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월 23일은 상강(霜降)입니다.
음력으로 9월에 드는 24절기의 하나로서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하는
절기입니다.
농촌에서는 한 해 동안의 긴 고생 끝에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상강은 가을의 마지막 절기입니다.
상강이 지나 ’입동(立冬)‘이 들어서면서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 됩니다.
세월이 변하며 흘러감에
허전함을 느끼곤 하지요,
오늘 이후부터는
기온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면서
추운 초겨울이 찾아올 겁니다.
상강 [霜降]
’상강(霜降)‘이란 밤 기온이 매우 낮아져 수증기가
지표에 엉겨서 서리가 내린다는 뜻입니다.
’상강‘은 24절기 중의 열여덟 번째로,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드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로서, 양력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210도에 이르는 10월 23일부터
입동(11월 7일)까지 이며 음력은 9월 중순입니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는
대신에 밤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입니다.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이 무렵에는 아침이면
땅에 서리로 뒤덮여 아침 햇살을 받아 온통 하얗게
반짝거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서 첫얼음이 얼며,
농촌의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
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상강‘에 나라 의례인 둑제(纛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둑제(纛祭)‘란 조선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纛-큰 군기)에
지내는 조정의 제(祭)로, 경칩(음력 2월)과 상강
(음력 9월)에 병조판서가 주관하여 지내는 제를
이릅니다.
특히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권문해(權文海-조선 중기 문신이며 학자))의 ‘초간
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을 보면 상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농사일에 경험이 많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이때에는 벼 베기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끝마쳐야 합니다.
예전부터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
(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합니다.
김형수(金逈洙-조선 말기 문인)의 ‘농가십이월속시
(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
하였습니다.
여기서 ‘승냥이가 제사힌다’라는 말은 승냥이가
먹이를 잡고 나서 넙죽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을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본듯 합니다.
농촌에선 길고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거둠의
기쁨이 있으니 어쩌랴. 농사를 잘 지었으면 잘 지은
대로, 못 지었으면 못 지은 대로의 수확은 있으니…,
가을 동안 잘 익은 호박 따 들이랴, 밤· 감 따랴,
조· 수수, 들깨 털어 수확하랴, 서리 오기 전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콩 타작하랴, 고단한
몸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들판에서 살 게 됩니다.
또 마늘 심기와 양파 모종 이식도 이맘때가 절정
으로, 일손이 많이 가는 마늘 농사는 집집이 모여
품앗이 형태로 심게 됩니다.
이 무렵 벼를 베어낸 논에는 다시 이모작용 가을
보리를 파종합니다. 보리 파종이 늦어지면 동해
(凍害)를 입을 우려도 있고 수확량도 급감하며
이듬해 보리 숙기가 늦어져 보리 베기가 지연되고
보리 베기가 지연되면 모내기가 늦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이 시기를 놓칠까 봐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때
쯤이면 ‘잎담배 수매’가 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수입 담배가 들어오기 전 잎담배가 비싼
제값을 받을 때는 담배수매가 시작되기 며칠 전
부터 그 지역은 흥청거렸습니다. 큰 행사였지요,
담배 등급을 판정하는 심사관들이 묵는 여관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판정을 받으려고 술 접대가 한창
이었고 수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목돈을 쥔 사람을
유혹하는 장사꾼이 모여들어 흥청거렸습니다.
목돈을 손에 쥔 농민들은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더러는 제 기분에 취한
나머지 일 년 고생해 지은 담뱃값을 기생집이나
사기꾼에 홀랑 털리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의 제철 음식으로는 국화전을 꼽을 수
있는데, 기름을 두른 번철(지짐질할 때 쓰는 무쇠로
만든 그릇)에 여러 색의 국화꽃을 얹은 쌀이나
밀가루 등 각종 반죽을 놓고 지져 먹습니다.
그밖에 국화주를 빚어 마시기도 하고, 화채를
비롯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봄부터의 바빴던 농사일도 추수의 가을걷이가
마무리 되면서 상강 때쯤이면 거의 끝이 납니다.
‘농가월령가, 9월령’에서는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침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행사들이 농사 기술 개량
으로 인해 모두 한 절기 정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또 농촌의 인심도 각박해져 새참, 점심, 저녁 새참
때면 지나는 사람도 불러 합석시키던 격의 없던
구수한 옛날의 모습이나 행태를 찾아보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는지요.
- 引用하며 쓴 글 2026년 10월 23일(木요일) 金福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