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제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책이 다루는 현상에 반감과 혐오감을 느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위안과 즐거움, 아름다움을 연상할 것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현상은 바로 ‘팻(fat)’이다.
팻이란 단어는 민족에 따라 의미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먼저, 팻은 명사로서 물질이나 음식인 지방을 가리키기도 하고, 사람 몸을 묘사하는 형용사로 뚱뚱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the fat of the land(호강)”처럼 좋은 의미로도 쓰이고, “fat chance(가망 없음)”에서처럼 나쁜 의미로도 쓰인다. 기름진 음식과 뚱뚱한 몸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의 상징인 반면, 현대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상징이다.
실제로 현대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람들은 걱정, 수치심, 불안, 경멸의 어조를 담아서 ‘팻’이란 단어를 말한다. 그들은 팻이 무조건 나쁘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뚱뚱해(fat!)”라고 큰 소리로 한번 말해보라. 사람들은 그 말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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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하거나, 살찐 몸을 지탄하거나, 어떤 교훈을 설파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팻’, 즉 지방과 비만을 둘러싼 여러 현상을 다양한 차원에서 탐험한다는 점에서 뚱뚱함을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이 책은 물질, 음식, 상태, 언어, 미학, 그리고 심지어는 관능의 모체로서 팻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다.
이 책은 인류학자와 열 세 명과 비만인권운동가 한 명이 ‘팻’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 여러 사회에서 모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결과는 놀랍고 흥미로우며 새롭다. 이 책은 세계의 여러 곳에서, 심지어는 미처 예상치 못한 미국 어느 지역에서도, 팻이 일반 인식처럼 단순히 나쁘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광범위한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보여준다.
이 책은 팻의 광범위한 의미와 인식을 한 군데에 모으고, 또 팻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목록을 집계하였다, 그리하여 팻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결코 자명하지도, 자연스럽지도, 보편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팻은 물론 실체가 있는 하나의 물질로서 음식에 존재하며 체내에 축적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화학적, 생물학적 사실만이 아니라 더없이 문화적인 사실이기도 하다.
세상은 온통 팻 논의로 넘쳐나는 듯하지만, 팻을 다양한 차원에서 지성적으로 사고하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분이 지방을 섭취하든 안 하든 간에, 이 책이 여러분을 자극하여 이제부터는 팻을 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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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직 출간이 여유있으시다면 인사회 강의오시는 정철선생께 살짝 여쭤보심이...^^...저는 <살진 것들> 이런 제목 어떠실지...('찐'이 아니고 '진'이라는 거...)
진짜 어렵네요.. ㅜㅜ
탁월한 선택, <살진 것들> 보다는 <살찐 것들>은.... 형님 잘 지내시죠?
욕망하고,변신하고,(.....)하는 살에 관한 이야기. 수정~~"욕망하고, 변신하고 (~~)하는 살의 문화사
<지방의 탄생>은 무난하긴 한데'지방'은 地方이 먼저 연상되어서 근대성에 관한 연구서 느낌.또 脂肪과 FAT는 뉘앙스도 많이 다르고...
그래서 제 의견은 두 표기를 다 활용해서 <fat,지방의 탄생>- 대문자로 쓰면 FTA와 혼동...^^
살, 사랑스럽고도 혐오스러운
저도 [살진 것들]에...(^^!) 왠지 의도대로 되고 있지 않을 거 같아요. 이 설문...(^^)a
fat: 혐오에서 부러움까지의 무지개
<살진 것들>에 한표요. 착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fat, 지방은 우리말로 옮기면 비계인가요? 비계는 포화지방이고...기름은 불포화지방이고... 두 개를 통합해서 칭하는 우리말은 없는 것 같은데요?
기름이 비계를 포괄하는 의미 아닌가요?(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리고 '지방'을 굳이 '우리말(혹시 토박이말?)'로 옮기려 하시는 이유가... 비계도 한자어인지라.
그냥 궁금해서요^^. 어 근데 비계는 우리말 아닌가요?
어이쿠, 제가 착각했습니다. 비계는 토박이말 맞습니다. 꾸벅. ^^
좀 구닥다리이긴 한데 <뱃살 속의 문화인류학> 같은 접근법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지방, 팻, fat 등의 어휘가 아무래도 거슬리기 때문에 <살진 것들>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듯한데 앞선 단어들을 구체화시켜서 생각해보면 뱃살 아닐까요? 이런 맥락에서 다시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