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形影神(형영신)> <형상∙그림자∙신>
序(서) 서문
貴賤賢愚(귀천현우) 귀하거나 천하거나,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莫不營營以惜生(막불영영이석생) 잘 나가고자 바둥거리며 삶을 아끼지 아니함이 없으니
斯甚惑焉(사심혹언) 죄다 심각한 미혹 속에 있도다!
故極陳形影之苦(고극진형영지고) 고로 형상은 그림자의 고통을 깊이 드러내고
言神辨自以釋之(언신변자이석지) 신은 출처를 밝혀 말함으로 그것을 풀이한다.
好事君子(호사군자) 배움을 즐기는 군자는
共取其心言(공취기심언) 그와 같은 마음의 진술을 공감할 것이다.
* 형상∙그림자∙신 : 형(形)은 얼과 넋을 말할 때 넋을 가리키고 그림자(影)는 인간의 의식을 가리키고 신(神)은 얼을 가리킨다.
<形贈影(형증영)> <형상이 그림자에게 권한다>
天地長不没(천지장불몰) 하늘과 땅은 오래도록 이어지며 사라지지 않고
山川無改時(산천무개시) 산천은 바뀌는 때가 없다.
草木得常理(초목득상리) 풀과 나무는 섭리를 따르고
霜露榮悴之(상로영췌지) 서리와 이슬은 풀과 나무를 자라게도 하고 시들게도 한다.
謂人靈智(위인영지) 사람은 신령하고 지혜롭다고 말하지만
獨復不如玆(독복불여자) 절대로 이와 같지 않다.
適見在世中(적견재세중) 마땅히 세상 속에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奄去靡歸期(엄거미귀기) 갑자기 가면 돌아올 기약 없으니
奚覺無一人(혜각무일인) 사람 하나 없어진 일을 어찌 알리!
親識豈相思(친식기상사) 가까웠던 이들이나 알고서 바라건대 서로 생각할 따름이다.
但餘乎生物(단여호생물) 다만 살면서 쓰던 물건이나 남기니
擧目情悽洏(거목정처이) 눈을 들어 보면 마음이 슬퍼지고 눈물이 흐르는구나!
我無騰化術(아무등화술) 우리는 (하늘로) 올라 (신선이) 될 수 있는 재주가 없으니
必爾不復疑(필이불부의) 필연적인 일을 자네는 강조컨대 의심할 수 없다.
願君取吾言(원군취오언) 자네가 내 말을 인정하길 바라니
得酒莫苟辭(득주막구사) 술을 얻거든 바라건대 사양하지 말게나.
<影答形(영답형)> <그림자가 형상에게 답하다>
存生不可言(존생불가언) 생명의 보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衛生每苦拙(위생매고졸) 삶을 지키기에도 늘 괴롭고 어리석구나!
誠願遊崑華(성원유곤화) 참으로 곤륜산과 화산에서 노니길 바라지만
邈然玆道絶(막연자도절) 그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하게 멀어 끊어졌다.
與子相遇來(여자상우래) 자네와 서로 만나 함께한 이후로
未嘗異悲悅(미상이비열) 슬픔과 기쁨을 따로 겪지 않았다.
憩蔭若暫乖(게음약잠괴) 그늘에서 쉴 때에는 잠시 떨어진 듯 하지만
止日終不別(지일종불별) 해가 질 때까지 늘 떨어지지 않는다.
此同旣難常(차동기난상) 이와 같은 동행은 원래부터 영원할 수 없으니
黯爾俱時滅(암이구시멸) 어둠이 오면 자네는 늘 함께 사라진다.
身沒名亦盡(신몰명역진) 육체가 사라진다고 하여 이름 또한 다하겠는가?
念之吾情熱(념지오정열) 그것을 생각하니 내 감정이 뜨거워진다.
立善有遺愛(입선유유애) 선행을 드러내면 사랑을 남기니
胡爲不自竭(호위부자갈) 어찌 스스로 애쓰지 않겠는가?
酒云能消憂(주운능소우) 술을 마시면 근심을 없앨 수는 있겠지만
方此詎不劣(방차거불열) 이에 견주면 얼마나 덜떨어진 일인가?
* 곤륜산 : 불로장생과 불사를 관장하고 여자 신선의 우두머리인 서왕모가 산다는 전설적인 산이다.
* 화산 : 중국 산시 성에 있는 산인데 예로부터 도 닦는 이들이 모여 살던 산으로 절이나 도교 사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섬서성 화음현에도 화산이라는 명칭이 있고 화산의 연화봉에는 도 닦는 이들이 모여 화산파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神釋(신석)> <신이 풀이하다>
大鈞無私力(대구무사력) 큰 물레는 사사로이 힘을 쓰지 않고
萬理自森著(만리자삼저) 만 가지 이치를 절로 숲처럼 드러낸다.
爲三才中(인위삼재중) 사람이 세 가지 근본 중에 있게 되는 것은
豈不以我故(기불이아고) 어찌 나로 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여군수이물) 비록 자네들과는 다른 대상이라고 하나
生而相依附(생이상의부) 나면서 서로 의지하고 함께 했다.
結托旣喜同(결탁기희동) 서로 합쳐져 의지하여 사는 일을 함께 기뻐하였으니
安得不相語(안득불상어) 어찌 돕고자 알려주지 않겠나?
三皇大聖人(삼황대성인) 삼황은 위대한 성인이었지만
今復在何處(금부재하처) 이제 강조컨대 어느 곳에 다시 있는가?
彭祖愛永年(팽조애영년) 팽조는 영원한 삶을 사랑하며
欲留不得生(욕류부득생) 머물고자 하였으나 생을 얻지 못하였다.
老少同一死(노소동일사) 늙은이나 어린이나 모두 똑같이 죽을 것이니
賢憂無復數(현우무부수) 현명함이나 어리석음이나 강조컨대 헤아릴 필요 없다.
日醉或能忘(일취혹능망) 매일 취해 있으면 혹여나 잊을 수 있겠지만
將非促齡具(장비촉령구) 장차 수명을 함께 줄이는 일이 아니겠나?
立善常所欣(입선상소흔) 선행을 하는 일도 언제나 기뻐할 일이기는 하지만
誰當爲汝譽(수당위여예) 누가 마땅히 자네를 기리겠는가?
甚念傷吾生(심념상오생) 깊은 생각은 우리의 삶에 해로우니
正宜委運去(정의위운거) 정답은 마땅히 운명에 맡기고 살아 가는 것이다.
縱浪大化中(종랑대화중)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따르며
不喜亦不懼(불희역불구) 기뻐하지도 말고 또한 두려워하지도 말거라.
應盡便須盡(응진변수진) 다함이 정해진 것은 곧 마땅히 다한다.
無復獨多慮(무부독다려) 다시는 홀로 깊이 생각하지 말게나.
* 세 가지 근본(三才 ) : 세상을 이루는 세 가지 근본으로 하늘과 땅과 사람을 가리킨다.
* 삼황 : 중국 고대의 전설 상의 세 임금으로 수인씨, 복희씨. 신농씨를 가리킨다. 수인씨는 불을 발견하여 불로 요리하는 법을 전했고 복희씨는 사냥의 기술을 전했으며 신농씨는 농경의 기술을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 팽조 : 800년을 살았다고 알려진 중국 고대의 전설 상의 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