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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음악...국립국악박물관
내용
한국 전통음악에서 현재 음악인들이 관용적으로 쓰고 있는 민속음악 또는 민속악이라 말의 개념은 막연하게 ‘정악’의 반대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데, 정악이라는 용어 자체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민속악이라는 용어도 정확한 개념의 정의는 없이 관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지 학문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민속악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악이라는 용어의 개념부터 정의해야 한다.
정악이라는 용어는 1960년대부터 막연하게 궁중의 제향악, 연향악, 군악 그리고 민간의 줄풍류, 가곡, 가사, 시조를 총칭하는 말로 음악학계에서 관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 범주에 관노청이나 교방과 같은 관아 소속의 기구에서 사용하던 음악이 빠져 있으므로 이것이 정악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반대 개념으로 민속악 즉 민속음악은 정악 즉 궁중과 관아에서 사용하던 음악, 민간 풍류방 음악에 속하지 않는 모든 한국정통음악을 총칭하는 말로 정의 할 수 있다. 그래서 풍류방을 제외한 모든 전통 민간음악을 민속음악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음악부분의 개념은 한국의 음악사 문헌에 나타는 속악俗樂이라는 말의 개념이나 서양음악에서 민속음악Fork Music이라는 말의 개념과는 다르다. 한국의 음악사 문헌에 보이는 속악이라는 말은 중국의 아악, 당악의 상대가 되는 개념 즉 향악鄕樂이라는 개념으로 쓰였다.
근대 서양의 고전음악이나, 음악인류학에서 쓰는 민속음악이란 용어의 개념은 서양의 고전음악이나 대중음악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막연하게 민간의 전통음악을 지시하는 것이지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규명하자면 민속문화집단이 민속문화 행위로 생성하고 연행하고 전승하는 음악부문을 가리키는 말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양고전음악이나 음악인류학에서 쓰는 민속음악이라는 용어에는 교회의 의식에서 연주되는 종교음악이나, 고전음악인이라고 불리던 전문적 음악인들이 연주했던 예술음악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양음악이 아닌 다른 지역 문화에서 전통적인 종교음악이나 전문적 음악인들이 연주하는 전통예술음악은 민속음악에 포함하고 있어 이 용어의 개념 정의에 어려움이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 전통음악인들이 민속악이라 이르는 용어는 음악사에서는 서양음악학에서 민속음악이라는 용어의 개념과는 다르게 음악인들이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인 것이다.
한국 전통음악인들이 쓰고 있는 민속악이라 이르는 범주에는 민요, 마을단위의 농악, 유랑음악집단의 음악과 같이 서양음악에서 말하는 민속문화집단이 일련의 민속문화 행위 안에서 창조하고 향수하고 전승하는 음악은 물론이고, 불교음악·무속음악과 같이 종교 의식에서 승려나 무속인에 의해 연주되는 음악도 포함되며, 판소리·산조처럼 음악 전문가 집단이 연행하는 예술음악도 포함하고 있다. 민속음악 가운데 종교의식음악으로 꼽히는 음악은 불교음악과 무속음악이 주가 되며 흔히 도교음악이나 기독교음악은 포함되지 않는다.
불교음악에는 사찰 안의 음악과 사찰 밖의 음악이 있다. 사찰 안의 불교음악은 영산재, 수륙재와 같은 사찰 안의 의식에서 범패승梵唄僧과 같은 음악 전문집단이 연행하는 짓소리, 홋소리, 화청和請과 같은 겉채비소리와 병법秉法과 같은 비음악집단이 가창하는 안채비소리음악을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사찰 밖의 음악에는 걸립승이나 탁발승이 탁발이나 걸립을 연행하며 가창하는 탁발염불, 고사염불告祀念佛을 가리킨다.
무속음악은 굿[巫儀式]이라 이르는 무속 의식에서 사제자인 무당이 연주하는 음악을 가리킨다. 무당에는 선굿을 하는 ‘큰무당’도 있고 유사무당인 ‘작은무당[疑巫]’도 있다. 큰무당에는 세습무와 강신무가 있는데 황해도를 비롯한 북부에서는 강신무가 큰굿을, 동해안 지역을 비롯한 남부에서는 세습무가 큰굿을 한다. 큰 무당의 무의식에는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집굿[家祭], 죽은 이의 천도를 기원하는 넋굿[慰靈祭], 지역이나 집단의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굿[大同祭]이 있다.
민속음악 가운데 음악 전문가 집단이 연주하는 예술성이 높은 음악에는 판소리, 산조, 잡가雜歌, 좌창坐唱, 입창立唱(선소리산타령)과 같은 음악이 있고 전문적인 농악인이 치는 판굿 농악도 전문가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나 산조를 연주하는 음악집단은 문헌에 창우倡優, 俳優라 이르는 민간의 전문 예술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집단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집단의 공연자들을 판소리, 고사소리와 같은 성악과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광대廣大, 줄타기, 땅재주와 같은 곡예를 전문으로 하는 재인才人, 승무와 같은 무용을 전문으로 하는 무동舞童, 산조, 시나위, 삼현육각을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工人으로 분야별로 구별하여 부르는 명칭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분야별로 다른 연주자 명칭은 쓰지 않는다.
판소리는 본디 창우집단의 총체공연인 창우희倡優戱에서 공연하였던 것이라 청중의 생활감정에 맞게 <가루지기타령>, <배비장타령>과 같은 해학적인 재담소리가 인기를 끌었고, 열두 마당이라 하여 열두 가지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뒤에 판소리가 상류집단의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창우희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공연되기 시작하면서 <가루지기타령>이나 <배비장타령> 같은 재담소리들은 음악을 잃어버리고 텍스트만 남았고 상류집단의 취향에 맞는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다섯 마당으로 줄어서 전승되고 있지만 판소리 자체의 예술성이 높아서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산조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본디 야외 음악이었던 시나위에서, 심방곡이라는 불리는 전기 산조의 형태가 먼저 파생되었다. 이것이 방중악으로 연주되면서 판소리와 같은 음악의 영향으로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세분화되고 거대한 조곡으로 발전한 것이다. 심방곡이라 이르던 초기 전기 산조에서 김창조에 의하여 판소리의 악조를 도입하여 가야금산조로 체계화되면서 후기 산조가 된 것이다. 이를 이어 거문고산조, 대금산조가 후기산조로 되었고 지금은 해금산조, 피리산조, 아쟁산조 등 대부분의 산조가 근대 산조로 발전한 형태의 것이다.
좌창坐唱은 평민으로 구성된 가창집단이 앉아서 부르는 노래라 하여 좌창이라 부른다. 서도 지방에서는 <공명가>, <초한가>와 같은 악곡들로 구성된 일련의 노래들을 가리키며 경기도에서는 <유산가>, <제비가>를 비롯한 휘모리잡가 등을 가리킨다. 조선 말기에 경기도 좌창집단이 <유산가>와 같은 긴 것을 긴잡가라 이르고 <곰보타령>과 같이 빠른 것을 휘모리잡가라 지칭한 것과 같이 좌창을 잡가라 불렀기 때문에 근래 국악에서는 다른 지역 좌창도 함께 잡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입창(선소리)은 서서 발림하며 부르는 소리를 총칭하는 말인데 지금은 선소리산타령만을 이르는 말로 좁혀졌다. 사당패소리를 남자 소리꾼들이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으로 오늘날 선소리 산타령으로 발전시킨 것인데 지역에 따라 음악 특징이 달라져서 오늘날 경기 선소리산타령, 서도 선소리산타령이 되었다. 남도에서는 잡가광대들이 사당패소리를 남도잡가로 발전시켜 <보렴>, <화초사거리>, <육자배기>, <흥타령>, <개구리타령>으로 발전시킨 것인데 지금은 여자 판소리 명창들이 부르고 있고 이를 남도잡가라 이르지만 이를테면 선소리산타령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농악은 꽹과리, 징, 장구와 같은 악기를 치며 행진, 놀이를 벌이는 음악을 말하는데 이는 본디 마을 당산에서 농악의 의식을 행하던 당산굿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이 정초에 집집마다 정화시키는 마당밟기(지신밟기), 집집마다 풍물을 치며 고사를 지내고 돈을 걷는 걸립굿, 농민들이 풍장을 치면서 김매기를 하는 두레풍장(두레굿)으로 분화되고 여기에서 구경꾼을 위한 판굿이 추가되었다. 오늘날 전국민속예술대회 등의 농악경연대회에서 연행하는 것은 주로 판굿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장마당을 떠돌면서 음악을 연주하고 돈을 걷는 유랑집단에 여러 종류가 있었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것으로 사당패, 초라니패, 풍각쟁이패, 굿중패, 무동패 등이 있었으나 근대화와 함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사당패는 본디 시장에서 염불을 외고 시주를 걷던 불교 집단이었지만 뒤에 잡가를 부르는 집단으로 바뀌었는데 이들의 음악은 뒤에 선소리산타령, 남도잡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이 집단은 조선말기에 남사당패로 바뀌었고 지금은 장마당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초라니패는 가면을 쓰고 장고를 메고 고사소리를 부르며 돈을 걷던 무속집단이다. 풍각쟁이패는 요즈음 말로 하면 거리악사에 해당한다. 통소나 해금을 연주하며 돈을 걷던 집단이다. 굿중패는 악기를 연주하며 시주를 걷던 불교집단이다. 무동패는 풀물을 치며 동고리 세우고 무동놀이를 하며 돈을 걷던 집단이다. 이들 유랑집단은 조선 말기에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민속음악 가운데 가장 많은 사라들이 즐기던 음악 부문이 민요이다. 이 부문에는 이른바 통속민요와 토속민요의 성격이 다른 두 부분이 존재한다. 통속민요가 민요 전문가 집단이 대중집단의 향수를 위하는 대중문화행위로 부르는 민요이지만 토속민요는 민속문화집단이 민속문화 행위로 부르는 민요이다.
통속민요는 대중의 향수를 위하여 전문적인 소리꾼이 가창하는 민요로 널리 대중에게 유행되어 되어 전승지는 물론 타지역까지 널리 알려졌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민요들을 지역명칭으로 지칭되고 있다. <노랫가락>, <창부타령>으로 대표되는 경기민요, <육자배기>, <농부가>으로 대표되는 남도민요, <수심가>, <배따라기> 등으로 대표되는 서도민요가 널리 알려졌다. 지금 <정선아리랑>을 강원도민요, <밀양아리랑>을 경상도민요, <산염불>을 황해도민요, <어랑타령>을 함경도민요라 하여 각 도별로 지칭하고 있는 민요들은 모두 통속민요에 속하는 것들이다.
민요 가운데 토속민요(향토민요)는 서양음악의 민속음악의 개념과 일치하는 용어로, 민속집단이 민속문화 행위로 생성하고 연행하면서 전승하는 민요 부문이라 타지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통속민요를 연행하는 민속집단은 농민, 어민, 벌목꾼, 상두꾼, 부녀집단, 아동이집단 등으로 다양하고 이들의 연행문화 행위도 다양하여 민속학에서는 연행행위에 따라 농요, 어요, 장례요, 벌채요, 부녀요, 동요로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이것들이 다 토속민요인데 이 가운데 <농부가>, <보리타작>과 같은 것들은 토속민요였던 것을 소리꾼이 유행시켜 통속민요화된 것이다.
특징 및 의의
민속음악에 속하는 음악부문에는 불교음악, 판소리, 산조, 시나위, 좌창(잡가), 입창(선소리산타령), 판굿농악, 민요 등 국악개론에 올려진 음악도 있지만 무속음악, 마을농악, 토속민요, 유랑집단 음악 등 수많은 국악개론서에는 실리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음악부문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정악에 속하는 음악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부문으로 된 점과 상대적인 특정이다.
민속음악을 연행하는 음악집단에는 창우집단, 좌창집단, 입창집단 등의 전문적인 음악집단도 있고 승려집단, 무속집단 등 종교사제집단도 있고, 농민집단, 어민집단, 벌목군집단, 부녀집단, 아동집단과 같은 전문적인 음악집단이 아닌 집단도 있어 매우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정악을 연주하는 집단이 악생, 악공, 풍류객 등의 전문적인 집단에 한정된 것과 대조가 된다.
그래서 민속음악은 창우집단, 좌창집단, 입창집단등 전문적인 음악집단이 연주하는 순수공연을 위한 음악도 있고 승여집단, 무속집단 등 종교사제집단이 연행하는 의식음악도 있고, 농민집단, 어민집단, 벌목군집단, 부녀집단이 연주하는 노동 행위, 축제행위로 연행되는 음악도 있고, 부녀집단과 아동집단이 유희로 연행하는 음악도 있어 매우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정악을 연주하는 집단이 악생, 악공이 연주하는 제향, 연향에 따린 부대음악도 있고 율객, 가객 등 풍류객이 연주하는 음율, 정가 등 순음악으로 한정된 점과 대조가 된다.
민속음악에 드는 음악은 느린 음악도 있지만 대체로 빠른 속도로 된 음악이 많다. 단순한 음악도 있지만 전문 음악인의 음악은 대체로 리듬이 변화가 많고 리듬감이 다채로우며 성음변화가 많아서 즐겁고 슬픈 감정표출이 강한 음악이 많다. 이것은 정악에 드는 음악이 대체로 느린 음악이 많고 리듬감을 억제하며 유장하고 정대하여 감정 표출을 절제하고 유유자적한 음악이 많다는 점과 상대적인 특징이다.
참고문헌
국악개론(장사훈·한만영, 한국국악학회, 1975), 문화적 측면으로본 한국 전통음악의 분류 방밥론 서설(이보형, 한국 음악연구20, 한국국악학회, 1992), 문화유형과 문법구조에 의한 국악분류방법론(이보형, 한국 음악분류방법론의 제문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