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일요일에는 조용히 혼자서 북한산을 산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드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니 혼자 적적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바위산으로 유명한 북한산에서 손잡아 줄 사람도 없이
위험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약간은 망설였습니다.
그 누군가의 '생각을 정리하러 갔다가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나면서
더욱 그랬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거에요...몽이는 바위에 무쟈게 무서워하고 약하다는 것을..^^;;
그래서 제 동생 수지Q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궁(한마디로 꼬셨죠..ㅋㅋㅋ)
선뜻 가겠다고 수긍을 하더군요...
일요일 아침 다소 늦게 일어나서 수지Q를 깨우는데 아뉘..이럴수가
피곤하다고 안가겠다는 것입니다...ㅠ.ㅠ
수지가 안 간다니까 갑자기 저두 가기가 싫어지더군요..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화창한 날씨에 집을 조금만 나서면 보이는
북학산의 이름모를 바위(나중에 올라보니 인수봉이더군요....)가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혼자서 북한산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준비를 덜 한 상태라서 처음부터 불안한 출발을 했습니다.
8번 종점까지는 가서 어디로 들어가야할 지 몰라서 그때부터 물어보면서 가기 시작했죠..^^;;
길고 지루한 아스팔트를 30분정도 걸어서 나온 곳이 도선사입구였습니다.
도선사입구를 지나서 하루재 지나 인수봉 ..
정말 출퇴근하면서 먼발치에서만 보던 인수봉을 직접 와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참을 감탄하고 보는데 빨모님께서 말씀하시던 바위에 미친(?)사람덜이
인수봉을 막 걸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였습니다. 발에 자석을 붙였는지 착착 잘 붙이면서 잘들 타더군요.
부럽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바위를 자신감 있게 타겠노라고 막연히 다짐했죠.^^;;
그렇게 인수봉을 한참지나서 백운대피소라는데가 나오더군요..
그 옆쪽에 백운산장 앞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배는 그렇게 고프지는 않았으나
체력을 위해서 사발면을 먹었습니다.
사발면을 다 먹고 갈 무렵 제 옆쪽으로 노인 세분이 앉으시더니
아가씨 혼자서 위험하게 산을 왔냐면서 말씀을 시키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이슬이를 권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잔도 이쁜 걸 준비해왔다면서..
안그래도 이슬이가 땡겼는데 여자혼자서 술을 먹는다는게 약간 처량해보일 것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마음을 읽으셨는지...ㅋㅋ 한잔 들이키고 안주도 직접 먹여주시더군요...(아궁..민망했습니다.)
아뉘.....그리고나서 막걸이에 두부까지 권하시더라구요...막걸리는 한사발을 돌아가면서 먹었습니다.^^;;
참....튕길래면 끝까지 튕길것이지 한 번 튕기고 바로 들이켰습니다...^^;
그렇게 권하시고는 아직 정상을 안 갔다왔다니까 술 많이 먹이면 안된다고 그만 권하시더군요..
헤어지면서 조심하라는 말을 아끼지 않으셨구요..
세분 만나서 기분도 좋아지구...(술을 먹어서 그런건지..ㅋㅋ)
역쉬..산에 와야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했구요.
정말 그 세분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오래 건강하게 만수무강하시길 빕니다.
대피소를 나와서 위문을 지나 백운대를 가기 위한 관문 ....
정상올라가기까지의 엄청난 바위들을 보고 겁이 벌컥 나더군요..
이래서 다덜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그랬구나..싶은게...정상은 포기할 까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왕 왔는데...그냥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올라온 길이 넘 아깝잔아요..
힘겹게 낑낑 대면서 백운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하두 힘겨워하면서 혼자 올라가니 지나가시는 분들이 많이 격려해주셨습니다...^^
백운대 정상...836.5m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아래에는 서울시가지의 북쪽이 다 보이고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인수봉 오른쪽에는 만경대..
정상이 워낙 좁은데다가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계속 있을 수가 없어서
사람에 치여서 아쉽게도 정상에서 내려왔습니다.
정말 제가 다녀본 산중에서 등산객이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도저히 바로 내려갈 수 없겠더라구요.
정산 밑 쪽에 넓게 바위가 있어서 앉아서 커피 한잔 하면서 한참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보면서 인수봉의 아름답고도 험한 곳에 올라가 있는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더 바위를 잘타서 인수봉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상에서 사진 한장 못 남긴 채 하산을 시작했습니다.(다음에는 일회용카메라라도 가지고 가서 정상을 담을 것입니다.^^)
하산을 시작하면서 위문에서 하산길을 보고 있는데
저희 집이 4.19탑 근방이라 우이동보다는 그쪽으로 내려오는데 더 빠를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알아본 뒤에 4.19탑쪽으로 하산길을 정하고 내려왔습니다.
419로 가려면 대동문에서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첨에는 다소 걱정됐지만
올라오는 길에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서 이정표 보고 가면 되겠지하는 믿음에서
그렇게 잘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로도 안 보이고 바위에 낙엽만 있고 낙엽을 잘 못 밟으면 푹푹 들어가고
그래도 이정표를 보고 내려온 터라 길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에서 계속 내려갔습니다.
아뉘..그런데........
내려오는 사람도 하나 없이 계속 같은 길이 한참을 가도가도 끝이 없이 나오는것이였습니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하더군요..해도 뉘엿뉘엿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길은 안보이고..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나 사방으로 퍼져 도대체 어느 방향에서 나는 소린지 감도 안잡히고..
너무 무서웠습니다.ㅠ.ㅠ
그래도 끝이 나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세시간 정도를 내려가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는 등산로가 보이더군요...
정말 창피한 얘기지만 너무 방가운 나머지 눈물이 나더군요...(아주 찔금...^^;)
내려오면서 정말 이렇게 길을 잃어 조난당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등산로가 나온 뒤로는 무릎 아픈것도 잊고 마구 뛰었습니다.
5시가 약간 넘었는데 해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등산하면서 뛴 것도 처음이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뛸 수 있는 힘이 나왔는지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때 나오는 초인(?)적인 힘이란게 이런건 가 싶은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뛰고 나서 보니 사람이 보였습니다...바로 스님이였습니다.
무슨 절이 나와서 그 쪽 길을 걷는데 아무래도 이길은 대동문을 지나는 길이 아닌 듯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이정표를 보고 분명히 대동문을 지난 것으로 봤는데...우째 된 일인지...
다시 뛰어서 가는데 불공을 드리고 가시는 할머님 두분이 내려가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 여기가 419쪽으로 가는 길이 맞냐고 여쭤보니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왔다고 하시더군요..
이런~~~그렇습니다...전 완전히 반대쪽인 고양시쪽으로 내려오고 만것입니다...ㅠ.ㅠ
아뉘...여자 혼자서 겨울에 산엘 오면 어떻하냐고 하시더군요...
산에서 내려와서 구파발역까지 가려면 1시간 이상을 내려가야 하다고 하시네요...(해는 완젼히 졌을 때입니다.)
제가 울먹거리자....마침..절에서 운행하는 차가 있다면서 역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차도 일찍감치 가는 차였는데 두 할머님께서 연말정산인가 뭔가를 제대로 안해서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시느냐고
늦게 출발한거고 이렇게 아가씨를 도와주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정말.....오늘은 여러모로 하느님 덕을 많이 봤네요...^^;;
(다시 성당에 나가라는 계시인가 잠시 생각도 해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할머님들께 너무 감사한 나머지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했으나
수중에 달랑 5,600원만 있더군요..^^;
음료수라도 사드릴려고 했지만 너무 완강히 거부하셔서 마음속으로만 감사의 표시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을지로 3가까지 같이 있다가 가시는 길에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는 말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가시는 길에도 다음부터는 아무리 아는 길이라도
혼자서는 산에 오르지 말라는 말씀도 아끼지 않으셨구요.
수유역에서 집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려 했으나
생각 좀 정리하면서 가려고 집까지 걸어왔습니다.
혼자서 등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신고식 한번 제대로 했네요...^^;
생각했던 것 만큼 쉽지가 않네요..
만약 정상에서 올라왔던 길을 바로 내려갔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내려왔었을텐데...
제가 너무 제 자신을 믿었나봅니다...무모하게말이죠....
올라오는 길이 생각보다 수월해서 내려오는 길도 그럴 거라고 쉽게 생각한게 화근이였죠...
탈이 더 많았던 북한산 나홀로 산행이였지만
오늘 하루 느낀점도 많았고 배운점도 많았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눈물이 찔끔나면서 제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면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을텐데..
산을 좀 다녀서 그런걸까요? 나름대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운도 많이 따랐지만....
이렇게 북한산을 종주했습니다.(종주가 맞나??처음부터 끝까지 내려왔는데..맞쥐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북한산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아니...일요일에 특별한 스케줄이 없다면 ,가깝겠다 운동 좀 할 겸 북한산으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기필고 419로 내려가는 길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려오고 싶네요..
북한산....그리고 도봉산...수락산도 가 볼 예정입니다...
오늘 제가 지나간 길입니다.
도선사 입구 ▶ 하루재 ▶ 깔딱고개 ▶ 인수봉(810.5) ▶ 백운대피소 ▶ 위문 ▶
백운대(836.5) ▶ 노적봉고개 ▶ 용암문 ▶ 대동문 ▶ (하산길 어딘지 모름)▶북한산성 ▶고양시
나중에 북한산 혼자 가시게 될 분 계시면 제가 감히 말씀 드리고 싶네요..
(초보자에게 말씀드립니다.^^;;)
우선 북한산이 코스가 매우 다양하니 하산길에 주위하셔야 하고요..(저두 미처 몰랐던 부분..)
잘 모르면 올라왔던 길 그대로 내려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위가 많은 산이라서 이슬이가 과해지면 힘드실겁니다.아차하면 깔딱합니다..^^;
힘들어하시는 분 여러분 뵈었습니다..
이슬이는 적당히 한두잔만 하세요..^^;;
또한 바위가 많아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 같습니다.
무릎 안 좋으신 분들은 무릎 보호대같은 것 하셔서
무릎에 무리를 최소한으로 줄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허접한 몽이가 북한산 다녀와서 주저리 썼네요..
그럼..열분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________^
건강하시구요...
오늘 운달산을 잘 다녀오셨는지 모르겠네요...
후기를 쓰신 분이 아무도 없으시네요...힘드셨나보아요...^^;
첫댓글 거봐라~~내가 뭐랬노~ 좋은경험했쓰리다.
피~~~모른척 할 때는 언제궁....ㅋㅋㅋ암턴..길 잃었을 때 오빠 부를 까 하다 참았다...ㅋㅋ 담에 함 벙개 때려봐...바위타는 것 좀 갈켜줘...^^
몽이 못 볼뻔했네..이걸 좋아해야하는겨..아님 슬퍼해야하는겨..ㅎㅎ농담이구..대단하다. 부럽네그려..담에 북한산가면 너를 필히 부를터이니 인솔부탁해^^
ㅎㅎ 수고했어 ^^ 호앙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되는겨 ^^ 다음 산에서 보자
와~~ 멋지시네요..다음에 저두 껴셔 같이 가요..^^
저두 어제 혼자서 북한산을 갔다올까 망설이다가 결국 이곳저곳 산행길 열심히 뒤지구..ㅎㅎ 결국 집에 있었답니다.. 글을 읽어보니 꼭 제가 겪을 일을 몽님께서 겪으신거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좋은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몽이, 화이팅!!^^
몽아! 고생많이 했네. 담부터는 지도 한장정도는 챙기는 것이 어떨까 싶다. 좋은 산행이었으리라.... 건강하고... 이번주 산행가니? 설악에 품에 함께하고 싶다.
나비님~승은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북한산 정말로 함께 함 해봐요..^^그때는 든든한 선봉장을 픽업해서 가자구요...^^;///오봉 오라버니....저두 설악의 품에 푹~~앵겼다 오구 싶은데..어케 될지 모르겠네요..가게 된다면 오빠 계셔서 무쟈게 든든하고 즐거운 산행이 될 것 같네요...^^
대단한걸... 혼자 산행할 생각을 다하고 부럽다. 너의 용기가...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 겠다...글구 설악산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