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도 채 담지 못한 것 같은데 어제는 벌써 여름으로 접어든다는 立夏였습니다. 전에는 봄을 보고 있으면 온 세상이 봄으로 가득 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꾸만 지나온 계절의 끄트머리만 잡고 아쉬워하는 것을 보니 제가 요즘 너무 세상에 들켜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조금은 더 가벼워 져도 될텐데...
이번 주에도 역시 많은 분들이 뜰을 가꾸어 주셨습니다. 함께 하여 주신 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 드립니다.
김소영 (난향)님 - "배신"
화자가 진술하기를 배신은 <붉은 꽃 한 송이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라 한다. 짧지만 화자의 진술은 선지자의 그것도 낭만주의자의 그것도 아니다. 아픔 = 붉은 꽃의 등식으로 진술하는 화자의 비극적 의지는 현란한 몸의 상상력을 동반한다.
김소영 (난향) - "그림엽서"
당신 = 별이라는 비유... 여성다운 담담한 어조로 <당신> 에 대한 생각을 진술하고 있는데 담담하면서도 그 사랑의 도는 깊다. <당신>에 대한 화자의 태도는 담담함 그 자체이지만 그 담담함에서 그 사랑의 성숙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강경희 (마이아) - "수용의 미학"
시어머니께서 그리 작은 일에도 상의하는 것은 며느리가 편하고 든든하게 느껴져서 일겁니다. 보여지는 느낌만큼이나 시어머니께도 잘하시는 것 같군요. 그리고 성격이 다른 두 분의 어머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대해 보셨으니 나중에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순옥 (민트)님 - "이런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구구절절 가슴에 닿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만 기다리다 아직까지 사슴모가지가 되어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냥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함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광임 (나비)님 - "비갠 상큼한 월욜..."
지난 노동절에 천안에 있는 저수지로 낚시를 갔었는데 올해는 저수지 담수율이 80-90퍼센트가 넘어서 물 걱정이 없다고 안도하더군요. 비가 와서 귀찮기도 했겠지만 요즘 내리는 비는 여러 가지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비인 것 같습니다. 보너스로 봄철 불청객인 황사도 많이 걷혔죠?
안광임 (나비)님 - "나는 당신을 위해..."
그 마음만으로 이미 <당신>이 원하는 <한 송이 꽃>이 되셨을 겁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밀도 있게 그린 글 잘 감상했습니다.
전규철 (눌란)님 - "그때의 이팝나무"
화자는 언어 중독자이다. 이팝나무가 피는 풍경을 언어로 옮기고 언어는 다시 풍경을 그려낸다. 그런데 그 순환의 굴레에는 아픔이 있다. 텍스트에서 묻어나는 아픔이 출구를 쉽게 찾지 못하는 걸 보니 그때의 이팝나무도 쉽게 피지 못할 것 같다.
김소영 (난향) - "부부생활"
<부부생활이란 복잡한 그림퍼즐 맞추기... 오랜시간 엎드렸다 일어나 보니 그대는 떠나고 없네...> 화자는 요즘 짧은 글 쓰기를 시연해 보이는 것 같다. 그 짧은 글 속에 숨어 있는 커다란 외연이란 !!!
조영애 (별소나기) - " 餘炎"
<餘炎여염에는 비... 눈물... 가슴속 웅덩이 하나...> 사랑의 불꽃이 타다 남으면 그리 큰 흔적이 남나 봅니다.
이혜실 (도요새) - "방방 아저씨는 언제 오실래나..."
음, 방방 아저씨는 아마 좋은 일거리를 찾아서 다른 일을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성당 앞에 덤블링 시설이 있는데 미사 끝나고 아이들이 자꾸 그곳으로만 가려고 해서 애를 먹는 답니다. 재미있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이주석 (살풀이)님 - "옻닭 기행"
하하, 그리 어렵게 드신 옻닭이라 더 맛이 있었겠습니다. 저도 거래처 사장님의 안내로 강남에서 옻닭을 먹어 본적이 있는데 아주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먹을 만 하더이다. 언제 옻닭모임을 주선해 보시지요.
안광임 (나비)님 - "행복은 스스로 가꾸는 것"
행복과 불행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다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지키는 것이 인생을 지킨다는 것... 감사합니다.
김소영 (난향)님 - "가슴속 깊은 곳에"
아름답고 애틋한 연가이다. <고요하고 메마른 내 삶에 사랑의 샘으로 오신 당신>의 은혜를 퍼 올리기 위하여 내리는 두레박이 수면에 닿으면서 진정 "가슴속 깊은 곳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현숙 (호연)님 - "산중에서 길을 묻다"
글을 읽고 나니 저도 기왓장을 주워들고 무지개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변계성의 감옥에 갇혀 퍼덕이는 중생이더이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광임 (나비)님 - "희망"
마치 잠언적인 글을 긴 호흡으로 완성시킨 글이다. 절제된 언어로 작은 것에서 희망을 건져내어 크게 흔드는 화자의 작지 않은 가슴이란 ..."
김소영 (난향)님 - "어린 시절"
화자는 언어를 익숙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말결의 흐름이 물결처럼 유연하다. 작지만 만듦새 있는 시를 완성하기 위하여 화자는 삶의 곡절과 무수한 사연들을 되씹어야 했을 터 유년에 대한 아릿한 추상의 날개 짓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혜실 (도요새)님 - "가자미 식해"
가자미 식해에 얽힌 추억을 올려 주셨군요. 가자미 식해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설명을 들으니 아마 제 정서에도 맞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저도 곰삭은 젓갈이나 삭힌 홍어등의 음식을 좋아하는 데 언제 저도 주문해서 맛보아야겠습니다.
김소영 (난향)님 - "어떤 날에는..."
참 아름다운 시다. 문득 떠오른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안부 ...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 일상에 잠복하였다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길게 울부짖는 서정이 독자들에게 눈시울로 다가간다.
조영애 (별소나기)님 - "正道"
어차피 삶이란 길 찾기가 아닐런지요.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선 미련이 남을텐데 어느 길이 정도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 가슴 헤어진 길도 가지 않았으면 미련이 남았을지도 모를 터...
이현숙 (호연)님 - "굴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혹은 주변에 의해서 만들어진 굴레에서 허덕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은 외롭다. 산다는 것은 그 굴레를 탈출하는 작업이 아닐까?
박병준 (육바라밀)님 - "산에는 진달래가....(4월13일)"
한 번 산에 다녀오시더니 이제는 자주 산행을 하시는 군요. 저도 마음만 굴뚝같고 못가고 있는데 님 덕분에 이렇게 뒤따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사유의 뜰이 특별한 곳이겠습니까. 우리 함께 와서 편히 쉬는 공간인 걸요. 자주 들러 주시길...
조영애 (별소나기) - "安樂死..."
<온갖 것을 다 버리고 나서 얻어지는 것은 또 무엇일까...> 버리고 나면 그만큼 채울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버림은 충만이겠지요. 버리고 나면 무엇인들 채우지 못하겠습니까...
남상연 (그렌우스)님 - "만나면 편한 사람"
용혜원님의 시를 올려 주셨군요. 용혜원님이 기독교 목회자이기 때문인가요? 시인의 시는 대부분 <편한 詩> 인 것 같습니다. 남상연님도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편안한 분이십니다.
이혜실 (도요새)님 - "마릴린 먼로도 꺼뻑~ 죽는 거시기!!!"
하하, 요즘은 더 리얼한 "남근" 모양의 도예작품도 버젓이 전시하는 걸 팜플렛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 당시엔 아직 쉽게 오픈하진 못했던 때 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김소영 (난향)님 - "이제 알겠습니다"
나도 이제야 알겠나이다. 엄동설한에서도 사유의 뜰에 꽃이 피는 이유를... 세상이 일상에 포복하여 돌아가고 있어도. 눈 내리고 있는 가운데 꽃이 피는 그 반란은... 바로 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정영주 (불타는밤)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마치 동요를 읊조리듯 써 내려간 정영주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그렇죠 이제는 그 바위 같았던 아버님의 어깨가 작게만 보이고 그 자리에 제가 서있게 되네요. 자주 들러 주십시오.
현영철 (엉터리) - "간다"
하하, 잘 가시라고 배웅하려 하였더니 이제 보니 바로 옆에서 함께 가고 있더이다. 그냥 가시다가 힘들면 함께 쉬고... 힘이 나면 또 걷고... 그러다 보면 우리가 가는 길의 비밀을 조금은 알 수 있겠지요.
이혜실 (도요새)님 - "막내동서 길들이기"
하하, 막내동서가 정말 호된 동서 시집살이를 했군요. 저는 맏사위인데 손아래 동서가 동갑이라 처음에는 호칭이나 여러 가지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규철 (눌란)님 - "물방울은 어디서 빛나는가"
빛나는 물방울의 이미지에 대한 화자의 관심이 <노동의 피곤함>을 안은 <공단의 아가씨들>, <기침>하는 <시화의 썩은 물>과 마주치면서 운명에 대한 비탄함이 깃들인다. 그 아픔으로 <늙은 갯벌>과 <흔들리는 바다>는 물방울에 익사할 것 같다.
구혜림 (그라미) - "오월에는"
화자의 시는 부담없이 읽힌다. 크게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수채화를 그리듯 진술을 하는데 상큼함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러면서 시적 가락이 살아 있음이란 !!!
김소영 (난향)님 - "꽃 속의 음표"
배한봉 시인의 글을 옮겨 주셨군요. "꽃 속의 음표" ... 시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사물의 투명함과 진리가 깊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마치 꽃들의 휘파람 같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조영애 (별소나기)님 - "絶 望..."
<산 속에서 길을 잃어 헤메이다 환하게 볕이 드는 곳을 애써 찾아드니 앞에 펼쳐진 까마득한 절벽 앞의 그 絶望 ...> 요즘 화자의 글에서는 자조적인 슬픔이 묻어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아주 최악의 상태는 아니더이다. 천하장사 영애님 !!! 힘내시길...
전규철 (눌란) 님 - "버리지 못한 낙서 두 조각"
눌란의 시가 보여주는 것은 텍스트의 다중성이다. 대부분 많은 시들이 하나의 목소리만을 들려주는 데 비하여 화자의 시어들은 망설이면서, 단절되면서 힘겹게 진행된다. 그 진행 속에서 세상에 대한 해체의 미학이 돋보인다.
이혜실 (도요새)님 - "국립 암쎈타"
국립암센타에서 가까이 살다보니 그런 슬픈 소식도 먼저 접하게 되는 군요.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할텐데, 이제는 벌써 동창들도 장례식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춘화 (새야) - "서리"
비교적 단순한 구도 위에 짜여진 시는 날카로운 서리가 <시퍼렇게 날을> 갈 듯이 가슴에 아픔으로 쑤셔오나 곧 해가 뜨면 증발하여 무뎌지듯이, 하지만 오랫동안 흔적으로 남는... 그 담담함에 어떤 성숙의 표지가 보여진다.
현영철 (엉터리)님 - "[잡시] 새야......"
하하, 새를 잡기 위해 덫을 치고 독약을 바른 벼이삭을 마당에 던져 놓았는데, 새는 걸려들지 않고 애꿎은 서당개만 걸려들었다고요? 이렇게 글을 올리시면 나중에 서당개님의 후환이 두렵지 않으신지요... 서당개님의 반격이 기대됩니다.
이혜실 (도요새)님 - "그래.. 그래 ..잘 결정했다 !!!"
이혜실님 주변에는 선남선녀들만 사시는 것 같습니다. 미숙이라는 효녀이야기 잘 감상했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현숙 (호연)님 - "그 곳에 가고 싶다"
어렸을 적 높아 보이기만 하던 소오산에서 마을을 지나는 시냇물의 발원지를 발견하셨다고요? 님의 글을 읽으면서 남상(濫觴)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양쯔강같은 대하도 근원은 술잔 하나를 겨우 띄울만한 세류(細流)에서 시작된다는 말... 유년의 추억이 서려 있는 소오산 ... 언제 한 번 다녀오시게 되면 그 감동을 다시 뜰에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신록의 계절에 그대도 푸르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평화...
뜰지기
김 운래 (낙타의꿈) 드림 -----------------------------------------------
첫댓글 방지기 대단하시군요.. 이덕에 후임자 존재 없을듯...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