?
드르륵 문자가 온다. 케빈장이다. ‘기다려. 같이 가자.’
68. 호텔 로비 (밤)
유은재가 들어와 소파에 앉는다.
그때 한 남자가 들어온다. 잘생겼다면 잘생긴 얼굴인데
어쩐지 양아치 포스가 풍기는 빡빡머리 남자는 털이 무성한 롱코트 안에 몸에 짝 붙는 민소매티를 입었다.
그남자 : (전화기에 대고 짜증낸다) 12시라며?
그 남자. 듣다가 인상 구기며 핸드폰을 접더니 은재 대각선 앞에 앉는다.
코트 안쪽이 벌어지는데 어깨에서 목 근처로 뱀문신이 보인다.
은재가 쳐다보자 그 남자가 슬쩍 웃는다. 유은재가 시선을 돌린다.
케빈장이 나온다. 유은재가 마주 일어난다.
유은재 : 어디 갔어요?
케빈장 : 누구? 박무열?
유은재 : (동시에) 그 시키.
케빈장 : (위를 가리킨다)...
유은재 : (그러든지) 차 어디 뒀어요?
케빈장 : 안가져왔어.
유은재 : (웃긴다) 그러면서 뭘 같이 가재요?
케빈장 : 버스타고 같이 가면 안되냐?
유은재가 일어서는데, 다시 한번 남자의 뱀 문신이 눈에 들어온다.
벽에 걸린 시계. 12시를 막 넘어서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은재는 밖으로 나간다.
69. 호텔 앞 (밤)
옷 단속을 하면서 나오는 케빈장과 유은재. 버스정거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추어서 잔뜩 웅크리고 걷다가, 유은재가 멈춰선다.
케빈장 : 빨리 와, 막차 끊겨.
유은재 : (돌아선다) 먼저 가세요.
케빈장 : 야!
유은재 : (호텔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케빈장 : (쳐다보다가 자기 갈길 간다) 설사면 설사라고 말을 하던가?
70. 호텔룸 (밤)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꽃뱀 문신의 여자가 핸드폰을 본다.
박무열이 욕실에서 나온다.
꽃뱀녀 : (핸드폰을 건네며) 전화!
꽃뱀녀가 욕실로 들어가고, 박무열이 핸드폰을 본다. 발신자 ‘꼴통’이다.
박무열, 수신거부한다.
71. 호텔로비 (밤)
유은재가 들어온다. 핸드폰을 움켜쥔채 힐긋 뱀문신 남자를 본다.
그 남자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문자를 받더니 일어난다.
유은재가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간다.
72. 엘리베이터 (밤)
유은재가 엘리베이터 제일 꼭대기층수를 누르고 내린다. 다음 엘리베이터도 다음 엘리베이터도.
유은재가 일을 마치고 프런트쪽으로 향했을때. 그 남자가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한다.
유은재의 등뒤에서.
(그남자) : (짜증섞인) 뭐야?
73. 프런트 (밤)
유은재 : (작은소리로 프런트 직원에게) 박무열 선수 몇층이죠?
직원 : 예?
유은재 : 저 박무열 선수 경호원이거든요. 잠깐 놓치는 바람에...
직원 : 직접 연락해보시죠.
유은재 : ...그럼 저 짤려요. (엘레베이터를 흘깃 본다. 남자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
직원 : 그래도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한.
유은재 : (사정한다) 한번만 살려주세요. 예.
직원2 : (직원1을 툭 치고.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준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경호원은 안티팬’이라는 고기자가 쓴 기사와 사진이 실려있다.
유은재 : (고개를 빼고 보다가) 맞아요. 그게 나예요.
74. 계단 (밤)
유은재.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75. 엘리베이터앞 (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그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탄다.
76. 계단 (밤)
유은재가 헉헉대며 게단을 뛰어 올라간다. 15층.
77. 호텔룸 (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박무열이 허리에 수건을 두른채 머리를 말리는 중이다.
침대옆 탁자에 두개의 은반지가 펜던트대신 걸린 목걸이가 놓여있다.
노크소리.
(유은재) : (목소리를 숨기며) 룸서비습니다.
박무열 : (욕실을 향해) 뭐 시켰어?
물소리에 못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문을 열러간다.
78. 호텔 복도 (밤)
은재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계속해서 엘리베이터쪽을 본다. 금방이라도 남자가 올 것 같다.
다시 노크를 하려는 순간 문이 열린다.
박무열. 우선 유은재를 보고 움찔한다.
유은재는 급하다. 박무열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79. 호텔 룸 (밤)
박무열 : (정신을 차렸다) 너 뭐야? 뭐냐구?
유은재 : (박무열의 옷가지를 챙긴다) 이따가여...빨리 빨리.
박무열 : 뭐하는 짓이야?
유은재 : (옷가지를 박무열에게 안긴다)
박무열 : (버럭) 야! (하다가 욕실을 의식하고 작은소리로) 너 내 눈에 다시 띄면
유은재가 박무열의 손을 잡으려는데 박무열이 손을 뿌리친다.
유은재 되는대로 박무열의 수건끝을 잡고 잡아당긴다.
박무열 : (수건이 벗겨질까봐 쫓아갈 수밖에 없다. 한손엔 옷가지를 한손엔 수건매듭을 잡고 쫓아가며 다급하게) 야. 야!!
유은재. 나가면서 박무열의 신발을 챙긴다.
80. 호텔 복도 - 비상구 (밤)
유은재가 박무열을 끌고 나온다. 엘리베이터쪽에서 띵 소리가 난다.
유은재가 홱 돌아서 비상구쪽으로 향한다. 박무열은 수건이 벗겨질까봐 반항도 못하고 쫓아간다.
81. 비상구 (밤)
반라의 차림으로 끌려나온 박무열.
박무열 : (수건 밑으로 팬티를 입으며 으르렁댄다) 너 뭐하는 짓이야. 이게.
유은재 : (복도를 살피며) 쉿!! 왔다.
박무열 : 뭐가 왔대는... (은재를 따라 복도를 본다)
문신남이 방문 앞에 서서 주위를 쓱 보더니 만능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박무열이 유은재를 본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냐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