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비워두었던 영흥도집으로 돌아오고나니 잡초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태균아빠마저 두 주넘게 들여다보질 않았으니 폐가분위기가 무럭무럭 커지고 있는 중... 한창 잡초들이 떼거지로 무성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자라는 속도는 하룻밤새 대나무격입니다.
쑥갓은 커지다 못해 밑으로 처져버렸고 상추심었던 곳은 아예 잡초밭이 되었고 파는 그래도 형상은 있으나 잡초가 더 커버렸습니다. 하우스 안에도 빼곡히 들어찬 이 놈의 잡초들!
이런 와중이라 옥수수는 반이상 쓰러져 버렸고, 주인을 기다리던 매실은 그저 바닥에 떨어져 뒹굴며 가지에 몇 개만 붙어 숨을 할딱일 뿐, 오이도 거의 노각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잡초를 제끼고 감자는 잘 여물어서 제법 큰 놈들이 뿌리에 매달려 있습니다.
사실 영흥도집에 매실나무가 두 그루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도 매실을 맺기에는 아직 어린 상태였는지 작년까지는 매실이 열린 것을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과실나무 상당수는 이렇게 몇 년을 가꾸고 키워야 제 역할은 하는데 귤나무도 묘목에서 결실목이 되려면 5-7년은 되어야 한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뇌신경의 원리와 이리도 같은지, 방치하면 잡초에 묻히는 것처럼 그렇게 제멋대로 가버리거나 생존력을 잃게 되고, 결실을 보기위해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고... 우리 아이들의 핵심 문제이기도 한 뇌신경의 가지인 미엘린, 즉 수초에 '초草'가 연상됩니다
물론 뇌신경망의 절연체인 수초는 한자로 髓鞘라고 쓰기 때문에 풀草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상세한 영상을 보면 마치 막자란 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소 난삽한 잡초형상이라 미엘린 피복체 역시 튼튼하고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총체적인 부실이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잡초뽑으며 우리 아이들 뇌신경을 빗대고 연상하다니, 제 머리는 온통 뇌! 생각 뿐! 우리 아이들의 머리를 낱낱이 밝혀내는 그 날까지 모든 생활반경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할겁니다.
어제는 간만에 태균이랑 비슷한 연령대의 자폐자녀를 가진 엄마와 점심과 수다자리를 가졌습니다. 참 희안하게도 월요일 차몰고 용인으로 올라오면서, 이 엄마를 소개했던 분을 떠올렸다가 연속해서 이 엄마도 잘 있나? 왜 이리 요즘 연락이 뜸하지?라고 생각하는 찰라 딱 걸려온 전화 주인공이 바로 그 엄마!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이런 걸 텔레파시라고 하겠지요?
그렇게 그 엄마와 그 엄마를 소개했던 분과 셋이서 비오는 날 축축한 경치까지도 근사한 한식당과 카페에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친구같아 좋았고, 공감대가 풍부하니 좋았고, 그리고 비슷한 아픔을 나눌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비록 저는 우리의 어려운 상황을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않는 씩씩한 군이고 그 엄마는 아프고 힘들다라고 여겼던 우울한 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씩씩한 기운이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씩씩한 것이 너무 좋습니다. 그게 제 체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도파민을 먹지 않습니다. 원래 씩씩한데 도파민까지 보충하니 체력이상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듯 해서 체력보존과 안배 차원의 조치입니다.
월요일부터 오늘 수요일 아침 일찍까지 숨가쁘게 전개되는 일들이지만 여기를 잘 마무리해 나가야 더 많은 것들이 풀려나갈테니 그저 Carpe Diem! 이라고 외치는 수 밖에요. 어디에 있던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
첫댓글 감자가 밭을 책임져 줘서 고맙고 사랑스럽네요.
노랗게 익은 매실은 시어도 드실만 해요.
첫상봉이니 하나 깨물어보시기요.
씩씩한 기운! 쉽지 않아 위대하답니다.
"행복한자폐아" 란 카페 대문이 주는 충격이 어마무시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대표님은 제 스승이었죠.
그림이땜에 죽지도 못하겠다는 심정이 가득한 어느날
명색이 신앙인이라면서 제 믿음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알았답니다.
정말 부처님같은 태균씨 보면서 참 많이 배우게 됩니다.🌻🙏‼️
지난 8일 그림이는 어린이집을 옮겼습니다.
네번째이자 마지막 얼집이라 믿습니다.
요즘은 고함 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 풉니다.
엄마는 점점 지치는데, 전 육지 사정도 만만치 않아 본가에 와 있고요.
그림이는 활보샘 도움을 받습니다.🌻
씩씩한 친구 때문에 기운을 얻어볼까 하는 심사로 까페를 들락거리는데, 여에님의 댓글이 늘 비타민 같은 덤으로 옵니다. 솔직함과 공감... 거기서 저도 한 수 배웁니다
아,대표님 친구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