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약 5년 되어 가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시어머니는 돌아가신지 14년 됐구요. 전 얼굴 뵌 적도 없습니다.
홀시아버지는 어찌어찌하여 시동생네 내외랑 함께 사십니다.
(시동생 내외 결혼할 때 집 얻을 돈이 없었고, 마침 동서 직장과 매우 가까운 곳이라 아버님 집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흰 합쳐서 전세 얻을 정도는 모아놓은 것이 있어 시댁 도움 전혀 없이 독립했구요. 어쨌든 이 부분은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거의 매일 야근하고 새벽까지도 일하는 빡센 직장에서 근무하여
결혼할 당시 요리를 거의 못했습니다.(자랑은 아니지만)
처음엔 집도 너무 좁고 부엌도 두 명이 들어갈 공간이 되지 않아, 시댁 및 친정을 초대하여 식사하고 이런 건 생략하고 지나갔습니다. 양가 모두 별 말씀 없으시기도 했구요.
요즘엔 결혼한지도 좀 되고, 부엌도 조금 넓어져서
적어도 주말엔 조금씩 요리를 해보고 있습니다. 김치는 사오더라도, 나물이나 찌개, 불고기 같은 것은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 하면 무지 오래걸립니다.^^)
문제의 그 일은 주말에 터졌습니다.
조만간 시아버님 생신인데, 지난주에 마침 야근 안하는 날도 있고 해서
순전히 자발적으로 미역국을 끓여놓고 아버님이 생일 당일에 드실 수 있도록 갖다드렸습니다.
그날 저흰 다함께 외식하기로 해서 고기집 가서 외식했구요...
근데 시아버님이 미역국을 보신 순간 "왜 이렇게 음식 할 줄 아는데, 그동안 집에 왜 초대를 안 했느냐. 내년 생일부턴 너희 집에 가서 밥먹자. 1년에 한 번 인데 그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 하시는겁니다.
집에 초대는 작년 생신때 했습니다. 그땐 저녁은 집 가까운데서 먹고 과일이랑 차만 대접했습니다.
시아버지가 명시적으로 밥을 먹자고 안 하시기도 했고, 저희 집은 식탁도 없고 아일랜드 식탁에 바의자 2개 밖에 없는데다 남편도 이것저것 일 많아지는 것을 싫어하여 별 생각 없이 과일 몇가지 사놓고 오셨을때 차와 함께 대접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부터 초대안하냐고 하실때 초대는 생일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얘길 하실 기회를 엿보다 제가 가져간 미역국을 보시자 터진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선 매우 당황스러우면서 서운하기까지도 했던게...
뭐 대단한 칭찬을 들으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그냥 아버님 생각나서 좋은 마음에 미역국 끓인거고
입맛이 꽤 까다로우신 아버님께 욕 안 먹으려고 나름 노심초사하며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시자마자 내년부턴 완전한 생일상을 차리라고 하시니, 내심 "이거 괜히 했다" 이런 생각부터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현장에선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고기집 가선 또 여러차례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나도 며느리가 차려준 생일상 받아보자. 내년부턴 너네집 가서 밥먹자. 1년에 한번인데 어떠냐. 그게 뭐가 힘드냐. 별로 준비할 거 없다." (같은 말 계속 반복)
근데 이때는 좀 당혹스럽고 제가 해보지 않은 일을 하라고 하셔서 완전 표정이 굳어버렸습니다.
제가 좀 하기 싫어하는 듯한 눈치란 거 아셨겠지요. 저도 머릿속이 하얘져서 "6인 앉을 의자도 없고, 그릇도 없고, 제가 한 음식이 입맛에 잘 안맞으실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얘기 했구요.
그러니깐 막 역정내셨습니다.
"야!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것도 못해줘?"
평소에도 목소리 엄청 크신데 그 순간엔 평소보다 100배는 큰 목소리로 다가왔습니다.
이제까지 생일상 차려드린 적 없는거 저도 잘한 거는 아닌줄 압니다.
그런데 처음 집을 그런데서 시작했는데 아무말씀 없으셨고
제 생일에도 미리 밥 한 번 같이 먹는 거 이외에 시댁에서 당일날 전화, 문자 그런거 전혀 없고 선물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아, 시댁은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시는 분위기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버님 생신을 제가 그냥 넘어간 적은 당연히 없구요. 생일상을 안 차린 것이지, 외식하고 선물드리고 케익사고 전화드리고 문자드리는 것은 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동안 뭔가 못받아서 쌓여있었다는 투로 말씀하시고, 또 생일상을 강요하시며 화를 내시니, 그동안 제 생일 챙김을 못 받은것까지 서운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그동안 서운한 마음이 있었는데 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게 강요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며느리가 밥해주는 종인가' 싶기도 하고, '왜이렇게 밥에 목숨거시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무슨 일이든간에, 시켜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진정 우러나서 하는 일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결과를 초래한게 됐으니까요.
물론 제가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 실제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일을 부담백배로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다른 며느리들은 다들 어떻게 사시나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일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추가
첨에 글이 넘 복잡해질까봐 안 썼는데,
사건 당일 시아버지 역정내시기 전에 시동생이 결정적으로 한 마디 했습니다.
"그만해요. 아빠~ 하기싫다쟎아요. 하기 싫다는 걸 왜 자꾸 얘기해요." (우리 듣게)
이 말듣고 시아버지 표정 완전 변하면서 저한테 "야!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것도 못해줘?" +@ 역정내신 겁니다.
아마도 시동생은 당연히 며느리가 밥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 이 생각 하니까 동서 진짜 불쌍하네요. 동서도 맞벌이...T.T)
며느리의 여러 역할 중에 "밥차려야 하는 역할"이 이렇게 큰 것인지 몰랐습니다. (적어도 어르신들에게)
일년에 하루 그렇게 하는거 객관적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번일로 충격받은 건, 며느리의 "밥차려야 하는 역할"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그렇지 않다는 걸 느껴서일껍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제가 누군가에세 "밥을 차려야 하는 사람"인 적이 없었던 것은 제가 그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증거겠죠?
예전에 제가 철없을때 친정엄마가 "밥은?", "밥 먹었어?" 이렇게 물을 때마다 제가 "그놈의 밥.밥. 지겨워"라고 내뱉었던게 갑자기 생각나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에겐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어서 그랬던건데,, 엄마도 누군가에겐 밥을 얻어먹고 싶었을텐데...
전 엄마가 밥하는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귀찮게까지 받아들인 것 같아서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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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ㄱㄷ 시누이아니라 시동생ㅠㅠ 본문보면 동서가 짠하다는 얘기도 있어
으 존싫 ㅠㅠㅠㅠㅠ 진짜 자기 생일만 중요하신가 그것도 맘에서 우러나야하는거지 외식으로라도 꼬박꼬박 챙겨드렸다는데
대접받고 싶으면 그렇게 행동하는게 맞는건데...나이만 먹으면 다 대접받아야하나>?
싫다 지아빠 생일상 지가차려라
ㅋㅋㅋ대접받고싶으면 그에맞는 언행부터하시길 지랄한다 진짜 ㅋㅋㅋ딸래미한테해달라하지 피 한 방울 안섞인 며느리한테 역정이고 ㅋㅋㅋ
본인은 다른 누군가의 생일상 한 번 차려본 적 없으시겠지....?
난 그냥 한번 차려드릴래 그리고 더 당당히 남편한테 요구할거야 처가에 잘하라고
2222 집안에 앉을 자리 없으면 시댁에 음식한거 가져가서라도 한번 할때 미친듯이 열심히 해서 일년에 한번은 나 죽었다 생각하고 제대로 차리고 그 다음부터 "난 그때 했자나"로 무기삼을거임..... 차려준다 차려줘 그까짓거
333 나도 진짜 그냥 진짜 싫은데 눈딱감고 할래 그리고 무기삼을거야 ^^
잉 근데 왜 자기 직계혈족한테 안바라고 피한방울안섞인 며느리한테 저렇게 역정을내시지ㅋㅋㅋ
진짜 역정내는거 진짜싫어ㅠㅠ 으아 나한테 저러면 난 저기서 울수도 있을거가타..... 울엄빠도 역정안내는데......
나도 해주고 남편한테 우리 부모님 얼마나 사신다고 장인장모 생일상 일년 중 하루로 몰아서 해줘^^ 우리 서로 부모님께 챙겨드리자^^ 라고 할래=_=
며느리한테 야! 라닠ㅋㅋㅋㅋㅋ존나 싫다 진짴ㅋㅋㅋㅋㅋ그동안 며느리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알겠네
야! 는 자기아들한테한거겠지....설마.......미치지않고서야...울시아버지는 낸테아직 존댓말하시는데..
1년에한번은할수있지ㅋ 그거뭐어렵다고 불고기양념장사서 부어놓고 반찬좀사고 잡채랑 미역국 생선구이만하고 전몇가지사면됨..ㅋ 난 야메며늘이라서
ㅋㅋㅋㅋㅋ그동안의 받은것들은 남편이 받고 갚는건 며느리가하네ㅋㅋ 그리고 며느리한테 생일상 받고싶으면 당신 아들한테 장모님 장인어른 생일상차리라고해ㅋㅋㅋㅋㅋ
자식들도 안하는거 왜 며느리가 해야돼ㅋㅋㅋ 울 시댁 보는것 같아서 짜증난다...
난 차려드릴순 있어. 단, 시누이 남편 다 불러서 요리하는거 같이할꺼야 ㅋㅋㅋ 생일상은 본인 아들 딸한테 받으세요. 쌩판 남인 며느리한테 효도를 강요해.
딸한테 해달라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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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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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마자 나도 회사에서 심심했는데 판글 재밌게 읽고 있어 고마웡^.^♡
...저렇게 말하면 차려주기 싫다. -_- 당신 아들보고 차려달라고해. 보니까 여자가 요리에 자신도 없고 주말에만 요리한다는거 보면 직장도 다니는거 같은데? 뭐 일년에 한번? 말이 쉽지. 보니까 자기 딸도 있구만 지 딸한테 차려달라고하던가. 효도는 셀프입니다~~
왜 자기부모효도는 며느리 몫인지.... 장인장모 생신때는 똑같이 했는지 묻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