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 푯대봉 남쪽 골짜기
투박한 이 걸음에
얼마나 많이 상할지 몰라
한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같은 봄날엔
들길도 조심하라고
꼭 그러라고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칩니다.
――― 오영록, 『아지랑이 울타리』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4월 12일(토), 흐림, 박무
▶ 산행인원 : 3명(드류, 더산, 베리아)
▶ 산행시간 : 8시간 58분
▶ 산행거리 : 도상 16.6㎞
▶ 갈 때 : 덕소역 앞에서 양수리 가는 시내버스 타고, 양수리에서 문호리 가는 버스 탐
▶ 올 때 : 중미산 날머리인 가일리 용소유원지 위에서 설악 택시 불러 설악으로 가서,
잠실 가는 버스 탐
▶ 시간별 구간
08 : 23 –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汶湖里) 문호교 앞, 산행시작
08 : 45 – 174.7m봉
09 : 26 – 푯대봉(△353.9m)
10 : 17 – 무궁화공원묘원
10 : 38 – 매곡산(梅谷山, △509.6m)
11 : 10 – 460.3m봉, 헬기장
11 : 41 – 벧엘교회 시설
11 : 50 – 진대고개
12 : 12 – 가마봉(△487.8m), 점심
13 : 00 – 명달현(明達峴)
13 : 52 – 615.4m봉, 헬기장
14 : 39 – 696.6m봉
15 : 05 – 안부, 임도
15 : 58 – 중미산(仲美山, △834.2m)
17 : 21 –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可逸里) 용소유원지 위, 산행종료
푯대봉 남쪽 사면 산벚나무꽃
【금홍횡단(金洪橫斷)】
금홍횡단은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금진나루에서 남양주시 금곡동 홍유릉까지 산을 이어 가
는 도상거리 237.9㎞의 횡단을 말한다. 기점인 금진(金津)나루의 ‘금(金)’ 자와 종점인 홍유
릉(洪裕陵)의 ‘홍(洪)’ 자를 차용했다. 산을 이어간다면서 정맥(正脈)이니 기맥(岐脈) 또는
지맥(支脈) 등의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물을 건너기 때문이다. 오지산행은 금홍 237.9㎞를
13구간으로 나누어 횡단한다.
▶ 푯대봉(△353.9m)
천호사거리 현대백화점 지나 강동역 쪽으로 가다보면 하나은행 ATM기가 있는 건물 앞에서
23번 버스가 중앙선 구리역을 간다. 오늘따라 별일이다. 새벽부터 나와 어둑한 날이 훤하게
새도록 30분 넘게 그 버스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는다. 이 정류장에는 버스도착 예정시각을
알려주는 전광안내판이 없다. 다른 버스 타고 광나루사거리로 가서 구리역 가는 버스로 환
승하고자 하면, 23번 버스는 내가 그러기 기다려 바로 올 것만 같다.
하는 수 없이 눈 딱 감고 광나루사거리로 가서 구리역 가는 버스로 환승하였다. 이 버스는
구리경찰서 앞을 지나더니 아파트마다 들린다. 그 숱한 아파트들을 말이다. 구리역사에서
베리아 님을, 전철 안에서 더산 님을 만나고 덕소역까지라도 간다. 휴일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다음 전철이 양수, 용문을 간다.
덕소역까지만 운행한 전철은 용산으로 간다고 앞머리에 행선지 표지를 바꾸었다. 양수역으
로 가는 전철을 타려면 건너편 철길로 이동하여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전철이 오기
만 기다렸다. 셋이서 노닥거리다보니 용문 가는 전철이 오기는 온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전
철을 기다리던 우리가 타기에는 이미 늦었다. 얼척 없다.
또 20분을 기다리느니 덕소역사를 나와 양수리 가는 버스를 탄다. 오히려 이편이 나았다. 양
수역에서 버스 타려고 버스정류장까지 가려면 15분은 걸린다. 승객 대여섯 명을 태운 버스
는 봄나들이로 한강변 꽃길을 따라 상팔당, 능내리, 진중리를 거쳐 양수리로 간다. 양수리에
서 문호리 가는 버스도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서종면 문호리 가는 강변길은 가로수 벚꽃
이 터널이다.
버스는 문호리로 들어 문호천을 문호교로 건너서 선다. 어디로 오를까? 문호교를 다시 건너
고 음식점 옆으로 돌아 생사면에 붙는다. 첫발부터 수직으로 가파른 사면이다. 난데없는 불
청객에 인근 개들이 놀랐는지 궐기하듯 짖어댄다. 무너져 내리는 낙엽더미와 흙더미를 간신
히 떨쳐가며 갈지자 사선 긋는다. 한바탕 된 고역을 치러 능선 마루.
우리 하는 일이 번번이 그렇다. 애써 올랐더니만 능선 마루에는 왼쪽 산자락 끄트머리에서
시작한 동네 산책로가 능선 따라 여유 작작 올라오고 있지 않는가! 길 좋다. 등로 옆 넙데데
한 숲속에는 ‘힐링 쉼터’라고 통나무벤치를 수개 놓았다. 174.7m봉에 올라 입산주 탁주 분
음하고 겉옷 벗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살짝 내린 ┼자 갈림길 안부에는 간이운동시설이 열 지어 놀고 있다. 완만한 긴 오름. 주변
은 화원이다. 어찌 꽃만 꽃이라 하랴. 앙증한 새잎 또한 꽃이다. 굽어보고 둘러보고 돌아보
고 우러르고, 걷는 중 바쁘다. 산벚꽃이 모여 있는 저 아래 골짜기는 무릉도원이다. 한편으
로는 방랑객 다네다 산토카의 관찰이 틀림없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모두 거짓이었다 하고
봄은
달아나 버렸다
みんな嘘にして春は逃げてしまつた
상춘(賞春)하다 상춘(傷春)하여 푯대봉을 오른다. 경점이다. 데크전망대에 서니 지나온 산릉
이 뜻밖의 춘색 일색이라 낯설다.
2. 푯대봉 가는 도중의 힐링 쉼터
3. 푯대봉 가는 길
4. 푯대봉 가는 길
5. 푯대봉에서, 지나온 능선
6. 푯대봉 정상
7. 산벚꽃
8. 매곡산 가는 길
9. 푯대봉 남쪽 자락
▶ 매곡산(梅谷山, △509.6m), 가마봉(△487.8m)
동네 산책로는 푯대봉까지다. 푯대봉 이후로는 한결 한적하다. 모수 듬성듬성 남겨두고 벌
목한 사면 위의 능선을 지날 때는 시야가 트여 볼 것이 많아지고 비례하여 발걸음이 더뎌진
다. 더산 님은 이왕 나선 걸음 소구니산, 유명산까지 돌자고 앞장서서 채근하지만 아랑곳하
지 않는다. 374.4m봉 넘고 임도가 나오더니만 무궁화공원묘원이다.
봄날에는 망인이 더욱 그리운 법. 한 아름 꽃다발 든 성묘객들이 눈에 띈다. 등로는 왼쪽 비
탈진 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엄청 가파르다. 땀 뺀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 3개가 나란
한데 그중 삼각점(양수 434, 1988복구)이 있는 봉우리가 약간 더 높은 매곡산이리라. 쉴 때
마다 춘흥 못 이겨 탁주 분음한다.
박무로 사방이 흐릿하여 전도가 막막하다. 미리 도상으로 산행했었지만 지도에 눈 박고 간
다. 헬기장 지나고 산불감시망루를 지나 Y자 능선 분기봉인 460.3m봉에서 오른쪽으로 간
다. 445.7m봉에서 잠시 주춤하다 300m쯤 남진하여 왼쪽(동쪽)으로 꺾는다. 통통한 능선이
드러난다. 지도 읽어 산줄기를 찾아가는 즐거움은 늘 각별하다.
야트막한 안부에 밷엩교회 시설이라는 건물이 있다. 벧엘(Bethel)은 야곱이 하나님의 임재
를 경험했던 장소로 ‘하나님의 집’이라고 한다. 그런 데를 간다. 진대고개 마루에는 옛적의
신화를 알고 있음직한 노거수 3그루가 있다. 나지막한 봉우리(386.8m봉) 넘고 저 앞 나무숲
베일에 가린 가마봉이 주눅 들게 첨봉이다.
고개 푹 숙이고 다가가서 스틱이 휘어지게 짚어 오른다. 수적 덕 좀 보자하고 왼쪽 사면을
돌았으나 수적이 꽁무니를 빼는 바람에 더 애먹는다. 가마봉. 정상 표지석이나 표지판은 없
다. 삼각점은 양수 309, 1988 재설. 점심밥 먹는다. 더산 님은 아내가 다리가 부러져 이대목
동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미처 도시락을 챙기지 못하고 삼각김밥과 줄김밥을 사왔다. 그
어려운 삼각김밥의 포장을 능숙하게 벗긴다. 베리아 님은 도시락을 싸놓고도 그만 잊고 수
저만 가져와서 문호리에서 햄버거를 샀다.
가마봉 내리는 길도 오를 때만큼이나 가파르다. 뚝뚝 떨어진다. 엉겁결에 두릅나무라도 피
나게 움켜쥐어 제동한다. 명달현 절개지 절벽을 피해 오른쪽 가장자리로 내린다.
10. 푯대봉
11. 진대고개
12. 나무숲 베일에 가린 가마봉
13. 명달현 지나 중미산 첫 관문인 615.4m봉
14. 중미산 두 번째 관문인 696.6m봉, 오른쪽은 소구니산
15. 진달래꽃
16. 두릅나무(Aralia elata), 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
17. 중미산 가는 도중의 맹한 등산안내도, ‘현위치’란다.
18. 중미산 정상에서, 더산 님과 베리아 님(오른쪽)
▶ 중미산(仲美山, △834.2m)
이제 넘어야 할 명자 붙은 산은 중미산뿐이다. 그러나 정작 산행은 지금부터다. 여태의 산행
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중미산 제1관문인 615.4m봉. 고도 270m를 올려쳐야 한다. 사면
기웃거려 더덕 손맛이라도 본다면 무에 힘들까마는 잣나무숲이거나 철쭉나무숲으로 소위
‘푸른 사막’이라 걸음이 팍팍하다.
615.4m봉에 올라 잠깐 숨 고르고 가시덤불숲 헤쳐 내린다. 중미산 제2관문인 696.6m봉.
곧추 선 사면이다. 더하여 바위 슬랩이 나온다. 무한도전 산행표지기는 오른쪽으로 비켜갔
지만 우리는 직등한다. 바위 손맛 본다. 그리고 우람한 선바위 왼쪽 밑 다소곳한 처녀치마에
눈길 건네고 발자국계단 기어오른다. 이어 바윗길.
696.6m봉. 드디어 중미산이 시야에 잡힌다. 서서히 사면 누벼 내린다. 더산 님의 감각은 과
학적이기도 하다. 지난주에 이 길을 지나온 오지산행의 메아리 님과 대간거사 님의 발자국,
그들의 시선을 지도에서 예의 유추하고 실지에서 사각지대를 찾아냈다. 이삭이 아닌 대물더
덕을 수수나 뽑아 올렸으니 이후의 발걸음이 덩달아 사뭇 느긋했다.
임도가 지나는 안부로 내려서고 중미산 등로를 이정표가 안내한다. 중미산을 서너치에서만
오르는 줄 알았는데 등로 상태로 보아 여기가 주등로다. 한 피치 오르면 통신중계탑 지나
606.6m봉이다. 스퍼트 낸다. 서너치에서 숨 가쁘게 오르는 등로와 만나고 슬랩 기어올라 중
미산 정상이다. 이곳에는 아직 춘신이 도달하지 않았다. 삭막하다.
여느 때는 경점인 이곳이 오늘은 박무로 가렸다. 건너편 용문산마저도 뿌예 그저 짐작한다.
하산! 바윗길 살금살금 지나고 ┣자 갈림길이 나온다. 중미산 북릉인 직진은 삼태봉, 통방산
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미련없이 오른쪽 가일리 하산 길로 든다. 특고압송전탑(765kv) 지나
고 인적 뜸한 우리 길이다. 수북한 낙엽 지쳐 계곡에 이르고, 소폭 아래 너른 소를 보자 더산
님과 베리아 님은 알탕한다고 용감했으나 물이 워낙 차가워서 겨우 알탕 흉내하고 말았다.
계류 따라 내리고 색 바랜 연등을 처마에 두른 폐가가 나온다. 37번 도로. 용소유원지 위다.
기껏 설악 택시 불렀는데 설악 가는 시내버스가 지나간다.
19. 중미산 정상에서, 멀리 왼쪽의 산은 소구니산
20. 중미산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21. 삼태봉과 통방산(뒤)
22. 지나온 능선
23. 앞은 중미산 북릉과 그 뒤로 삼태봉, 통방산, 오른쪽 희미한 산은 곡달산
24. 어비산과 유명산(오른쪽)
25. 날머리 약계천(藥溪川) 천변의 수양벚꽃
26. 능내리 한강 주변, 덕소에서 버스 타고 양수리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이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답기에 이튿날 승용차 몰고 가서 찍었다
27. 능내리 한강 주변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2)
첫댓글 하이! 더사니성 글고 베리아님!!
地下 벙개? 암튼
이러케라도 존안을 뵈니 방가여^^
혹여 강동에 스치거나 볼 일 있으면
한따까리 합시다. 이짝은 지가 쏨다0.ㅎ
아니면 지가 그짝으로 오케이?
ㅎㅎ 그짝 정보 가 누구만 적용되는지요~~
푯대봉 사면의 산벚나무 군락지의 꽃이 만발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하는군요.
일요일 가신줄 알았더니 토요일 가셨네요.......일정이 안맞았나 봅니다........
역시 드류님의 사진 갑각은 달라요~~
바로 전주에 지난길인데 왜~~~ 나는 이런 사진을 못 찍나 몰라여~~~
쿵.쿵.(벽에 대갈통 찧는중~~~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