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엔진, 청화대학(淸華大學)의 경영전략 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성장요인 중 하나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청화대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중국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최근 중국권력층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대청제국(大淸帝國)’이라고 한다. 그만큼 청화대학의 중국 내 입지가 절대적인 위치임을 뜻하고 있다. 차관급 이상 관료 중 100명 이상이 청화대학 출신이며, ‘청화방(淸華幇)’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현재 중국 개혁개방의 선봉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공정부(水利工程部) 출신의 현 국가주석 후진타오(湖錦濤), 무선전기전자학부를 졸업한 상무위원장 우방궈(吳邦國), 전기공정학과를 졸업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황쥐(黃菊) 등 서열 10위 안에 드는 정계 세력들이 모두 청화대학 출신이다. 또한 중국 최대의 TV 메이커인 창홍(長虹) 그룹의 신임 CEO 자오용(趙勇)은 기계공정과 박사 출신이며, TOM.COM의 왕레이레이(王雷雷)와 같은 스타급 벤처기업가들의 상당수가 청화대학이 배출한 인물들이다.
이처럼 청화대학은 중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을 속속 배출하고 있으며, 부단한 개혁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중국 내 최고의 명문대로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청화대학
청화대학은 1911년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예비 학교인 ‘청화학당’으로 출발했다. 1925년 대학부를 갖추었으며, 1928년에는 문과, 이과, 법과, 공과의 4개 단과대학과 16개 학과의 ‘국립 청화대학교’가 설립되었다.
항일전쟁 시기에 청화대학과 북경대학, 남개대학은 쿤밍에 서남연합대학을 구성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동고동락한 결과,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후, 청화대학은 다학과의 공업대학으로 재건립 되었으며, 현재는 중국의 기술인재 육성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
올해 상반기 발표된 <중국대학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청화대학은 종합 평가점수 232.5점을 받아, 196점을 얻은 북경대학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표> 참조). 청화대학은 과학연구 투입비용, 산출물, 연구효과 등 3개 부문에서 타 대학에 월등히 앞선 점수를 받아, 명실공히 중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 연구대학으로 인정 받았다.
종합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북경대학은 인문과학 부문에서 가장 우월한 학교로 꼽혔다. 절강성 성도인 항주에 위치한 절강대학, 상해의 복단대학과 상해교통대학, 무한의 화중과기대학과 무한대학, 남경의 남경대학 등 화중지방에 위치한 대학이 10위권 중 6개 순위를 차지했다.
청화대학 구빙린(顧秉林)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일류 대학은 반드시 상승하려고 하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와 분위기는 은근히 학생과 교수들에게 교화 작용을 하며, 한 사람의 일생의 성장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화대학이 일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4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가 관리인력의 일류화이며, 둘째가 세계적인 일류 교수의 초빙, 셋째가 성장을 위한 충분한 자원의 확보, 마지막으로 교과 과정의 질적 수준 제고이다.
세계화로의 빠른 발걸음
지난 7월 30일 청화대 구빙린 총장과 독일의 아헨(TH Aachen) 공업대 루프트 총장은 22명의 학생에게 석사학위를 수여했다. 22명의 학생들은 청화대와 아헨 공업대 합작 프로젝트의 첫번째 졸업생으로서, 두 개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취득했다. 청화대와 아헨 공업대는 2년 전 학생들을 교환 파견하고 이수학점을 인정하는 교환학생 제도를 설립한 바 있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들 또한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14명의 청화대학 교수들은 독일에서 선진 교육과정 설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아헨 공업대의 교수진들은 청화대학에서 자동차 설계와 관련된 강의를 개설했다.
아헨대학 이외에도 미국, 유럽의 선진 대학과의 교류를 협의중에 있다. 이공대학 박사과정 재학생의 수준 향상과 국제적 학술교류역량 제고를 위해 재료학과와 MIT, 전자학과와 스탠퍼드, 에너지학과와 프린스턴 등 박사과정 수준의 협력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청화대학은 2004년 여름학기 ‘외국어 학습 문화활동의 달’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교내 강사진 40명을 비롯해 외국인 강사 38명, 외국인 자원봉사자 35명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IEP계획 (International Education Program)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세계 유명대학과의 교환학생제도 운영, 단기적인 글로벌 체험 프로그램 운영, 박사과정 학생들의 국제 컨퍼런스 참여 기회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나가고 들어오라(走出去, 請進來)’ 이념에 기초한 발빠른 세계화의 실행은 청화대학을 세계적인 일류 대학으로 한 단계 상승시키는 밑거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육성을 위한 세심한 배려
올해부터 청화대학의 학생 모집이 각 단과대별 독립권한제로 바뀌게 된다. 단과대별로 다른 모집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조건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국제엔지니어링 관리학원은 3년 이상의 관련업종 경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 무시험 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다.
청화대학의 석사과정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교과과정의 질적 개선과 효율화를 통해서 기존 3년 과정을 2년으로 축소하는 한편, 과정에 대한 평가 시스템은 더욱 엄격해진다. 짧은 기간에 많은 양질의 인력을 배출해 내겠다는 대학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화대학은 학생들에게 졸업 전까지 모두 4번의 전과(轉科)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선택하는 전공 과목을 교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산학협동의 場
중국 대학 가운데 가장 활발한 산학협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청화대학이다. 이공대 중심으로 우수한 기술인력을 보유한 청화대는 대학 내 ‘과학기술개발부’라는 기술이전 조직을 만들고 국내외 1천 개 이상의 기업과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화대학은 직접 돈을 투자하여 학내 벤처기업을 육성하기도 한다. 1994년에는 ‘청화과기원(淸華科技院)’을 중관촌에 설립하여 사내 벤처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실시하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청화대학 집단공사’는 40여 개의 크고 작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자회사인 ‘칭화동방(淸華同方)’은 1995년에 설립되어 컴퓨터, 서버,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중국의 미래 성장엔진, 청화대학의 성공 비결
청화대학은 경쟁관계에 있는 북경대학과는 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북경대학이 문과 중심의 저항적이며 보수적인 학풍을 지니고 있다면, 청화대학은 이공계 및 상경계 중심의 순응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로 대변된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만 해도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은 청화대학이 아닌 북경대학이었다. 그렇다면 청화대학이 이토록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그리고 향후 세계 일류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 첫째, 진보적 성향
청화대학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여타 대학에 비해 훨씬 간결하기 때문에, 항상 시류에 한발 앞서가는 빠른 대응책을 내놓곤 한다. 또한 정책결정의 성향 또한 상당히 진보적이기도 하다. 작년 사스(SARS)파동으로 인해 베이징이 몸서리를 앓았던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환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전전긍긍했었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이 당시 청화대학은 정부의 지시에 앞서서 자체적으로 폐교 조치를 단행하고, 철저하게 학교 내부와 외부를 격리시킴으로써 환자 확산을 근본적으로 억제한 바 있다.
● 둘째, 무한한 투자재원 보유
청화대학은 돈이 가장 많은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유력한 정계의 교우들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모교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재계의 부호들 역시 최고의 엘리트 육성센터에 줄을 대기 위해 아낌없는 자금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청화대학 자체의 기업집단은 외부의 사기업과 동일한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기업에서 창출된 이익은 고스란히 청화대학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막대한 투자재원은 청화대학의 일류화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 셋째, 경영대학에 대한 투자
20년 전만 해도 가장 작은 규모로 출발했던 청화대학의 경영대학은 현재 가장 큰 규모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경제관리학원’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국제 MBA과정 설립, 유학파 및 외국계 교수의 적극적인 초빙, 해외 대학과의 빈번한 교류 등이 있다. 청화대학에 재학중인 한 한국인 유학생은 “청화대학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학생 입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교육환경을 제시하는 학교는 또 없다”라고 말한다. 청화대학의 경영대학이 향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 넷째, 학생에 대한 무조건적 투자
청화대학은 국가보조 학자금사업을 학내 중점 프로젝트로 관리하고 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보조금을 받은 학생수는 총 1,950명에 이르며, 누적 금액은 3,300만 위안에 이른다. 이밖에도 외부 기업의 명의로 제공되는 각종 장학금 혜택도 엄청나다. 똑똑하기만 하면 돈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 다섯째, 졸업생들간의 네트워크
일명 ‘청화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응집력을 보여주는 청화대학 교우들의 네트워크는 향후 중국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사람을 거치면 될 일도 안되고, 불가능한 일도 이루어진다는 ‘꾸안시(關係)’의 나라다(주간경제 630호 <꾸안시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참조). 이 꾸안시의 중심에 청화대학이 존재하고 있다.
청화대학은 작년 ‘일류대학으로 가기 위한 이론과 실천’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제는 중국 최고의 대학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청화대학이 세계적인 일류대학으로 성장할 즈음이면 중국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강국으로 발전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