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골프협회(KGA)가 발간한 골프규칙재정집(2010~2011년)의 분량은 무려 500페이지에 이른다. 골프가 심판이 없는 신사의 스포츠로 평가받는 이유는 골퍼 스스로가 골프 규칙을 준수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골퍼들 모두가 그 많은 분량의 골프규칙을 모두 다 통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어 프로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으로 골프 규칙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각 상황에 따른 룰을정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적인 골프규칙을 숙지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작은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에티켓과 룰도 모르는 골퍼로 평가받기 일쑤다.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골프규칙에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면 몰상식한 골퍼로 낙인찍히게 된다.
올해 국내투어 무대에서 R이 보여준 행동은 이런 점에서 큰 안타까움을 샀다. 더군다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프로여서 그 파장은 더 컸다. 골프규칙 제13조‘볼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플레이(Ball Played as It Lies)’는 골프가 어떤 종류의 스포츠인가를 극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13조 1항 총칙은‘규칙에 따로 정한 때를 제외하고 볼은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명시돼 있다. 또 13조 4항에는 해저드 안에 있는볼을 샷 할 때 금지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해저드의 상태를 테스트하지말 것 ⓑ해저드 안의 지면이나 워터 해저드 안의 물에 손이나 클럽으로 접촉하지 말 것 ⓒ그 해저드 안에 있거나 해저드에 접촉하고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를 만지거나 움직이지 말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R은 13조 4항의 ⓒ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지 총상금 10억원에 우승상금 2억원이 걸린 대회에서 이 규칙을 위반하고 말았다. 그는 TV중계 카메라가 고스란히 그 상황을 찍어 방송하고 있는데도 볼 주위 풀을 손으로 헤집고, 주변정리를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샷을 하기 전 클럽으로 잔디를 누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혹시‘루스 임페디먼트(고정되어 있지 않고 생장하지 않으며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는 돌, 나뭇잎, 나무의 잔가지, 죽은 풀잎 등의 자연장해물)’란 용어를 잘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우승을 다투던 R은 결국 2벌타를 받고 우승경쟁에서 탈락했다. R은 한참 뒤 다른 대회에서도 볼 주변의 모래를 치우는 행동으로 다시 한 번 망신을 샀다.
Q R처럼 볼 주변의 모래나 흩어진 흙 등은 정말 치울 수 없는 것일까? 이를 어겼다면 벌타는 몇 타일까?
A 답은‘치울 수 없다’이다. 이를 어기면 2벌타를 받는다. 13조 2항에서는‘볼의 라이, 의도하는 스탠스나 스윙 구역 또는 플레이 선의개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