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캉스
<캘 박>이란 말이 캘린더에 박제한다는 말로 중요한 일정을 달력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좋댓구알>은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이고 <갓생 >은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지속하며 성취감을 얻는 것 ‘신과 생을 합한 말’이다, <웃안웃>은 웃긴대 안 웃기다 <풀멍>은 풀을 보면서 멍때리기로 사물을 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MZ 세대들은 왜 이렇게 말을 줄여서 하게 되었을까?
다음 주말에 큰아들이 친구들과 시골집에 놀러 온다고 한다. 주말에 친구들과 시골집으로 <촌캉스> 갈려고 한다고 문자가 왔다. <촌캉스>라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지만, 아들에게 물으니 요즘 촌으로 놀러 가서 며칠 휴가를 보내는 것이 대세라고 한다, <호캉스> 그런 말처럼 촌으로 놀러 가서 하루 이틀 지내기에는 조금 불편해도 그 맛으로 놀다가 오는 것을 <촌캉스>라고 했다.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한적한 시골에서 느리게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도 풀고 에너지도 재충전한다고 한다, 많이 지치고 힘든 모양이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집에서 친구들과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앞에 큰 냇가도 있고 뒤로는 나지막한 산도 있다. 깊은 산골이라서 적막할 정도다. 이제는 할머니가 안 계셔서 우리 부부가 주말마다 내려가서 쉬고 온다. 집안 텃밭에 채소도 심고 꽃나무도 심고 과실나무도 심어놓았다. 지금은 시골집을 손보는 중이라서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불편함도 추억이 되니까 별이 눈앞에서 쏟아지는 아름다운 순간도 볼 수 있고 마당에서 장작불 피워서 고기도 굽고 고구마도 구워서 먹고 냇가에서 물고기 잡아 매운탕도 끓여 술 한잔하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큰아들이 오기 전에 미리 내려가서 먹을 것도 준비해 놓고 이부자리도 햇볕에 말려주고 모처럼 서울에서 친구들과 내려온다는데 즐겁게 보내다가 가도록 준비를 해줘야겠다.
겨울이 떠나가고 날이 따스해지니 주말마다 시골집에 가자고 남편이 조른다. 작년에 해보니까 힘들어서 매주는 못 간다고 선언했는데 날이 풀리니까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지금은 집수리를 하니까 힘이 들었다. 곁에서 보조만 해도 힘에 부쳤다. 그냥 휴가차 내려가서 놀다 오는 게 아니라 시골 생활이 보는 것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도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워서 돌아오니 올해도 옥신각신 티격태격 하면서 두 집 살림 하면서 보내야겠다. - 2024년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