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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7월 8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부인·아들과 감격의 포옹
"젊은 수학자들 집착 말고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알아야"
"걸어온 길 구불구불했지만 돌이켜보니 가장 좋고 빠른 길"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국인 최초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8. kgb@newsis.com
[인천=뉴시스]이진영 기자 = "앞으로 수학계의 발전을 위해서 제가 할 역할이 조금 더 커진 듯 해서 마음이 무겁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싶습니다."
지난 5일 노벨상보다 더 받기 어렵다는 필즈상을 핀란드에서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가 사흘 뒤인 8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쁘고 행복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남방에 반바지를 입은 그가 출국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아내 김나영 씨와 아들 허단(8)이 꽃다발을 건넸고 감격의 포옹을 했다. 천재적인 재능뿐 아니라 일과 가정 모두에서 행복했기에 순수 학문인 수학에 몰입해 세계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수학자를 꿈 꾸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을 묻는 질문에는 '끈기의 중요성'보다 '포기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그는 "수학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하는 게 강조돼 왔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개인적으로 가끔은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가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은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 발전 상황상 아직 이해할 준비가 안 된 문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그런 문제를 계속 1년 2년 3년 4년씩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미있는 그런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빤짝이는 야광 신발을 신고 마중을 나온 허 교수를 쏙 빼닮은 아들 허단 군은 현장 기자 간담회 중간에 아빠에게 안기더니 "아들이에요. 나 조금 부끄러워요. 너무 많이 말하지 않을게요. 감사해요"라며 의젓한 면모를 드러내 순식간에 현장에 웃음꽃이 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국인 최초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8. kgb@newsis.com
◇다음은 허 교수와의 일문일답
-수상 소감은?
"저랑 함께한 동료들을 대표해서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고요. 가족분들, 친구들과 함께 여러 관계자분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셔서 더 행복해요. 앞으로 계속 수학계의 발전을 위해서 제가 할 역할이 조금 더 커진 듯 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일단 다음 주에 오는 13일 고등과학원에서 강연회가 한번 계획돼 있고요. 그 다음 주에는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에 여행 갑니다."
-후학 양성이나 한국 수학계에서 하실 일들이 좀 많아질 것 같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좀 생각하신 것들이 있나요.
"저는 고등과학원에서 석학교수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과학원 연구원들과의 상호작용을 생각하고 있어요."
-기억나는 대학 시절 은사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너무 많아서 제가 지금 다 나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분들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처음 수학에 정을 붙이고 좋은 과목을 가르쳐주신 김인강 서울대 교수님, 저랑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 선후배들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까지 오셔서 대수기하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 히로나카 교수님, 그 이후에 제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만났던 수많은 친구들, 동료들 그리고 선생님들. 저는 제가 살면서 항상 여러 가지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을 때 딱 그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딱 필요한 때에 순서대로 만났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한 마디.
"우리나라 수학자들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젊은 수학자들 중에 눈에 띄게 뛰어난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그 사람 중 한 명일 뿐이고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많이 발전한 만큼 그에 맞게 학문적으로도 발전을 따라가고 있는 는 순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한국인 최초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22.07.08. kgb@newsis.com
-수학자를 꿈 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수학은 진득하게 붙잡고 앉아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하는 게 강조돼 왔는데요. 그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포기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판단하는 게 직관인데, 자기가 곰곰이 앉아서 생각하기에 지금은 개인적으로 자기가 이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은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가 발전 상황상 아직 이해할 준비가 안된 문제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런 문제를 계속 1년 2년 3년 4년 그러면서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미있는 그런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어요."
-전공을 여러 번 바꾸는 등 탐색의 시간이 있었는데, 앞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2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많은 10대, 20대분들이 그러신 것처럼 저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 한 발짝씩 걸어나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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