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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거시기'나 한번 해봐라 충청도 시골이 시댁인 저는 결혼을 하는 동시에 괴로움이 시작 됐습니다. 저를 괴롭힌 것은 다른 주부들처럼 시댁분들과의 갈등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 남편과의 문제냐. 그건 더욱더 아닙니다. 바로 "거시기", "거시기"란 녀석 때문이지요. 시골 생활을 해보지 않은 저는, 명절 때나 집안 행사때 가끔 시댁에 내려가면 그곳 분들은 왜 그렇게 "거시기"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이지요. 그런대도 의사소통엔 아무런 문제없이 모두들 알아듣는 걸 보면 처음 보는 저로서는 너무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안 계신 어느 날, 이웃집 아주머니께서는 새댁인 저에게 "엄니 들어오시믄 '거시기'루 오시라구랴!" 하시고는 바쁘신 걸음으로 이내 사라지시는 겁니다.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난처하고 황당했지만, 전 용기를 냈습니다. 돌아오시는 어머니께 "저, 어머니. 저기요~ 거기, 거, '거시기'로 오시라는데요?" 하자 어머니께서는 "이, 그려? 알았다" 하시고는 어디론가 가시는 겁니다. 순간, 도대체 알 수 없는 '거시기'의 속뜻을 알아차리고 행동하시는 시어머니가 혹시 과거에 점쟁이였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렇듯 도대체 알 수 없는 '거시기'가 생활화된 저의 시어머니께서 얼마 전 서울로 올라오셨는데요, 또 그 망할놈의 '거시기' 때문에 겪은 기가 막힌 사연을 소개하려 합니다. 어머님이 오시기 전 저와 신랑은 비디오 가게에서 '꽈배기 부인 다리 풀렸네'라는 테이프를 빌려다 보았는데 깜박 잊고 테이프를 돌려 드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어머님이 올라오셨고, 저도 모처럼 오신 어머니께 맛좋은 음식을 해드리려고 시장에 갔었겠죠? 그런데요, 아! 이런일이! 집에 돌아온 저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눈이 번쩍 뜨이는 듯한 어머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야야. 비디오 집에서 전화왔었는디. 너 '거시기', '거시기' 뭐냐 그 꽈배기 '거시기' 테뿌 빨리 갖다 달란다." "아, 예. 제가 깜빡 잊고 그만 안 갖다 줬네요." 그러자 어머니께선 "야야, 내가 살아도 너보단 많이 살았고 밥을 먹어도 많이 먹었다. '거시기'는 젊었을띠 이골이 나게 했었지. 그러니께 그런거 돈 주고 빌려보지 말고 앞으룬 나한티 물어봐. 내가 '거시기' 선수여 선수!" 하시는 겁니다. 황당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 저는, "예, 어머니." 대답을 하고는 비디오 아저씨에 대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비디오 가게로 향했습니다. 인기 있는 프로를 늦게 갖다 주면 어떻게 하냐는 아저씨의 불만 섞인 말씀도 저의 분노를 이길 수는 없었죠. "아저씨, 늦게 드리는 건 죄송한데요. 제목까지 밝힐 필요는 없잖아요?" 저의 이런 태도에 아저씬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으나 저는 차갑고도 냉랭하게 뒤돌아 와버렸습니다. 속이 상해 집으로 돌아온 저는 어머님 말씀을 듣고 또 한 번 기절을 할 뻔했죠. "야야, 오늘 저녁 먹고 '거시기'나 한번 해봐라.늙은이보다 '거시기' 하니께 테뿌로 나왔겄지?" "예? '거시기'요?" "그랴~ 어디 모처럼 한번 먹어보자~ 아범도 어렸을때 참 잘 먹었었지." "아, 저... 어머니 무슨 말씀인지...?" "아, 야 좀 봐~. 아 꽈배기 만드는 테뿌라며? 배웠으믄 해 먹어 봐야지. 뭔 소리여?" 그때 뒤죽박죽이던 제 머릿속은 제대로 정리가 되어서 숨가빴던 오해가 풀렸습니다. 제목을 차마 밝히지 못하고 '꽈배기 만드는 법'이라고 말씀하신 비디오 가게 아저씨께 실수한 것이 너무 미안했고, 어머님 소원대로 꽈배기를 푸짐하게 만들어 우리 식구는 물론이고 비디오 가게 아저씨와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런대요, 김혜영 씨 강석 씨! 꽈배기 맛을 보신 어머님 소감을 들어 보실래요? "아, 꽈배기 테뿌도 나만은 못하구먼, '거시기' 할 줄 알었는디~~" *** MBC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세상사는 이야기' 중에서 ***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호 크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