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은 고등어, 소금에 절여진 푸른 비린내
박상순
들판으로 나간다. 봄 또는 가을,
바람부는 저녁.
바람부는 길을 따라 비린내를 피해
들판을 건너간다
비린내가 멀어질 때 붕붕대는 소리,
들판을 막아서는 높다란 지붕
나는 눈 대신 귀를 통해 공장을 본다.
줄줄이 들판을 향해 공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 이마에 둥근
형광등을 단 사람들
나는 사람들의 꼬리를 따라간다
앞에 선 사람이
왼쪽으로, 그 뒤에 선 사람이 오른쪽으로
다음 사람이 왼쪽으로
그 다음 사람이 오른쪽으로
사라진다.
나는 꼬리만 따라간다
마지막 한 점 남은 꼬리가 멈칫멈칫하다가
공장으로 향한다
걸어온 다리를 다시 건넌다.
문 닫힌 공장 앞에 멈춘다. 공장의 벽에
기대어 꼬리가 운다
나는 가까이 다가간다. 울음 속에 섞여진
웅얼거림을 들으려고
귀를 더 크게 열어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울고 있는 사람의
굽어진 어깨
나는, 어깨를 넘어 담장 위에 앉는다. 어둠이
내 꼬리를 툭 치고 간다
울고 있는 사람.
마지막 남은 꼬리 한 점이 어둠 속에 묻힌다
나는 날개치며 생각한다
나의 꼬리는 형광등, 담장 위에 걸린 기다란 통로
나는 꼬리를 버리고 들판으로 나간다.
봄 또는 가을 빛나는 저녁
한 점 남은 구름이
공장의 긴 굴뚝에 목을 매단다
내 들판은 잠자리. 버려진 피의 사슬, 목을 매단 구름 그림자
첫댓글 귀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자 사상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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