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은화 삼십의 거래(2)
“경기가 좋을 때도 잔돈이 몇 푼 있을 정도였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느냐 하는 그런 문제는
하나님께 맡기고 걱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가 남몰래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유다가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당신이…”
“유다!”
가야바가 말을 가로챘다.
“자네 처지를 모르는가?”
유다가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머리를 조아렸다.
“실례했습니다.”
그는 중얼거렸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그분에 관한 일을 잊어버리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역시 그분에게 매혹된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제야 눈이 좀 뜨인 모양입니다.
그분의 정체를 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분은 세상을 미혹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사상을 담은 말들은 이상한 반향을 일으킵니다.
이런 험한 세대에 있어서 그분은 온건한 말만 합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 대어라’(마 5:39)고 말합니다.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그대로
남을 대접하여라’(마 7:1), ‘너희가 판단을
받지 않으려거든 남을 판단하지
말아라’(마 6:31)고 말합니다.”
“알았어.”
안나스가 말을 막았다.
“요컨대 그는 백성들을 선동한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
지난 일요일에 그가 예루살렘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군중들이 그분의 발 앞에 엎드리어 호산나를 부르며
환성을 올리지 않았나?
그럴 때 무리를 선동하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그분은 무엇을 바라나?”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 나라의 평화주의에 미쳐
그것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분 자신은 체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보신책으로 체포를. 신변의 안전을 위함인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유다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 한 가지 더 묻겠는데.”
안나스가 무엇을 좀 캐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우리 제사장들을 공격하는 것을 들었는가?”
“들었습니다, 각하.”
“그래? 그럼 그 점에 대하여 자세하게 말해주게.”
“그분에게 해를 끼치거나 처벌은 하지 않으시겠지요?
각하, 그분은 마음이 선량한 사람입니다.”
“그 얘기는 벌써 하지 않았나, 이 사람아.
어서 우리를 공격하던 이야기나 하게.”
“각하, 그분은 당신네들을 성전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그런 비유를 몇 번이고 말하였습니다.”
안나스는 혀를 차면서 가야바와 마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위험한 인물이야.”
“자네가 말해주어 고맙네.”
그는 펜을 손에 들었다.
“그 자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지? 어떤 자들이야?”
유다가 말하는 대로 안나스는 열여섯 명의 이름을 적었다.
그것은 열한 제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세베대의 처 살로메,
막달라 마리아, 헤롯왕의 청지기인
구사의 아내 요안나 등이었다.
이 사람들이 베다니의 마리아, 마르다 그리고
나사로의 삼 남매와 함께 예수의 가장 가까운 제자이며
서로 믿고 지내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지위가 높은 사람들 중에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