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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활약이 다시 국내 축구팬들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고작(?) 3경기 연속 출전했을 뿐인데 모두가 마치 월드컵이라도 진행되는 것처럼 들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정표를 확인하고 박지성의 다음 출전을 기대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선거일 전후의 씁쓸한 공허함을 메우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박지성이 컨디션을 되찾고 연일 맹활약을 펼치는 와중에 그리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좋게 해석해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지성이 뭐 대단하냐"는 푸념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나니 부상이니까 '땜빵'으로 나오는 거잖아." "그래봤자 올 시즌 1골 1도움 밖에 못 기록했어." "한국 선수라고 너무 띄우지 마라." "호날두나 루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선수다." "아시아 최고라고? 나카타 몰라?"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들, 블라블라블라… (물론, 말도 안되는 비방성 '배설'은 흘려 보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지도 모른다. '대단하다'고 느끼는 감정이야 주관적인 것이니까.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없으니 그네들의 판단에 마냥 고개를 저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제 얘기 한 번 들어보시라. "너무 패배주의적인 것 아닙니까?"
내가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박지성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반응들이다. 이를테면, 한국 바깥에서는 박지성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영국 내에서도 박지성은 그저 후보 선수로 인식될 뿐이라는 등의 얘기다. 그러면서, '최고 팀에서 벤치 달구지 말고 수준에 맞는 팀으로 옮겨 주전으로 뛰라'는 말까지 꺼낸다. 정말 답답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박지성은 한국에서만 대단하다?
먼저, 박지성은 이미 유럽에서 성과를 낸 축구 선수다. 네덜란드 리그 우승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했고 그 험하다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는 강호 AC 밀란을 상대로 골까지 터뜨렸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당시 부상 중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박지성은 맨유 우승 메달을 받았다. 총 경기 수의 1/4 이상(10경기)를 뛴 선수에게 메달을 주기로 한 리그의 규정은 박지성의 기여도를 인정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성과에 토를 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성과를 낸 선수를 두고 '한국에서나 고평가를 받는다'고 말하는 건 온당치 않다.
다음은 '수준에 맞게' 중하위팀으로 가라는 푸념에 대한 반박이다. 맨유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동시대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스타들이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 플레이를 한다는 건 박지성의 기량이 그만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맨유의 감독 퍼거슨이 어떤 사람인가. '쓸만한'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냉철한 승부사다. 한때 크게 중용했더라도 기량이 떨어지고 팀웍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내칠 줄도 아는 사람이다. 만일 박지성이 맨유 '수준'에 맞지 않는 선수라면 아마도 진작에 방출되었거나 지금의 동팡저우 같은 신세로 아예 2군 무대를 전전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8강이라는 큰 무대에서 2경기 모두 당당히 풀타임 출전해 팀 승리를 이끌지 않았나. 그렇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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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루니, 테베즈, 나니 같은 맨유 동료들과 비교를 해가면서 박지성을 폄하하는 푸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지성은 그들과 함께 뛸 역량을 갖춘 선수다. 하지만 지명도라든가 개인 기량에서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른바 '수퍼스타'들이다. 왜 하필 그들과 비교하려 드는가. 지단, 피구, 라울이 함께 뛰던 시절의 레알 마드리드에 한국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 어떤 생각이 들겠나.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이 어디있냐고? 천만의 말씀. 박지성의 현재는 그 지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박지성이 호날두와 루니는 아닐 지 몰라도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타박듣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 식의 비교라면 세계 탑랭커가 아닌 선수들은 모두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선수인걸까.
불과 5~6년 전만해도 챔피언스리그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높디 높은 무대로 여겨졌다. 지금처럼 세계 톱 수준의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는 한국 선수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때가 바로 몇 년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프리미어 리그의 그 엄청난 경쟁을 뚫고 수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안정환이 처음 이탈리아 세리에A에 출전했을 때 이탈리아 웹사이트를 통해 번역기 돌려가며 떨리는 가슴으로 문자 중계를 '읽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박지성(을 비롯한 지금의 외국 진출 선수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매정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완전히 다른 문화와 언어 환경에서 홀로 뛰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매주 고용주(혹은 언론과 팬들)의 매서운 평가를 받는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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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경우, '우리' 선수라는 이유로 활약상이 폄하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박지성이 '한달에 한번씩 꼴찌 언저리 팀들을 상대로 교체출전'한다거나 - 박지성은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 12월 이래 리그에 모두 8번 출전했는데 그 중 5번이 선발이었다. 게다가 풀타임으로 맞붙은 상대팀들의 리스트는 아스널, 포츠머스, 로마(챔피언스 리그)로 이어진다 - 일본 선수 나카타 히데토시처럼 팀 우승에 크게 기여해야 인정하겠다는 식의 주장이 있는 것 같다. 나카타에 관해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선수다. 90년대 후반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해 확실한 족적을 남긴 그는 차범근 이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던 아시아 축구 선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박지성이 그에 뒤질 이유는 없다. 나카타가 페루자에서 펼쳤던 활약보다 박지성이 PSV아인트호번에서 보여준 성과가 뒤질 까닭은 없는데다 리그 우승을 경험한 팀들에서의 성과도 둘은 대동소이한 기록을 남겼다. (나카타는 이로마 시절이던 2000/2001 시즌에 세리에A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는데 당시 토티의 백업으로 뛰며 시즌 통틀어 15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선발 출전은 그 중 5경기 밖에 되지 안흔다. 반면, 지난 시즌 맨유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 박지성은 부상으로 여러 달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14경기에 나서 5골을 터뜨렸다. 선발 출전은 8번이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나카타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누가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의 박지성에게 나카타는 롤 모델이라기보다는 그저 '타산지석(打山之石)'의 '돌'일 뿐이다. 남들은 꿈도 못 꿀 리그 최강팀에서 당당히 주전 자리를 넘나드는 박지성의 존재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걸 쑥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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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덧붙이면, 막대한 자본의 유입으로 강팀과 약팀의 경계가 더욱 확연해진 현대 축구의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극소수 명문구단들이 리그의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경향은 흔치 않았다. 굳이 '더블 스쿼드'를 구축할 필요가 없던데다 자금도 넉넉치 않았던 그 시절에는 상위권 팀들도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겠다며 사재기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들이라면 죄다 '더블 스쿼드'를 노린다. 그리고 초특급 선수들과 꾸준히 제 몫을 해줄 선수들을 골고루 영입해 팀을 꾸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전에는 중하위권 팀이라 하더라도 팀의 간판 선수 1~2명 정도는 팀에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위권 몇몇 팀들이 각 리그의 상위권에 항상 올라있고, 대륙 리그인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대체로 같은 팀들이 나눠갖는다. 그러니, 중하위권팀에 오래 뛰면서 그 팀의 레전드가 되는 낭만적인 꿈은 과거의 로망으로 흘러가버린 것이다. (반짝 활약만 보여도 여러 팀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요즘 추세라면, 차범근 감독이 리그 중위권 팀 레버쿠젠에서 그렇게 오래 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지점이 박지성을 읽는 기준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요는, 박지성을 애써 폄하하는 시선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기준'은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르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 때문에 더더욱 박지성의 가치는 돋보인다. 그러니 '우리가 가진 보물'을 자랑스러워 하면서 그저 즐기면 되지 않을까. 그 치열했던 80년대, 세계 최고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10년 동안 최고로 군림했던 '레전드' 차범근 감독의 조심스러운 당부를 전하는 것으로 글을 맺을까 한다.
"박지성이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것인지, TV만 봐서는 알 수가 없을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거기가 어떤 곳인지 모릅니다. 요즘 팬들이 한 경기 못 나오고 그러면 너무 민감하게 일희일비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그곳에서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모두가 계속 격려해줘야지요."
※ 사진 제공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한국어 홈페이지 (http://www.manutd.kr)
맨유를 사실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서형욱 해설위원이지만, 이 글에는 뭔가 박지성을 폄하하는 팬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네요. 거의 대부분 동의함..-ㅅ-
나카타는 희대의 영웅이고 박지성은 그에 못 미친다는 일부 축구팬들의 말은...참..-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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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형욱이 맨유를 별로않좋아햇나보네여 경기보면 맨날 편파해설하던데..
네, 서형욱 해설위원 맨유 안좋아해요,,선더랜드 팬이시죠.ㅋ
물론 공감은 가는이야기지만...역시 이것또한 축구를좋아하는 일반인보다는 조금더 전문적인 기자가 쓴 주관적인 글이네요...그래도 역시 박지성은.....축구를 넘어서...나라를 빛낸 사람입니다....당최 우리 한국에서...다른나라 클럽경기를 보기위해서 새벽에 졸린눈을 비비면서 박수치고 좋아하고......흔지않은 일이지요...
맨유팬이 아닌 서형욱이 맨유맨인 박지성을 위해 쓴글이라는게 왠지 반가움..
나카타는 뭐야..
패배주의자들은 한국 월드컵부터 있어왔던 자들이니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음...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팀을 우승시켜도 '줏어먹기'라고 폄하할 인간들임...
원래남에떡이더커보이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