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역사는 동시대 사람들에겐 삶 그 자체일지 모르나, 후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창작과 예술성이 더해져,
더없는 유희, 이를 넘어서 문화 그 자체가 되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옛날 중국 후한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연의는 하나의 이야기를 넘어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유럽사회의 암흑기였던 중세는 수없이 많은 영화,드라마,게임의 배경이 되어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들'은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보고 즐기는 이들에게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반면 선입견과 고증오류를 마치 실제 역사인듯 필터링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혹자가 말했듯, "역사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며 감동적인 장면의 대부분은 허구" 이나 우리는 그것에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역사는 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으며 우리는 객관적인 눈으로 창작자의 눈에 비친 역사를 참고하여 '살아있는 역사'에서
자신의 교훈을 찾으면 될 일입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지만 미디어가 그린 역사와 실제 역사의 차이를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써봅니다.
부족한 문장에 아는것도 많지 않아 여러 자료를 참고하니, 오류가 있다면 자유롭게 같이 이야기 해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 VS 역사속 윌리엄 월레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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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의 심금을 울린 Freeeeeedooooooom!!!으로 유명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
1. 윌리엄 월레스는 서민이었는가?
그는 엄연한 귀족출신 입니다. 물론 상위권에 속하는 축은 아니었으나 중간에서 하위귀족 정도의
출생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중엔 스코틀랜드에서 꽤나 높은 자리까지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애초에 당시 사회는 봉건제
였으며 이 독립전쟁은 영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코틀랜드의 왕위 쟁탈전에 끼어든 형국이라 영주,귀족들이 아닌 일개
농노가 신경쓸일도, 감히 끼어들 일도 아니었습니다.
<고증에 맞게 제작된 윌리엄의 동상. 간지 마초맨은 어디가고..>
2. 스코틀랜드군 무장의 상태가..?
스코틀랜드군의 복장은 영화와 같이 야만스러운 복장이 아닌, 오히려 잉글랜드와 비슷한 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윌리엄 월레스도 체인메일에 소드로 무장하였고 생각해보면 1번 항목에서 이야기했듯 어쨌거나 귀족인 윌리엄이
이런 몰골(...)로 전장에 나갔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워페인트에 피칠갑을 해가며 야성미를 뽐내는 영화상의 모습>
이러한 모습은 윌리엄의 작중 야성적인 카리스마, 스코틀랜드군의 처절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3. 에드워드1세는 정말 영화처럼 죽었나?
에드워드1세는 영화에서처럼 윌리엄의 한서린 고함에 오줌지리며 꼴사납게 리타이어한 무능력한 폭군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에선 나름 명군으로 평가받는 인물이고 브레이브하트 영화에 대해서도 영국에선 '당시 흔했던 기득층끼리의 권력,
영토 계승권 분쟁을 마치 침략전쟁, 인권유린, 강제탄압처럼 그려놓았다며 불만이 많았다고 하네요.
결국 윌리엄을 생포하여 처형하였으니 엄밀히 따지면 승자인 셈이지만, 윌리엄 사후 2년, 다시 군을 일으킨 스코틀랜드를
공격하기 위해 북진하던 도중 사망하니, 결국 죽을때까지 북부를 굴복시키지 못한것에 대한 영화적 연출이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그의 유언은 '내 시신을 스코틀랜드를 평정하고 그곳에 묻어달라'...였으나 지켜지지 못합니다.
4. 이사벨라와 윌리엄의 관계는?
영화의 히로인이며 윌리엄의 아이까지 가지는 이사벨라는 사실 내연의 관계는 커녕 서로 얼굴도 본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윌리엄이 처형당할 시기의 나이가 10살(!?) 정도에 불과했고 애시당초 이때는 잉글랜드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역사에선 상당히 표독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나, 시찰 나왔다가 자신의 보석이나 금품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소피 마르소의 미모만큼은 구라가 아니었다>
5. 진짜 브레이브 하트는 윌리엄 월레스가 아니다?
로버트 브루스는 작중 찌질이였다가 주인공에게 감명하여 각성하는 전형적인 모자른 동료 포지션으로 그려졌으나
사실 윌리엄과 로버트는 친구라기보단 서로 필요를 위해 결탁한 정치관계에 불과했으며 서로 얼굴한번 본적이 없습니다.
또한 윌리엄이 하급 귀족이나 어린시절 생양아치(?)같은 사람이었다고 하는 반면, 로버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상위
귀족이었고 윌리엄에 대해 "내가 그런 양아치랑 말섞어야겠냐?" 라는 말을 할수있을 정도의 위치였다고.
윌리엄 사후 스코틀랜드를 독립시킨건 바로 이 로버트1세 였으며 군주로서의 머리회전도, 군사적 전략전술에도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주인공인 윌리엄 월레스를 살리다 보니 어처구니없이 실제보다 너프받은 인물이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브레이브 하트>는 원래 로버트 1세의 별명이라고 합니다.
<브레이브 하트의 최대 피해자 로버트1세 되시겠다>
6. 전투의 고증은 어떤가?
영화 최고의 전투인 스털링 전투는 평지에서 달려오는 기병을 상대로 간지나게 장창으로 카운터를 친후 절묘하고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승리를 따낸 것으로 묘사되는데, 사실 이 스털링 전투는 평지가 아니라 스털링 다리에서 벌어진
전투였고 스코틀랜드측이 방어측이 아닌 공격측으로, 다리를 건너던 잉글랜드군을 측면에서 기습하여 박살낸
속전속결의 기습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도, 윌리엄의 위엄넘치는 연설또한 영화의 창작입니다.
물론 스코틀랜드측이 장창을 애용했다는 점(영화같이 나무깎아서 만든 말뚝수준의 창은 아니었음), 숫자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따낸 승리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이 전투 끝나니까 "이제 이 영화 다본거야" 라고 하셨는데..>
7.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온 전투는?
위와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사실 영화 속 저 스털링 전투의 전개는 실제 역사의 베녹번 전투를 그대로 베껴온 것입니다.
베녹번 전투가 무엇이냐? 바로 윌리엄 사후 잉글랜드에 맞선 스코틀랜드의 2차 독립군이 잉글랜드의 에드워드2세를
격렬한 전투 끝에 물리치고 조국을 수호한 기념비적인 전투입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전투가 바로 이 베녹번 전투이며 이 전투를 이끈 스코틀랜드의 지도자는 다름아닌...
로버트 1세 입니다.
<이 ㅆㄴ자식을 확...>
8. 윌리엄은 단순히 참수로 처형 당했나?
윌리엄의 처형장면, 카메라가 목 아래쪽은 잡지않아 단순히 참형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그가 받은 처형방법은 교수척장분지형 이라는 형벌로, 목을 매달지만 고통에 발버둥치도록 내버려 둔뒤, 죽기전에
다시 풀어준 후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내고, 생식기와 살점을 잘라낸 다음 팔,다리를 절단하고 마지막엔
머리를 베어 효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재수없으면 자기 눈으로 배따여 장기가 뽑히고 생식기가 잘리고 팔 다리 다 잘리는걸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 만큼 극도로 끔찍한 형벌이고, 차마 영화에는 재현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9. 최후의 장면, 그는 과연 자유를 외쳤을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비를 외치는 군중과 이를 강요하는 처형 집행인을 바라보다 군중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자유를 부르짖는 장면에서 수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렸지만,
실제 윌리엄이 처형 직전 어떠한 말을 남겼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죽음을 예상하고 아들에게 남긴 유언의 내용이 남아 윌리엄의 심정을 어느정도 옅볼수는 있습니다.
"사람은 자유롭게 의지를 가지는 게 사람이지, 가축처럼 사슬에 묶여 다른 사람을 따른다면 더 이상
그건 사람이 아니다. 짐승과 다를 게 없다. (중략) 너는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무나."
어찌보면 자유를 향한 이 불굴의 정신만큼은 영화와 일맥상통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수많은 사람들을 울린 전설의 그 장면>
이상으로 대표적인 차이만 살펴 보았습니다.
영화와 실제 역사의 차이는 있으나 이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분명 굉장한 수작이고,
실제 윌리엄 월레스라는 인물 또한 스코틀랜드의 성웅이며 자신 목숨을 걸고 자유를 꿈꾼 투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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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말씀 드렸듯 부족하고 짧은 글이나마,
읽으신 분들이 두가지 윌리엄의 모습속에서 즐거움과 교훈을 동시에 찾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재미잇게 잘봣습니다!
프리덤!
이야 잘 읽었습니다.
로버트 브루스 잘 다룬 영화라면 역시 '아웃로 킹'이죠.
그리고 폭군 명군이랄까도 애매하긴 합니다. 일단 두개를 이분론 하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누구 입장에서 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명군과 폭군이고 그것조차 기준은 제각각입니다. 베일리올에겐 명군일 수 있고 브루스에겐 명군이었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ㅈ같은 놈이었네 같은 느낌.. 이니까요. 그밖에 수많은 스콧인에게 역시 제각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에드워드 1세를 무언가로 논하긴 힘들겠지요. 물론 그가 확실히 능력 있고 그의 사후 별명인 '스코틀랜드의 망치'라는 별명 역시 그에게 잘 어올릴 만큼 그는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 맞습니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명군과 폭군의 잣대를 들이대면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각이 기준에 들어가니까요.
영화 자체가 스콧인이 가진 잉글랜드에 대한 반감과 월레스의 관점을 중점으로 만들기도 했고 영화기도 하고(?).. 무튼 그런 느낌으로 보면 영화적 각색 정도일듯 싶긴 하네요.
무튼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