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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남자 마더에요
아무리 상대가 약자라 해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나라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다.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다.
쁘리쌰의 C자로 꼬부라진 손가락을 눈치 채지 못한
제비는 스크린주인여자에게 노골적으로 작업근성을 들어냈다.
“저를 멋진 남자라니까 기분 째집니다. 하하하.
허지만 사장님의 퍼펙트페이스엔 게임도 안 됩니다. 요즘 충무로가 왜 훤한가했더니 사장님 때문에 그랬군요. 스타일도 킬하고 코디도 디프해서 단연
충무로환타지입니다. 보이스만 들어도 까무라칠텐데 사장님 퍼스날뷰티에 안 뻗는 놈은 간첩입니다. 사장님 같은 분이라면 하루 밤에 세 번 킬해도
여한 없겠습니다.”
가능한 영어를 많이 섞어야 유식해 보이는
작업용어에 스크린여주인이 까빡하는 반면, 쁘리쌰의 동공은 크게 팽창했다.
호리호리하고 스마트해 보여 쁘리쌰가 최초로 불러준
이름 제비. 그 제비가 어느 틈에 완전히 카바레제비로 변질되었다고 느껴져 쁘리쌰는 놀랬다.
아니? 제비새끼가? 진짜 바람 든 똥개
아냐?
쁘리쌰의 야들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안면근육도
바들바들 떨렸다. C자로 꼬부라진 손톱엔 전기가 찌릭찌릭 올랐고 상하 이빨사이에서 우드득우드득 양쪽 광대가 볼록 나왔다.
제비의 말은. 스크린여주인에겐 환심 사는
말이었지만 쁘리쌰에겐 치명적이었다. 스크린여주인에 대한 반감이 제비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펄펄 끓어올랐다.
온도가 100도로 올라가면 물만 끓는 것은
아니다.
여자의 성질도 100도까지 끓는다. 여자가
100도로 끓으면 물보다 더 무섭다.
이런 것을 심리학적으로 통칭, 질투라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질투가 아니다. 질투는 99도까지 끓었을 때고 100도에 도달한 상태는 증오라고 해야 한다.
여자의 질투나 증오는 극단의 사랑이 없으면
발생불가하다. 흔히 말하는 오뉴월서리하고 다르다.
오뉴월서리는 사랑이 끝난 여자의 한이고, 증오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절실한 갈증외피다. 그러니까 유화하기전의 껍데기를 증오라고 한다면 번데기 속의 벌레는 갈증으로 가득한 사랑인 셈이다.
이 말을 2차방정식처럼 풀어보면.
가령, 두 사람이 사생결단 사랑싸움했다
치자.
한이 서린 여자는 죽어도 화해하지 않지만 증오로
가득한 여자는 하룻밤만 잘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다. 아니 아니다. 단 몇 시간만 멋진 밤을 보내도 그렇다. 아 아니다. 단
몇 분이면 족하다. 물론 개인의 능력이나 취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아무튼.
쁘리쌰는 법이 없다면 스크린여주인을 너덜너덜 찢어
죽이고 싶고, 스크린여주인과 노닥거리는 제비는 죽지 않을 만큼 아작아작 물어뜯고 싶었다.
아무리 미운 짓해도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만큼 쁘리쌰는 제비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만큼
증오했다.
사랑이 없으면 절대 느끼지 못하는 여자의 증오.
증오에 불타는 여자는 그래서 아름답고 섹시하다. 이 말은 제비의 지론이다.
제비가 얼핏 곁눈으로 쁘리쌰를 훔쳐봤다. 자신의
간교한 말에 펄펄 끓어오르는 쁘리쌰를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제비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크린여주인에게 더 적극성을
보였다.
반대로 쁘리쌰는.
스크린여주인 앞에서 완전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부들부들 치가 떨렸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모성 같은 이해심이 발동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중에 제비를 발길로 걷어 차버리더라도 30대 젊은 년 앞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모기꽁지만한 여자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허지만 쁘리쌰는 내숭이 없어 자신의 감정을
제비처럼 완전하게 위장할 수는 없었다.
제비가 쁘리쌰를 연거푸 곁눈질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힐끔힐끔.
제비는 쁘리쌰가 기화온도 100도에 도달했음을
직감했다.
물이 101도로 끓으면 화약처럼 폭발한다는
물리이론대로 세 번째 쁘리쌰를 힐끔거린 후, 대화의 질을 바꾸어 스크린여주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텅텅
비었죠?”
“그러게 말이에요. 요즈음 같으면 살맛 안
나네요.”
“메르스 때문에 그럴겁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대박 나실 겁니다.”
“어머머. 멋쟁이 사장님 때문에 기분이
전환되네요. 오늘은 제가 일반요금으로 디럭스 7번방 드릴께요.”
“제가 7번 좋아하는데.”
“어머머. 진짜요? 저도 7번을 제일 좋아해요.
우리 둘이 합치면 따불세븐이네요. 칠땡요, 호호호.”
7?
둘 합이77?
이 썅년이?
쁘리쌰의 타코메타는 순식간에 빨간 선을
넘었다.
그러나 77 때문에 제비가 수난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스크린여주인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어머머. 누님이세요? 요즈음 가족골프가
유행이에요. 참 좋은 집안이네요. 호호호.”
제비가 황급히 말했다.
“아뇨. 이 분은.”
“어머머, 아 알았어요. 직장상사님이구나. 이런
일하면 사람 척 보고 알거든요. 호호호호.”
쁘리쌰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었다. 꼬부라졌던
쁘리쌰의 손가락이 C와 O로 빠르게 반복했다. 허지만 스크린여주인에게 주먹을 날리고 머리채를 잡아 끌 수는 없었다. 나이 값을 못한다거나
속물근성 들어내는 것 같아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카페아웃인에서 여자들끼리 붙었던 싸움을
떠올렸던 것이다.
치열하게 뒤엉켜 싸우던 두 여자가 간신히 떨어졌을
때는 두 여자의 옷이 마치 전쟁터의 찢어진 깃발 같았다.
지금 스크린여주인을 향해 주먹을 날리면 꼭 그런
모습으로 재연될 것 같았다. 그러면 결과는?
스크린주인여자의 반격에 의해 들어날 자신의 누드를
제비가 목격하는 건, 그건 바람직하지만 제비가 스크린여주인의 알몸을 보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크린여주인이 제비의 누나냐? 직장선배냐? 고
묻는 말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자제하느라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또 한 번 제비가 재빠르게 쁘리쌰를 힐끔했다.
쁘리쌰와 공교롭게 시선이 딱
마주쳤다.
쁘리쌰가 빙긋 웃었다. 쁘리쌰가 던지는 웃음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아는 제비는 난감했다.
다급해진 제비가 얼른
해명했다.
“아 아니요. 이분은 직장 선배가 아니구요.
조오기 길 건너편.”
쁘리쌰를 카페아웃인의 사장이라고 황급히 소개하는데
제비보다 스크린여주인의 말이 더 빨랐다.
“아 알았다. 금융통이구나. 은행은 아닐 것
같고, 보험설계사님이죠? 그렇죠? 호호호. 저도 보험 들긴 해야 하는데.”
스크린여주인의 떠벌리는 말에 쁘리쌰의 콧구멍에서
소리 나는 냄비 뚜껑처럼 뜨거운 바람이 삐이익삐이익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난감하고 다급하고 당혹한 제비가 손을 내저었다.
최악의 위기를 느낀 제비가 스크린여주인에게 쁘리쌰에 대해 다시 브리핑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삐링!”
문자알림 신호가 울렸다. 제비와 스크린여주인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쁘리쌰가 팔꿈치로 제비의 옆구리를 콱 쳤다.
“으욱!”
제비가 단전호흡과 흡사한 소리를 내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한 번 더 쁘리쌰가 공격하자 제비는 맥없이 허리를 숙였다. 깜짝 놀란 여주인이 주저앉는 제비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보다
쁘리쌰의 동작이 간발의 차이로 빨랐다. 스크린여주인을 막아서며 허리 굽힌 제비를 부축했다.
“아야야야!.”
쁘리쌰가 쓰러지려는 제비의 옆구리를 부축했지만
제비는 잠에서 깨어나는 누에처럼 몸을 비틀며 앓는 소리를 더 크게 내질렀다.
“아야야야야!”
제비가 팔짝팔짝 뛰었다.
쁘리쌰가 제비를 더 가까이 밀착해서 부축했다.
쁘리쌰가 제비를 밀착시킬수록 제비는 더 크게
발작했다. 제비가 더 크게 소리치며 발작하는 이유는 쁘리쌰의 두 손가락에 옆구리를 깊숙이 꼬집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비를 부축하는 척, 제비의 옆구리를
집게손가락으로 야무지게 비틀어 쥔 쁘리쌰가 놀란 스크린여주인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아줌마! 놀라긴 왜 놀래요? 내가 이 남자
마더에요. 이 남자가 원래 이래요. 발작증세가 좀 있거든요.”
쁘리쌰의 집게손가락을 보지 못한 스크린여주인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고통에 일그러진 제비를 쳐다봤지만 제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크린여주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쁘리쌰에게
말했다.
“어머머. 아드님 발작이
심하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제비의 옆구리를 비틀어 쥔 체
7번방으로 걸어가며 쁘리쌰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줌마! 걱정 말아요! 우리 아들은 이렇게
자극을 줘야 정신이 돌아와요.”
누에가 3번째 잠을 깨듯 온몸을 사방으로 비틀며
쁘리쌰의 집게손가락에 찍혀 끌려가는 제비의 신음이 7번방으로 가는 복도를 꽉 메웠다.
“으으으윽 아아아아가가가.”
쁘리쌰의 등을 향해 스크린여주인이 백치처럼
말했다.
“어머머. 아드님 보기는 멀쩡한데 조기치매 맞죠?
그리고 나 아줌마 아닌데요.”
첫댓글 뿌리사의 증오감때문에 제비는 또 망가젔네요//ㅎㅎ
ㅎ
사랑은 망가지고 수리하고..그런거죠?
즐거운 주말되세요
부리샤가 제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것 같슴니다.
그런데 나이 차이가 얼마나 많기에 아들 어쩌고 하네요.
사랑에 국경도 없다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 있겠슴니까?
제미있게 잘보았슴니다.
ㅎ
젠틀맨님 답게 고지식하셔서 이해를 잘못하셨군요...ㅋㅋㅋ
쁘리쌰 나이 40대인데....제비도 40대구요....ㅋㅋㅋ
이해 안되는 구절은 한번 더 읽으시면 이해될겁니다
성질났을 때 때로는 비꼬거나 돌려서 말하니까요.
또 주말입니다
멋진주말되세요
사람이 열받아서 100도가넘으면 증오감으로 변하는군요.
열받을만 하네요..
ㅎ
네 열받지 마세요
즐거운 주말되시고 월요일 다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