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여자>
제 12 장 - 내 머리도 아직 쓸만하다구!
“소라야~~~ 일어나~~~ 또 지각하겠다. 소라야~~ 왕소라~~”
으윽.. 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어젯밤 내가 뭐했지?
아.. 그래. <일회용품 자제 캠페인> 카피 생각하다 쏘주 한병 까고 잤지..
에고.. 머리야..
난 얼른 재떨이를 비우고 창문도 열어서 환기를 시킨 다음 대충 방을 정리하고 방문을 열었어.
울엄마 날 보자마자.
“아니 너는 다 큰 처녀가 꼴이 그게 뭐니? 킁킁.. 이건 또 무슨 냄새야? 세상에.. 세상에.. 이게 처녀 방
이니? 애 둘 딸린 홀아비 방이지. 이 엄만 니 나이 때 벌써 너랑 니 언니 둘낳구 살림은 살림대로 교사
직은 교사직대로 훌륭히 해냈는데 넌 그 꼬라지.. 아니 그 꼴이 뭐니? 저건 뭐야? 참이술? 너 이젠
술까지 마시니? 얘가 얘가 정말 교양대가리 아니 교양머리 없이 왕소라. 명심해. 엄마랑 아빠랑 전직은
교사와 교감선생님이었어. 할아버지 할머니, 외조부모님까지 모두 학자 집안이구. 지금은 비록 엄마
아빠가 모텔 하구 있지만 언제 제자들이 쳐들어올지도 아니 방문할지도 모르는데 니 그 꼬라지 아니
그 모습 보면 누가 내 딸이라고 하겠니? 어서 일어나 씻구 회사 가. 아빠가 차 빌려준대더라”
녹음기 재생 버튼 누른것처럼 플레이되는 엄마 잔소리에 서서 졸다가 깜짝 놀랐잖니.
아빠가 차를 빌려준다구? 오예~~!!
난 후다닥 내려가 아빠한테 애교 뽀뽀 날리고 부리나케 씻구 옷을 입은 다음 아빠의 애마에 몸을
실었지.
룰루랄라~~
갑갑한 지하철을 안타고 창문을 열고 아침 바람 쐬고 도로를 달리니깐 갑자기 대가리가 씽씽 굴러가는
것 같아. 그래! 이젠 대충 정리가 되는 것 같아. <일회용품 자제 캠페인>카피 말이야.
흐흐흐.. 다 죽었어..
드디어, 회사에 도착해서 아슬아슬하게 주차를 마치고 사무실로 사뿐사뿐 들어갔지.
어머~ 왠일? 내가 1등이네? 왕소라 29년 인생에 지각만 있을 줄 알았더니 요런 날도 있을 줄이야.
내가 안해서 그렇지 또 한다면 하는 애잖니. 그래. 오늘 싸비스 좀 하지뭐. 간만에 사무실 청소도 하고
동료들 테이블에 따뜻한 녹차도 올려놨지.
잠시 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모두들 그러는거야.
“와~~~ 왕대리님이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날도 있으시고 제가 입사한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선배님~~”
이건 미스터 김.
“야~~~ 왕대리~~~ 오늘 선봐? 왕대리가 우리 회사 들어온 이후에 이렇게 일찍 출근하기는 처음이지?
내가 벌써 퇴직할 때가 됐나?”
이건 과장님.
“어머~~ 언니가 왠 일? 이렇게 일찍 출근하구. 언니 혹시 알람 고장난거 아니우? 근데, 도대체 누가
내 책상에 녹차 올려놨어요? 저는요 아침엔 카푸치노에요. 촌스럽게 녹차는..”
이건 당근 양순희.
하여간, 저거 주둥이는 뭘로 만들었는지 꼭 저렇게 싸가지 없는 발언만 해요. 저걸 확!!
그리구 드디어 아침 회의 시간이 된거야.
“지난번 말했듯이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의뢰한 이번 광고의 주제는 <일회용품 자제 캠페인>입니다.
자 누구 좋은 의견 없습니까?”
모두들 자신이 없었는지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 지금 이순간이야. 난 자신 있게 말했어.
“일회용품 분해 시간이 적게는 20년에서 길게는 500년 이상까지 걸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회용 종이컵, 비닐봉지, 캔, 스티로폼 등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버리죠. 그래서 이번 의뢰된 광고는 일회용품 분해시간에 중점으로 해서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캐스팅에서도 유명인 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흔한 일이므로 누구에
게나 친숙한 일반인을 모델로 삼는 것이 나을 것 같구요”
아싸~! 오늘 따라 말도 줄줄 잘 나오고~ 잘한다 왕소라!!
히히히. 그럼 이 분위기를 이어가서 계속 말하려는데 양순희 고것이 사정없이 태클을 거네.
“그러니까 언니 아니 왕대리님의 요점이 뭐냐구요. 고딴 소리 다 집어치우고 카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거나 발표해보시죠. 선배님”
저런 싸가지이~!!!!
난 다시 자신있게 말했지.
“네. 그러죠. 제가 준비한 카피입니다. 화면을 봐주세요”
드디어, 모니터에 내가 밤새도록 머리통 쥐어짜서 짜낸 내 작품이 나타났어.
일회용 도시락. 까먹는데 30분. 썩는데 200년.
일회용 기저귀. 싸는데 3분. 썩는데 300년.
일회용 소주병. 나발부는데 10분. 썩는데 500년.
일회용 콘돔. 휘두르는데 5분. 썩는데 5000년.
이래도 일회용품 쓰시겠어요?
일회용품- 하루하나씩만 줄여도 미래가 열라 깨끗해집니다!
<공익광고 협우회>
갑자기 회의실이 조용해졌어.
뭐야.. 이 반응은? 이건 아닌거야? 넘 쎘나?
난 실패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갑자기 부장님이 나지막하게 말하는거야.
“왕대리.. 음.. 이사님께 한번 보고해보겠어. 이게 지상파를 타고 방송이 될진 모르겠지만 암튼 쇼킹한
것은 틀림없어. 어쩜 우리들은 그동안 너무 가식적인 것에 물들여있었는지도 모르지. 공익광고라고 꼭
틀에 박힌 것처럼 좋은 말 바른 행동만 보여주라는 법 없잖아?”
뭐야. 이거이거 먹힌거야?
그때였어. 양순희가 심각한 얼굴로 이러는 거야.
“부장님. 마지막 문구. 일회용 콘돔 부분은 이의 있어요. 5분이라뇨?? 제가 그동안 사겼던 상대들만
봐도 시간차가 좀 나던데. 5분은 넘 짧지 않나요? 아마 경험미달인 왕대리님의 의견보다는 제 의견을
삽입해서 이렇게 수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일회용 콘돔. 휘둘긴 휘두르는데 길게는 여덟 시간,
짧게는 3초. 이렇게요. 어떠세요?”
여덟 시간???
양순희 그 여덟 시간이란 발언에 회의실 동료들의 시선이 모두 양순희에게 모아졌지.
그러고도 살아남았냐는 표정으로.
“아니.. 그게 아니고.. 암튼.. 사람마다 각각 시간 차가 있다는 거죠..”
그래, 양순희. 너 남자 경험 많아서 좋겠다.
하지만, 벗뜨, 애니웨이, 어쨌든 양순희 말은 내가 작성한 카피에 공감 간다는 뜻이잖아?
쟤가 쟤가 왠일이래?? 그럼, 이제 강석준 이사의 OK 사인만 기다리면 되는거야?
그래, 왕소라! 넌 아직 안죽었어. 니 머리도 아직 쓸만하다구!!
*안녕하세요. 소라언니에요. 넘 야했나요? ㅋㅋ. 19세 이상만 읽어주세요.
그럼 13편에서 뵐께요~^^
첫댓글 야하지 않았답니다< 아잇! 도망가지 않았어요[즐기고있다]
야하지 않아요. 담편도 빨리 올려주세요~~~~~~~~
아잉 다인님 넘 보채신다.. . 알았어염. 빨리 올리도록 노력할께요.
오랜만에 읽네 다음편 기대 할께여
야한가 아닌데...하트 엄청 날리시는군요 제게도 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