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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혜안 無等이 광주·전남의 길을 묻다<2> 조비오 신부 |
입력시간 : 2015. 05.20.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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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급 인사들의 '올바른 양심·책임있는 행동' 아쉬워
정의·인권을 위한 활동은
그리스도의 복음적 활동이다
교단이 말의 성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노약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가 함께하고
보듬어주고 힘이 돼주어야 한다
가진 자들 편에 서서
세속적 이익을 누리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부정과 부패, 비 민주적 행태에 맞서는 것이
진정한 종교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부정함은 종교인의 실천적 모습이 아니다
조비오 신부
1938년생
1969년 사제 서품
광주 계림동 성당 주임신부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 협의회 의장
5·18기념재단 초대 이사장
조선대 학교법인 이사장
2008년 천주교 고위 성직자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시뇰’에 임명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이사장
2015하계U대회 남북단일팀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공동위원장
(사)광주시남북교류협의회 공동위원장
“정치인, 공직자, 교육자, 기업인 등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올바른 양심을 갖고 제대로 된 자세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만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2006년 사목생활을 마칠 때까지 38년여를 가슴과 행동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조비오 신부. 오랜 세월 우리의 평화와 사랑를 위해 그 어떤 고난과 아픔도 마다하지 않고 헤쳐온 그는 '광주의 양심'이며 어른이다. 그리고 사제 퇴임식에서 그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영원한 사제'이기도 하다.
사목생활을 마치고도 여전히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노사제를 광주시 남구 봉선동 소화자매원에서 만났다. 누구도 돌보지 않고 눈길 한번 주지않는 병들고 힘없는 이들의 곁에서 묵묵히 하느님의 길을 걷고 있는 노사제에게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아우라는 참 아름다웠다. 필자와 마주한 단아한 체구의 노사제는 어려운 이웃을 염려하는 대화에서는 예의 그 한없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세상의 잘못됨을 질책하는 대목에서는 형형한 눈빛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오랜 사제생활을 해왔습니다. ‘사제의 길’이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요.
"사제란 인류애와 박애와 섬김을 위한 삶의 길을 걷는 목자다. 이는 곧 나보다 타인, 나 아닌 상대를 위해 몸 바치는 삶이며 정의를 바로 세우고 갈등과 분쟁보다는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갈망하면서 활동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사람들에게로 와서 전하고자했던 구원의 길을 안내하는 이라 하겠다."
노사제는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나주, 진도를 비롯해 광주 계림, 봉선, 풍암동 성당의 주임 신부를 역임했다. 그 긴 세월 동안 80년 광주의 5월을 온 몸을 던져 막아내다 영어의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87년 6월 항쟁의 현장을 거쳐 전두환정권이 끝나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88년에는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 협의회 의장으로 자유언론 수호에 앞장섰다.
5·18기념재단 초대 이사장 등 사제 생활을 하면서도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부름에 언제든 마다않고 달려갔던 노사제. 로마 교황청은 노사제의 이같은 공을 기려 2008년 천주교 고위 성직자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시뇰’에 서임했다. 광주교구 사제가 ‘몬시뇰’에 임명된 것은 1961년 고 김창현 몬시뇰 이후 47년만이다.
-오랜 사제생활동안 여러 사연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의미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이 세상에는 누구도 감싸주지 않고 누구도 보살펴주지 않는 병들고 가난한 이들이 많다. 그들은 누군가 돌보아주지 않으면 갈 곳도 없어지고 안식을 취할 수 조차 없다. 이 곳 소화자매원에는 180여명의 무의탁 폐질환자, 정신질환자들이 머물고 있다. 60여년전 갈 곳없는 부랑인, 환자들이 한데 모여 생활하던 무등갱생원이 시초다. 당시 그들은 변변한 시설조차 없는 이곳에서 제중병원(현재의 기독교병원) 등 시내 몇몇 병원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밥 찌꺼기)을 수거해 먹으면서 버림받은 삶을 이어갔다. 교단과 신자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운영되던 이곳이 1980년께부터 나라의 지원을 받게 됐다. 수녀님, 신자들과 함께 그들을 보살피는 일에 전념해오는 동안 그들이 나름의 위안을 얻고 존재감을 느낄 때 보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우면 종교로부터 구원을 얻고자 합니다. 이 나라 교계는 힘없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의 편에 서서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기주의와 탐욕에 빠져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타심)이 미약해진 때문이다. 물질만능주의, 즉 물욕이 지배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부정과 비리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한 풍조를 국가와 사회가 일정 정도 조장하는 기미까지 보인다. 사람들이 본래의 심성을 회복해야 한다. 종교는 하느님의 참 뜻을 전하고 그 말씀으로의 회귀를 주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호남은 80년 5월 등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에 따른 보답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소외되고 그늘져 있습니다.
"60년대 군사정권 시절, 특정 목적에 따라 형성된 고질적 지역주의의 폐해다. 호남 배척 사고와 지역 패권주의가 빚어낸 희생양이기도 하다. DJ와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지역감정이 완화됐다. 그러나 그 이후 정권에서 차별 의식이 더욱 심화되고 만연해지는 것 같다. 지역 차별의 정도가 강해지고 이에따라 지역감정이 악화되면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지역민 스스로도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광주와 전남은 80년 5월, 87년 6월 항쟁의 주역일뿐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라고 갈파했듯이 구국의 주인공이었다. 당당하고 떳떳해져야 한다."
-이 땅에서 종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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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정의, 인권 옹호다. 아울러 평화와 사랑, 이웃을 돕는 삶과 함께하는 삶이다. 그러한 활동으로 진정한 구원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여타 종교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의 여러 활동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교단이나 교리, 말씀에 머물지 않고 실천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권을 옹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한 활동은 지탄받아야 할 정치적 활동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강조한 바 있는 복음적 활동이다. 교단이 실천력이 떨어지는 말의 성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병자와 허약한자, 가난한 자들이 있는 현장으로 가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보듬어주고 그들을 위해 힘이 돼주어야 한다. 힘있는 자,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두둔하고 그들로부터 오는 권세와 세속적 이익을 누리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부정과 부패, 비 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도 과감히 맞서는 것이 진정한 종교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부정함은 종교인의 실천적인 모습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이 나라에 와서 보여준 여러 의미있는 행보나 세상의 많은 이들을 향한 언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황이 지향하는 바는 가장 낮은데로 임하는 것이었다. 교황 방문 당시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일을 겪은 때였다. 어느 누구 하나 ‘내 책임이오’하고 나서는 이 없었다. 정부는 참척의 아픔에 몸부림치는 부모들의 대화 요구에 귀를 틀어막았고 그들을 오히려 폄훼하고 비난하는 무리들까지 생겨났다.
교황은 고통받고 슬퍼하는 이들을 일일이 찾아 손을 잡고 어루만져주면서 그들과 함께 고통과 슬픔을 진심으로 같이 했다. 노구임에도 이역만리 먼 땅을 찾아와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은 일을 해준 것이다. 목자가 해야할 본연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제활동에서 퇴임하고도 소화자매원 근무(이사장)와 함께 2015 광주하계U대회 남북단일팀추진위원회와 (사)광주시남북교류협의회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북한이 광주하계U대회에 선수와 임원을 참가시키겠다는 공식 참가신청서를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보냈다. 광주하계U대회에서 남북학생들이 단일팀을 구성해 대회에 출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기 짝이 없다. U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은 민족 최대의 숙원인 통일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 단일팀 성사를 계기로 남·북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마음을 열어가자는 의미였다. 남과 북은 믿음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민족을 위한 열린 사고와 의지를 형성해야 한다. 양측의 오랜 대치 상태는 민족의 저력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나라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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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역대 위정자들이 남북대치 상황을 악용해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을 충족시키는데 적극 활용해왔다. 이러한 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여기고 미약하나마 그 일의 한 부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계 U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이 무산됐지만 대회에 참가한 남과 북 선수단이 선의 경쟁을 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지역민과 신자들이 ‘삶의 지혜’로 삼을 만한 말을 해준다면.
"사람들이 물질적 탐욕에 매몰되면서 인간 경시 풍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황금만능주의는 가진 자의 욕심을 더욱 부추기고 반면에 덜 가진자, 못가진자의 위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간다. 그러나 물질이 모든 것은 아니다. 정신과 위안과 타인의 배려라는 것을 함께 인식하고 가야 한다. 어려울수록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을 고양시켜 공동체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일이다. 그 공동체의 삶 속에서 평화와 영적인 위안을 주는 행동과 말로 하느님의 은총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은 누구누구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신을 믿는 사람이든 믿지않는 사람이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으로 살아가야 할 일이다.
대담=김영태 논설실장 사진=오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