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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의 막이 열렸다. 개회식 공연에서는 BTS의 정국이 부른 ‘드리머스(Dreamers)’가 큰 호응을 얻었고, 노래 중간에 카타르의 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가 등장해 정국과 함께 노래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랍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 덕분에 지구촌은 한동안 축구 열기로 들썩거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시대 때 이미 축구와 비슷한 ‘축국(蹴鞠)’이라는 놀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근대적인 의미의 축구는 개화기 때 시작했다. 1901년 3월 21일 시드니 파커(Sidney J. Parker)가 인천에서 영국 잡지 편집자에게 보낸 글에서 언급한 축구팀이라는 표현이 우리나라의 축구 관련 최초의 기록이라 한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1882년 인천항에 상륙한 영국 군함의 승무원들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공을 찬 것을 두고 근대 축구를 말하기도 한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래전에 인기 있는 구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광복 이전의 신문에 축구 관련 기사가 많은 것도 그러한 이유다. 축구와 관련된 노래들도 있는데, 1923년에 발매된 ‘홋도뽀루’가 가장 이른 시기에 취입된 음반으로 보인다. ‘풋볼(football)’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홋도뽀루’는 박채선과 이류색의 두 명창이 민요 창법으로 부른 노래다.
음질이 깨끗하지 않아서 음원으로는 정확한 노랫말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다행히 1920년대 초반 노래책에 ‘축구가’란 제목의 같은 노래가 실려 있어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총 3절로 이루어진 노랫말은 ‘엄파이어(Umpire), ‘비긴(Begin)’, ‘하프 풀백(Half FullBack)’ 등의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이채롭다.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기묘(奇妙)한 연락(連絡)으로 이리저리 제친다”라고 한 것, 공을 차는 사람을 “비호(飛虎)와 같이 나는 듯이 차는 자 누구냐? 용감(勇敢)하다. 하프 풀백이로다”라고 표현한 것, 날아가는 공을 “반공중(半空中)에 높이 솟아 비상천(飛上天)”이라며 실감 나게 묘사한 것 등이 재밌고 인상적이다. 노래 마지막에는 남성 목소리로 “잘한다”라는 추임새가 나와서 흥을 돋우고 있다. 영어와 한자어가 섞인 노랫말에 민요 창법과 추임새가 더해진 것이 전통과 근대가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미감을 자아내는 듯했다.
‘축구가’ 음반이 발매된 지 어느덧 약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월드컵에서 정국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가 부른 ‘드리머스’의 노랫말처럼 모든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아울러 그 어느 때보다도 소란스러운 지금,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지구촌에 평화가 넘실거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