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번 준우승 강릉고 야구, 강원인 하나 되게 했다
강원일보
2019-8-26 (월) 19면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 야구가 창단 44년 만에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야말로 야구 불모지인 강원도 야구 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최선을 다한 선수단 모든 청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강릉고 야구부의 봉황대기 준우승은 단순한 일회성 승리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 강릉고 야구가 얻어낸 귀중한 성과다.
경기 때마다 상대를 철저히 연구해 최적합 선수를 기용한 최 감독의 리더십,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한결같은 성원, 침착하게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자신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강릉고 야구부 전체의 집념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거둔 강원도 야구의 개가다.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강릉고는 지난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서울의 야구 명가' 휘문고를 상대로 10회 연장 접전 끝에 6대7로 석패하며 2위에 입상했지만 강릉의 명성을 전국에 알렸다. 지난달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강릉고는 봉황대기까지 2위에 오르는 등 이제는 명실상부 고교 야구의 `절대 강호'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의 결승전은 마지막 승부였던 만큼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공격적이면서 투지와 자신감에 넘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고교 야구를 선보여 응원에 나선 동문과 야구팬들을 시원하게 해준 것은 물론 강원인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전날 경남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연장 12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18대7로 꺾고 극적으로 결승에 올라온 강릉고였기에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됐다. 그러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운 특유의 `뛰는 야구'는 모든 강원인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강릉고 야구는 내년에는 우승해야 한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투혼으로만 이길 수는 없다. 과거 춥고 배고픈 시절의 스포츠와는 분명 다르다. 이제는 스포츠도 과학과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시대가 됐다. 적절한 인재를 발굴해 과감한 투자로 과학적인 훈련을 체계화하지 않으면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강릉고 야구부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신화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 만큼 강릉고 야구부는 당장의 올해의 성취에 만족하면 안 된다. 긴 안목으로 명실상부한 고교 야구의 전국 제패를 위해 지금부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