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김영사, 2018)
3부 과신
19장. 이해 착각
- 사람들은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인 것에, 운보다는 실력이나 의도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인간은 과거를 설명하는 조잡한 이야기를 꾸며놓고 그것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인다.
- 인간의 정신은 과거의 지식이나 바뀐 신념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불완전하다. 일단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식의 ‘사후 판단 편형’: 닉슨이 1972년 중국과 소련 방문 전에 설문 조사해서 외교 정책의 15가지 가능한 결과를 두고 일어날 확률을 물음. ‘마오쩌둥은 닉슨과의 만남을 수락할까?’ ‘미국은 중국을 국가로 인정할까?’ ...등등. 닉슨 미국으로 돌아온 후 예전에 자신이 어떻게 대답했었는지 기억해보라고 요청. 15가지 결과 중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경우, 응답자는 자신의 과거 예상 확률을 과장. 일어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원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엉터리로 회상.
- 결과가 나쁠수록 사후 판단 편향이 더 커짐: 9.11 대참사가 발생하면 사건을 예상하지 못한 공무원들을 태만했거나 무지했다고 단정. 2001년 7월 10일, CIA는 알카에다가 미국에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정보 입수. 국장 조지 테닛은 이 정보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에게 전달. 나중에 이 사실이 불거지자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는 “역사를 좌우할 이야기를 손에 넣었으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상식 아니가”라고 단호히 말함. 그러나 7월 10일에는 이 짧은 정보가 역사를 좌우할 줄은 아무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
- 사후 판단 편향과 결과 편향은 무모한 도박을 벌여 승리한 사업가처럼 무책임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과분한 보상을 안겨줌. 몇 번의 성공적인 도박은 무모한 지도자에게 선견지명과 대담함이라는 후광을 씌워줄 수 있다.
-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나타난 기업 수익 및 주식 격차는 대체적으로 그때 이후 거의 다 사라짐.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다룬 기업들의 평균 수익도 단기간에 급히 떨어짐. 원래 격차에는 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평균격차는 줄어들게 마련. 사업 흥망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원하는 것(좋은 경영은 알아볼 수 있고, 그걸 통해 좋은 결과로 보답 받으리라는 점)을 제공해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면서 운의 결정적 역할과 회귀의 불가피성은 외면하고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만 전달. 독자에게 지속적 가치 없는 교훈을 전달.
20장. 타당성 착각
- 판단에 대한 주관적 확신은 그 판단이 옳을 확률을 합리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아니다.
- 전문가는 아마추어에게서 상당한 돈을 빼낼 수 있지만, 해마다 꾸준히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뮤추얼펀드는 경험이 많고 부지런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데, 그럼에도 50년 이상의 연구에서 밝혀진 증거는 분명. 펀드매니저 대다수에게도 주식 건별은 포커보다 주사위 굴리기에 가깝다. 뮤추얼펀드의 실적에서 전년 대비 상관관계는 제로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매우 낮다. 한 해의 펀드 실적이 높았다면, 주사위 굴리기처럼 주로 운발이라는 뜻.
- 어떤 분야를 조금 더 아는 사람은 그보다 덜 아는 사람보다 아주 약간 더 나은 예측을 한다. 그런데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능력을 착각해 비현실적으로 자신만만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의 한계 예상 수확 체감 지점에 순식간에 도달한다.
- 세상은 예측 불가능해서 예측 오류는 불가피. 자기 생각에 강한 확신이 든다고 해서 그 확신을 정확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21장. 직관 대 공식
- 전문가의 주관적 느낌에 의존한 ‘임상 예측’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몇 가지 점수와 순위를 조합해 만든 ‘통계 예측’보다 정확한지 비교한 연구는 200건에 이르지만, 그 대결은 늘 같은 결과. 연구의 약 60%에서 알고리즘이 훨씬 더 정확했고 그 외에는 무승부로서, 통계의 승리.
ex) 신입생 상담 후 기말학점 예측, 가석방 규정 위반, 비행조정 훈련 실패, 상습적 범행, 은행의 신용 위험 평가, 노동자의 미래 직업 만족도, 양부모로서의 적절성 평가, 보르도 와인의 미래 가격 등등.
- 왜 전문가가 알고리즘보다 못할까?
a. 전문가는 머리를 쓰려고 애쓰고, 틀을 벗어나 생각하고, 여러 변수를 복잡하게 조합해 예측을 내놓기 때문에 타당성을 떨어뜨림.
b. 인간은 복잡한 정보를 가지고 빠른 판단을 내릴 때 변덕이 심함. 들쭉날쭉한 판단이 만연한 이유는 아마도 시스템1이 전후 맥락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일 것.
22장. 전문가의 직관: 언제 신뢰해야 할까?
- 직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신만만한 전문가를 언제 신뢰할 수 있을까? 게리 클라인과 저자가 논쟁.
- 전문가도 두 그룹으로 구분: 소방 지휘관, 임상간호사, 기타 진짜 전문가(by 게리 클라인) vs 주식 선별하는 사람, 정치학자 등 지지하기 어려운 장기 전망 내놓는 사람들(by 저자)
-> 판단에 진정한 전문성이 담긴 때는 언제?
a. 주변 환경이 대단히 규칙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할 때
b. 오랜 연습으로 그 규칙성을 익힐 수 있을 때
-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예측이 부정확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자기기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 전문가가 직관적 전문성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충분한 실행 기회뿐 아니라 피드백의 질과 속도에도 달렸다.
23장. 외부 관점
- 저자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판단과 결정을 넣어야 한다고 이스라엘 교육부 설득, 대략 2년을 예상하고 교과서 집필에 들어감(내부 관점). 1년이 지나 팀 내의 교과과정 전문가에게 다른 팀의 진행상황 물으니, 보통 40%는 집필에 실패하고, 나머지는 7-10년을 소모(외부 관점). 그래도 외부 관점을 무시하고 진행했으나 총 8년이 걸렸고, 새 교과서는 활용이 안 됨. 내부 관점을 고수함으로써 ‘계획 오류’에 빠짐.
- 무미건조한 통계 정보가 해당 사례에 대한 개인적 느낌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 통계는 일상적으로 무시된다. 외부 관점은 내부 관점과의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 비현실적으로 최상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짤 때 + 비슷한 사례의 통계를 활용했다면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었을 때 => ‘계획 오류’
- 계획 오류 대처 방법: 참고 부류 예측(reference class forecasting)(유사업종 예측참고)
a. 적절한 참고 부류를 찾아낸다.
b. 참고 부류의 통계를 입수한다(철도 1마일 당 비용, 지출이 예산을 초과한 비율 등). 이 통계를 이용해 기준치 예측을 내놓는다.
c. 이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다른 프로젝트보다 낙관 편향이 나오리라 예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해당 사례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정보를 이용해 기준치 예측을 수정한다.
24장. 자본주의의 동력
- 우리는 대부분 세상을 실제보다 더 온화하게 보고, 우리 속성을 실제보다 더 좋게 보며, 우리가 세운 목표의 성취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본다. 미래를 예측하는 우리 능력을 과장하는 성향도 있어서 낙관적 과신을 낳는다.
- 낙관주의자: 낙관주의는 흔하지만 일부 운 좋은 사람은 유독 더 낙관적. 유전적으로 낙관 편향을 타고난 사람은 자신을 이미 행운아라 느낀다. 이들 중에는 평범한 사람보다는 발명가, 도전적 사업가, 정치 지도자와 군사 지도가가 많다. 이들은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쓴 덕에 지금의 위치에 왔다. 재능 있는 사람이고, 이제까지 운도 좋았던 사람이다. 소규모 사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중간급 관리자보다 일반적으로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성공한 경험이 있어서 자기 판단과 상황 통제력을 확신했다.
- 낙관주의는 다소 기만적인 측면이 있을지라도 행동을 해야 할 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 미국에서 소규모 사업이 5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35%.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통계가 자기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사업가들은 자기 업계의 전망을 좋게 보는 성향이 있어서, 동종 업계 사업의 성공률을 묻는 질문에 평균 60%라고 대답. 낙관적 기질의 장점 하나는 장애물을 만나도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인내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 비관적 조언을 받고도 일을 계속 추진하는 경우는 낙관적 성향의 발명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흔히 나타난다.
- 위험을 감수한 사람 대부분은 끝내 실망스러운 결과를 맛볼지언정, 사업가들은 낙관적 시각으로 위험을 감수한 덕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
- 과신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제적 압력은 재무나 금융 예측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도 이름 있는 전문가라면 높은 자신감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필립 테틀록의 관찰에 따르면, 자신감이 과도한 전문가일수록 뉴스에 초대받아 한껏 뽐낼 기회가 많아진다.
- 강한 낙관주의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좋게 말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낙관주의가 실행에 기여하는 바는 분명 긍정적이다. 낙관주의의 주된 이점은 중간에 좌절해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적 해명은 자아상을 지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 확신에 찬 낙과주의는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별로. 과신은 시스템1의 특성에서 나온 직접적 결과이며, 이 특성은 길들일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주관적 확신은 스스로 만든 이야기의 논리적 일관성으로 결정되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보의 양과 질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 낙관주의를 길들이는 능력은 개인보다 조직이 나을 수도 있다. 직관적 결정을 옹호하는 게리 클라인의 좋은 조언, ‘실패 사전 점검’(premortem): 조직이 중요한 문제를 거의 다 결정했지만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을 때, 그 결정을 잘 아는 사람들을 모아 짧게 회의. “1년 미래로 갔다고 상상합시다. 우리는 이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어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줄 테니, 그 참담함의 내력을 짧게 써보세요.” 실패 사전 점검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돌발적인 심각한 상황까지 철저히 막지도 못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편향과 무비판적 낙관주의 편향에 취약한 계획의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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