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어떤 분께서 프로기사의 호칭 문제에 대해서 적은 글이 있어서 꼬리말을 달다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글로 쓸까 합니다.
저도 프로기사에 대한 호칭 문제를 나름대로 고민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딱히 결론지어 질 성질의 것이 아니더군요.
저는 타이젬에서는 프바사 동호회로 활동하지 않고 다른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는데, 거기에는 조훈현 국수의 외조카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분이 회원으로 계십니다. 저랑은 친분이 꽤나 있는 분인데, 그 분이 얼마 전 조훈현 자서전을 집필하고 간단하게 출판기념 모임을 주최하여서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집에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서 바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가 그 분께 프로기사의 호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바둑'이란 분야의 마스터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사범님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거기에 계신 분들도 그 의견에 거의 동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29살인데, 거기서 제일 막내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분은 조훈현 국수와 자리를 같이 한 적이 많기에, 많은 프로기사를 알고 있고, 이창호 9단 같은 경우는 내제자 시절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1년에 한번씩 하는 조국수가 소소회원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행사를 할 때 이창호 9단을 빼고는 다른 젊은 기사들을 모두 사범님이라 부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분은 나이도 40대 중반이십니다.- 그 분 정도의 위치면 젊은 프로기사들에게 반말을 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것이 제게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작가님과 달리 프로기사에 대해서 무턱대고 사범님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에 조금은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특히 이름도 잘 모르는 신예기사들에게 ~사범님이란 호칭을 붙이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내가 과연 무엇을 배웠다고 사범님이라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더군요.
저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바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배운 분들은 바둑을 도나 정신수양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반면, 젊은 층들은 바둑을 게임이나 두뇌 스포츠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바둑을 배웠던 분들은 기원을 드나들면서 바둑에 푹 빠져서 바둑을 통해 희노애락을 느끼던 분들이기에 바둑을 두면서 생긴 일화도 많고, 아련한 추억도 많기에, 그 바둑이란 것 자체에 묘한 매력과 함께 경외심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동네 기원에서 왠만한 고수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바둑의 마스터인 프로기사에게 사범님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 자체에 인색하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 최근에 바둑을 접한 세대들은 바둑을 기원에서 두기보다는 인터넷으로 두기에 바둑을 일종의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큰 듯 하더군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사범이라 칭하지 않듯이, 바둑의 마스터인 프로기사들에게 사범님이란 호칭을 선뜻 붙일 수 없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공공연하게 알려진 프로기사들의 아이디가 접속을 하고 있기에, 고수에 대한 환상이 예전보다는 훨씬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인터넷으로 바둑만 두는 것이 아니라, 스타도 하고, 리니지도 하는 등 다양한 게임을 하기에 더더욱 프로기사들에게 사범님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을 꺼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범님이라 칭하는 것이 맞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바둑관이랑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선수라 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바둑관이 너무나 다르기에,프로기사의 호칭 문제는 흑백논리를 적용하여 이것은 옳다, 저것은 그르다 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신이 편한대로 부르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의 차이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프바사 카페에서만큼은 프로기사에 대한 호칭은 ~사범님, 혹은 획득한 타이틀명을 붙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바사 카페는 말 그대로 프로기사들을 사랑하는 팬 카페이기에, 여기의 회원은 프로기사와 그들을 사랑하는 팬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프로기사가 아닌 이상은 프로기사의 팬일 것이고, 여기는 특정 프로기사의 팬 카페가 아니라 모든 프로기사를 포함하는 팬 카페이기에, 프로기사를 사랑하는 바둑팬의 입장에서는 ~사범님, 혹은 획득한 타이틀명을 붙여주는 것이 프로바둑기사에 대한 바둑팬들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호칭이란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프바사 카페에서만큼은 더더욱 사범님, 혹은 획득한 타이틀명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생각해보니 카페이름이 프로기사사랑회인데 그럴 만도 하군요. 제가 가입한지 얼마 안되고 프로기사 좋아하지도 않는데 바둑카페중 회원수가 가장 많길래 무조건 가입하고선 그사실을 간과한 거 같습니다. 전 더이상 이문제에 왈가왈부않고 그냥 빠지겠습니다.
제 생각은 그냥 편한대로 부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호칭문제로 어떻게 부를까 생각하는 자체가 우리의 수명을 단축시킬것 같아요 ㅎㅎ 사범님들도 호칭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봅니다
사범님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참 말하기가 껄끄러운데~ 하여간 저도 신예프로기사님들은 사범이라고 부르기 뭐하다고할까? 아직 배우시는 분들이신데... 하여간 저는 사범님자 빼면 부르기가 어색해서 부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