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박완호
귀 밝은 사람과 나란히 밤길을 걷고 싶다 낮에 보았던 세상의 환한 치부를 어둠에 씻어내며 눈에 담지 못하던 고요의 속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 먼 은하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별들의 기척에 저절로 고개가 젖혀지는 사람, 뜰채 같은 손가락 사이 깃드는 적막을 공깃돌처럼 만지작거리고 싶다 점자 찍듯 흔들리는 풀잎들의 수신호 따라 어두운 숲길을 건너는 누군가처럼 나도 한껏 밝아진 귀를 갖고 싶다
ㅡ 월간 『모던포엠』(2022, 8월호) ********************************************************************************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다고 이야기하지만 유난히 눈이 밝은 이들이 있고 귀가 밝은 이들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에 의해 남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어 서로 다른 희망과 절망을 느끼게 합니다 동시에 일어나는 삶의 현장임에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이처럼 다릅니다 어제 저녁 만난 동기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들도 그랬습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나잇대임에도, 오래 이어온 인연을 쉽사리 끊고 살겠다는 친구를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마 그 친구 귀가 간지럽겠다는 흰소리에도 웃긴 했습니다만... 다음달 모임이 추석 지난뒤이니 부부동반으로 만나 서로 위로하기로 했네요 어차피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친구들과 그 배우자들이니 서로에게 엄치손가락 세워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