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간질환의 중심에는 간염이 있다. 간암 역시 간염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 B형간염 감염자 4백만여명을 비롯, C형 50만명 등이 있으며 갈수록 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간염은 급성에서 시작해 만성간염-간경화-간암으로 전이가 잘된다. 간염이 무서운 것도 이때문이다. 간암의 경우 B형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70%, C형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 최고 20%에 이르고 있다. 간염은 이밖에 부종, 신부전, 식도정맥류와 비장비대 등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간세포에 침투한 간염바이러스(간첩)는 매미가 껍질을 벗듯 증식을 계속하면서 껍질(표면항원, 간첩이 키워낸 정보원들)을 벗는데 이것이 간세포 밖, 즉 혈액 속으로 나옴으로써 간염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종류도 A형, B형, C형, D형, E형 등으로 구분된다.
A형은 최근 우리나라 일부지역의 1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이 유형의 간염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두 달 정도 지나면 완치되며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환자의 배설물이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을 통해 전염되며 발병 2주일과 발병후 1주일 사이가 전염력이 강한 시기다.
문제는 B형과 C형이다. B형은 간암을 포함한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60~70%가 이 바이러스와 연관돼 있는 질병퇴치 1호의 대표적인 국민병이다. 혈액을 비롯해 정액과 질 분비물, 모유와 눈물, 침 등 각종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그러나 악수나 가벼운 입맞춤, 보균자가 요리한 음식이나 대화, 재채기, 기침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급성은 특히 감염자의 10% 정도가 만성으로 넘어가지만 아기 때 감염되면 90%가 만성이 되므로 산모는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
B형간염에 의한 만성간질환은 감염후 10~20년에 걸쳐 만성간염-간경화-간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뿐만 아니라 각 진행 단계별로 적당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B형 간염 감염률이 7~8%선이며 이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가진 간암 발병 가능성은 정상인에 비해 무려 200배나 높다.
C형은 B형에 비해 더 악질이다. 1989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C형은 급성의 경우 80%가 만성으로 넘어가며 자연회복이 드물고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 초기에는 주로 수혈을 통해 감염됐으나 요즘에는 수혈용 피를 미리 검사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백신개발로 감소추세인 B형과 달리 C형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실제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C형이 B형보다 많다. 게다가 C형은 급성일 때 경미한 피로감 외에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하기 전에는 확인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자연치유율이 높은 A형이나 백신이 개발된 B형은 별 문제가 없지만 C형은 백신이 없어 간단치 않다. 현재로서는 전염을 피하는 것이 C형간염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혈액을 통한 감염위험이 높아 문신, 피어싱 등 불필요하게 몸에 상처를 내거나 오염된 주사침, 무분별한 성접촉을 경계해야 한다. 면도기, 손톱깎이, 이·미용기구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히 만성간염환자에서 절제된 생활은 반드시 필요하다. 과로와 음주는 만성간염을 악화시키는 공적들이다. 바이러스성 간염환자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일반인에 비해 간경화 발병은 9배, 간암발병은 31배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 금주야 말로 병의 악화를 막는 부적이다.
또한 건강을 돌보지 않는 거친 생활이나 과로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다음날까지 피로가 누적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나 산보 정도로는 병이 악화되지 않으니 권할 만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과로와 마찬가지로 해로울 수 있다. 충분한 안정을 취하고 반드시 정기적인 간 검사를 실시해 생활관리의 지표로 삼아야 하는 것도 만성간염환자의 필수 수칙이다.
이미 걸렸다면 반드시 간염전문 주치의를 찾아 평생동안 관리를 받아야 한다. 각 대학 병원 소화기내과에는 2~3명의 간염전문가들이 있고 간전문병원도 있다.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이상은 검사를 받고 이에 따른 처방을 하는 것이 병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