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아 산과 들을 쏘다니며 그 난리를 치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봄날의 흐드러진 아카시아도, 여름날의 짙은 밤꽃 향기도 이제는 지난 계절의 무용담이 되었다.
날이 서늘해지고 들판의 꽃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자 벌통 안의 공기도 싹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벽같이 출근 도장을 찍고, 칼퇴는커녕 야근까지 불사하던 열혈 일꾼들이 아니었던가.
주 7일 근무에 무급 야근도 마다치 않던 녀석들이다.
노조가 있었다면 벌써 파업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 녀석들은 파업 한 번 없이 평생을 일했다.
그런데 바람이 쌀쌀해지니 벌통에 콕 박혀 제 세상이다.
계절 하나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백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양식을 내놓으면 기다렸다는 듯 받아먹는다. 일할 때는 그렇게 부지런을 떨더니, 먹고 자는 일에도 어찌나 진심인지 모른다.
맡겨둔 적금이라도 찾는 양 양식을 축내는 꼴이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난다.
녀석들의 속내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어이, 벌치기님, 봄에 우리가 넣어둔 꿀 통장, 이자까지 얹어서 내놓으시게.”
“벌치기님, 오늘 양식은 합격인데 실내 온도는 한 칸만 올려주시죠.”
이쯤 되면 5성급 꿀벌 호텔의 VIP가 따로 없다.
방 따뜻하지, 밥 공짜지, 청소며 관리며 죄다 벌치기가 알아서 해주니 이런 호강이 또 있을까.
하지만 평생 쉬는 법도 모르고 꿀만 나르던 녀석들이다.
이럴 때라도 상전 대접 한번 받는 게 뭐 그리 나쁘겠는가.
그래, 열심히 일한 벌, 쉬어라. 겨울 양식은 넉넉히 챙겨줄 테니 배불리 먹고 무사히 겨울을 나거라.
대신 내년 봄 꿀벌 사관학교 재입교 때는 낙제생 하나 없이, 날개에 힘 좀 단단히 주고 오기다.
첫댓글 벌이 사라지면 지구도 멸망한다고 그만큼 벌은 인간 세상 생존과 깊이 연결되어있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요
휴면기에 들어간 벌님들 건강한 겨울 나세요~~~♡♡♡
맞는 말씀입니다.
작은 벌들이 생태계에서 해내는 일이 얼마나 큰지, 곁에서 지켜볼수록 더욱 감사하고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휴면기에 들어간 벌들도 무사히 겨울 잘 보내도록 정성껏 보살피려고 합니다.
그래야 내년에 또 달콤한 꿀이 기약되겠지요.
벌들 입장에서보면,그동안 엄청난꿀을공급 해드렸으니
나를위하여 좀쉬면서,먹이도먹고,힘을내어
본격적인 꿀생산을위한 휴식기를
갖고 있는듯합니다.ㅎ.
영필님 말씀처럼 그동안 애써준 벌들도 재충전하는 시간이 있어야겠지요.
더 달콤한 결실을 위한 휴식기를 재밌게 표현해봤습니다.
꿀벌의삶을보면서 우리들의삶도 묵상해보는시간이되네요...
벌들아 수고많이했다.
"벌들아 수고많았다" 하시는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벌들도 우리도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가 필요하겠지요.
다정한 댓글, 감사합니다.
네 역시 문장 시원하게
잘써요
벌치기 십 년 차가 되다 보니
벌키우는 일도 벌에 대한 글도
자신이 좀 붙었나봅니다.
꿀벌들 그동안 쉬지않고 일하였으니
이젠좀 편하게 쉴때가 되었습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자연의 조화도사라질
귀한 존재들~~.
옛날 동네 근처 야산에 갔다가 나뭇가지에
한뭉텅이 달라붙은 꿀벌들 어찌해야 힐줄
몰라서 그냥 포기한것 지금껏 후회 중 입니다.
아까운 기회를 놓치셨군요.
그런 후회도 있군요.
우리도 가끔 벌들이 단체로 가출을 하면 산으로 찾아나섭니다.
그 벌이 저희 벌이었을 확률 10%ㅎ
내년 봄에..
꽃이 허드러지게 필때
그때를 위하여
별들에게 잘 해 주세요...ㅎ
그래야겠습니다.
잘 해줘야 제 주머니도 두둑해지겠지요.
산님이 잘 해주라하더라고 벌들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벌님들 휴식기에 잘 대접해 주시면
겨울 지나고 꽃바람 불때 .......
커다란 꿀단지를 채워 주겠지요~~~
맞아요, 백수기간 동안 정성껏 보살펴주면 내년 봄에 그 마음을 알고 고마운 꿀을 가득 채워주겠지요. 벌들과 사이좋게 잘 보내고 봄에 단 꿀단지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달콤한 댓글, 감사합니다.
고모네 누나가 딸기를 비닐하우스에서 생산을 하는데, 하우스 안에
벌통을 넣어서 열매가 맺도록 하더군요. 꿀벌들의 휴면기에 들어갔군요
맛갈나는 글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딸기 농사에 수정벌을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다녀야 탐스러운 딸기도 맺히는 게 참 신비롭지요.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제가 알던 양봉( 아니 자연봉) 하시던 할아버지께선
벌통을 산에서 져내린 다음 어떤 풀에 불을 피워 그 연기로 벌통 벌을 다 죽여버리더군요.
겨우내 먹여 살리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요.
다음 해 다시 벌통을 산 속에 설치하면 야생벌들이 순식간에 입주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꿀 치는 곳은 강원도 귀둔리 지나 진동의 바람부리란 곳이고 산은 점봉산 자락이었습니다.
저는 약 20년 간 그 댁 꿀을 사 날랐습니다.
그 때 궤꿀이라고 하는 밀랍과 꿀을 동시에 많이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