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2013. 10. 2(수) 12:31
2013. 10. 4(금) 10:03
2. 코 스
광점동 -> 어름터 -> 향운대 -> 두류능 -> 1545봉(1박) -> 국골사거리 ->
청이당터(2박) -> 허공다리골 -> 광점동
3. 참가인원 3명
‘뫼가람’
‘작은세개’
‘나’
4. 시간대별 도착지
10. 2(수)
12:31 : 광점동 출발
13:09 : 어름터
17:06 : 향운대
18:25 : 1545봉
10. 3(목)
10:39 : 출발
11:15 : 청이당터
10. 4(금)
07:52 : 출발
10:03 : 광점동
5. 산행시간 및 거리
총 8시간 41분
도상거리 약 12.2㎞
6. 산행후기
지리산 자락을 밟아 본지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정기 산행으로 잡아 놓은 둘레길 마저 비 온다고 빠방 내고, 너무 덥다고 미루고....
또 비 온다고 합의 도롱~~~
지난 9월 29일 일요일, 둘레길 하자고 오랜만에 아침 6시에 만났는데....
비가 조금 내리자 만장일치로 전주 남부시장 순대국밥집으로....
그나마 한 번씩 다니던 인근 모악산도 가 본지가 아물아물 하다
뒤 허벅지는 풀때죽 처럼 축~ 쳐져 덜렁거리고 힘주면 들어가던 뱃가죽도 이제 통제 불능이다
그러던 9월 30일 ‘뫼가람’에게서 카톡이 온다
‘10월초 이틀휴가내서
지리동부쪽
갈까합니다
최사장
긍정적이고
대략 계획은
첨부와 같아요
박지가 좁아
3인이상은
불가‘
근데 눈 씻고 봐도 첨부가 없네
보나마나 20-30분 가다가 자리 잡고 “만고가앙산~~~♬” 하겠지 뭐....
바로 답을 해줬다
나 : ‘같이가’
‘뫼가람’ : ‘산행 아니고 힐링임다’
나 : ‘요즘 나도 운동 안해서 널널한 게 좋아’
‘뫼가람’ : ‘그러시죠’
그리고는 내심 ‘운동 삼아 모악산이라도 몇 번 다녀올까?’
생각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다음날(10월 1일) 바로 카톡이 또 온다
‘내일산행관련
입니다
준비물은2박에
맞게각자준비
합니다
술안주로
LA갈비약간재
워갑니다.술은
다다익선이지
만
저는
4홉하나만가져
갑니다.
10시
아중중주차장
에서
출발하며
차량은오피러
스로갔으면좋
겠는데‘
...................
이런 젠장~~~
이렇게 빨리???
오랜만에 꾸려보는 박짐에 뭐 뭣을 준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아참~! 근데 점심 술 약속이 있는데....
간단히 먹어야겠네....
정종대포 몇 잔으로 술자리를 마치고 내일 산행준비 땜에 좀 일찍 들어왔다
10월 1일 전주의 낮은 29도 까지 올라갔다
취기에 너무 더워 잠시 에어콘을 켜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아뿔사~!
코뿌리가 까끌까끌하니 컥~! 막혀 있는 게 100% 감기 증상이다
1년에 한두 번 감기를 꼭 앓고 지나가지만 병원에 가거나 약을 짓거나 할 정도는 아니고
술이 이기나 감기가 이기나 하다보면 누렁 코 몇 번 팽~ 풀고, 잔기침 몇 차례 하고나면
늘상 술의 판정승으로 끝나 곤 했지 뭐
근데 당일 산행도 아니고 모처럼의 박산행에 2박 3일 이라니 좀 쏨~~ 한데가 있긴 하다
돼지갈비 김치찌개도 좀 준비하고...
술자리가 길어질 것에 대비하여 비장의 무기 두어 가지도 준비했다
2일 아침 일어나니 아니나 다를까
코가 완전 막혀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오전 10시에 약속장소에서 만나 전주를 출발.....
차속에서 산행계획을 들으니....
음......
(저 혼자 열심히 체력 단련했으니 우리는 들러리를 서던 엿을 먹 던 알아서 해라???)
하지만 자세히 보면 2박 3일을 줄창 산행하는 게 아니고 일단 올라가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널널한 게 사실이다
인월 장터 국밥집에서 막걸리 반주로 점심을 먹는다.
‘청풍’이도 같이 먹을까 해서 들러 봤는데 저녁 근무라 없다
광점동 마을 맨 위까지 올라왔는데 주차자리가 없다
배낭만 내려놓고 마을 중간쯤에 주차를 하고 올라온다.
산행 시작
얼마 만에 보는 계곡물인지.....
그냥 무슨 골... 무슨 골을 떠나서 계곡 자체로만도 좋다
작년 2월에는 ‘산돌이’ 차로 어름터까지 올라갔었는데....
어름터까지 가서 쉬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한 번 쉬어야지....
비수기의 독가는 적막하기만 하다
‘작은세개’는 떨어 뭉개진 홍시를 맛있게도 먹는다.
‘뫼가람’이 가져온 이백 막걸리와 청량고추로 갈증을 달랜다
나는 갈증도 별로 나지 않고 감기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 컨디션이 좋다
‘뫼가람’이 그렇게 극구 칭찬하던 이백막걸리가 내 입맛엔 그저 그렇다
10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더위가 있어서 인지 여름 맛이 난다
‘뫼가람’이 담아온 지리산 지도와 GPS상의 위치를 설명해 준다
길이 묵히기도 했거니와 고로쇠길이 여기 저기 나 있어 길 찾기가 헷갈린다
무심코 따라가다가 길이 없어져서 보면 고뢰쇠길을 따라 왔다
박짐만 아니면 그러건 저러건 대충 치고 가면 되겠지만....
박짐 지고 그건 아니지....
두어 번 길에서 벗어났다가 GPS 위치 덕을 봤다
세상 참 좋아졌네....
말굽버섯 발견~!
‘작은세개’가 따는 중
맞는 것 같지만 가져가 검증을 해봐야겠지?
이제는 머루 타임...
‘작은세개’가 환장을 한다
너무 잘 먹으니 ‘뫼가람’이 자기가 딴 것도 다 준다
쩌기 위 쪽에 많이 달렸지만....
‘강산애’나 있으면 모르까 그림에 떡이네....
오랜만의 박짐에 힘은 들지만 그저 싸목싸목 해찰해 가면서 가니 갈만 하다
개스 자욱하고 수풀이 우거진 향운대
2003년 5월 10일 ‘뫼가람’이 우리랑 처음만나 산행 했을 때가 이 향운대였다
햐~~ 벌써 10년이 넘었네
아닌 게 아니라 강산이 변할 만하다
‘뫼가람’이 수낭에 물을 채우고 있는 사이 ‘작은세개’가 좀 늦게 도착
‘작은세개’가 많이 힘들어 한다(운동 좀 해!!! 맨날 똥만 때리지 말고...)
나도 힘이 들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다
우측 아래 보이는 배낭이 2007년에 산 2만원짜리 중국산 짝퉁 로우 80리터 배낭인데....
멜빵은 진즉 조장나 멜빵만 도히터 걸로 바꿨다
체력이 좋아서 그랬나 그동안은 잘 메고 다녔는데 오늘은 너무 아니다
“어이, 재홍이 내려가면 90리터 넘는 걸로 하나 원가로 알아보소”
난 패킹을 아금박스럽게 못해 무조건 배낭이 커야 한다
오늘의 종착역인 1545봉에 도착
먼저 도착한 ‘뫼가람’은 텐트를 치고 있다
‘저 위쪽은 식당, 우리 있는 곳이 2인 침실, 밑이 별채로 1인실’
열심히 설명하는 ‘뫼가람’
2인실에 2인용 텐트를 치고.....
세찬 바람에 개스가 벗어졌다 가려졌다 변화무쌍하다
오늘의 낙조는 이걸로 만족해야....
‘작은세개’가 수확한 노루궁뎅이 버섯 자랑~
즈그 SNAIL 마크 앞에서 해야 한다나???
돼지갈비 김치찌개에 궁뎅이 버섯을 넣고.....
찌개가 끓는 동안 ‘뫼가람’이 가져온 자연산 대하로 술안주
‘뫼가람’ : “이게 진짜 자연산인데요 구별하는 방법이 수염이 길어야하고....
어쩌고.....저쩌고...... 이건 껍질 머리 할 것 없이 그냥 다 씹어 먹어야 하고...“
나는 몰래 껍질 뱉어서 다 버렸다
마늘도 송이채로 가져와 까고 있고...
‘작은세개’가 가져 온 건 경종김치, 꼬들빼기김치 두가지 빼고 모든 것이 인스턴트...
이게 독일 수제 소시지래서 독일서 수입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독일식 이라고..... 쩝.....
안 먹는 품목인데 한입 먹어 보려다가 먹어 보는 척만 했다
땀이 식고 술이 몇 순배 들어가자 나는 갑자기 추워진다
한 겨울에도 춥다는 걸 별로 못 느끼는데 별 일이다
그리고는 코가 갑자기 완전 막혀 버린다.
술자리 놔두고 먼저 침낭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엎드린 채 고개랑 팔만 내밀어 술잔을 받는다.
일단 침낭에 들어가니 한기는 가신다.
코가 완전 막히니 술 삼키기가 숨차다
저 둘이 부럽다
내 비장의 무기 첫 번째! 떡국떡....
이 안주 저 안주 먹다 보면 결국 담백하게 구운 저게 제일 가볍고 개운하다
(이 사진은 ‘뫼가람’이 대신 찍다)
22시 30분 되는 것은 봤는데 그 이후로 내가 제일 먼저 잠들었으리라.
형언 못할 괴로움에 일어나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1시 10분이다
술도 깨고 잠도 깨고....
입을 벌리지 않으면 숨도 못 쉬겠고...
고개를 한 쪽으로 돌리고 한참 기다리다 콧물이 한 쪽 코를 몰리다가....
비워지는 쪽 공간이 생기면 얼른 팽~! 하고 풀면 잠시 한 쪽 코가 시원히 뚫린다.
그리고는 또 반대 쪽으로....
이 짓을 밤새도록 하고 있다
술을 더 먹고 자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우리 일정에 비해 술이 너무 부족하다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이 거의 없어져 간다
내려 올 때까지 풀은 코를 모두 모으면 아마 되 반은 될 성싶다
‘풀은 코를...’ 이걸 되내이니 초딩 6학년 때 외운 구절이 생각난다.
‘산성이가 푸른 코는 빨갛다’
흐흐... 산성에 푸른 리트머스 시험지를 넣으면 빨갛게 변한다는 걸 저렇게 외웠었다.
암튼 날이 새지 않을 것 같은 새벽을 코를 붙잡고 몸부림치다 보니 텐트 밖이 뿌해진다
나에게는 일출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아침이다
아직은 20여분 있어야 해가 오를 듯....
아~! 내일이 그믐인가???
너무 연약한 그믐달이라 그런지 아직 힘을 덜 쓴 여명에도
바로 빛을 잃는다
‘뫼가람’은 주능쪽을 겨냥하고....
‘뫼가람’과 ‘작은세개’가 위에서 아래에서 일출을 응시
‘작은세개’는 실시간 카톡 전달에... 셀카에 정신이 없다
산내 부근만 개스가 깔려있다
일출자리를 잡다가 ‘뫼가람’이 비(왼쪽)를 발견한다.
20년이 넘었는데도 누군가 관리를 하는지 깔끔하다
나는 ‘만복대’에게 이미 부탁해 놨다(지가 먼저 죽으면 할 수 없고...)
비는 필요 없고 바래봉에 한 주먹, 남부쪽 어디에 한 주먹 .....
이름 없는 계곡에도 한 주먹....
근데 귀찮아서 그렇게 해 줄까???
추모비 옆에서의 일출
일출 머리 위로 비행기가 한 대 지나간다.
우리 침실에도 아침이 드리운다.
이 시간 반대편의 반야봉은 들 뜬 우리를 진정시키려는 듯 진중하다
남덕유와 그의 이어진 일행들도 우리의 아침을 보람 있게 해 준다
반야봉으로 향한 앵글....
난 늘 이런 생각을 혼자 해 왔다
천왕봉이 좋냐? 반야봉이 좋냐?
어린애에게 물어보는 아빠가 좋냐 엄마가 좋냐는 물음과 같을 지도 모르지....
어쨌든 내 생각은 항상 이랬다.... #%^&^$^#$.....
어제 개스 자욱했던 향운대의 마빡이 햇살에 빛난다
나는 이 서북능의 사진을 보고 오늘에야 새삼 깨달은 게 있다,
반야봉이나 만복대보다 바래봉의 일출이 빠르다는 걸....
계절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출과의 만남이 끝나고 어제 남은 김치찌개에 라면을 넣어 아침식사로...
나는 일출 사진을 이리저리 찍으며 속내는 따로 있었다
잠을 못 잤으니 빨리 아침 먹으며 해장술로 감각을 마비시켜 한숨 폭~~~ 잘 수 있기를...
‘뫼가람’이 작년에 ‘꼽슬이’랑 ‘정재’랑 왔을 때 묻어 놨다던 소주를 한 병 캐 온다
구멍이 뚫어졌는지.... 얼어 터졌는지 술은 반병이 채 안 남았고 이 물질이 떠돈다
그래도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하봉을 비롯 주봉들이 늘어 서있는데 단풍은 아직 빠르다
‘뫼가람’은 영랑댄가 뭔가를 다녀온다고 ‘작은세개’와 자리를 뜬다
아침부터 술 욕심을 낸 덕분에 얼큰하다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어제 모자랐던 잠을 청하긴 하지만 가을 하늘이 좀 시리다
잠을 청하는 잠시의 시간에 짧은 산행의 역사가 돌이켜진다.
속도를 욕심냈다가.... 장소를 욕심냈다가..... 지명을 욕심냈다가......
유래니.... 근거니.... ....
하~~~ 뭐 그런거 따지나 그냥 이렇게 들어와 누워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그러다가 잠든 것 같다
눈 뜨니 08:56, 기껏 한 시간도 못 잤잖아???
지뢰 매설차 10여분을 소요했다
이 장소가 비록 좁지만 야영지로 좋은 게, 잠자리 부근에 매설할 장소가 없다는 거....
굳이 하려면 낭떠러지에 매달려 리찌하며 하던가
두 시간이 채 못 되어 둘이 돌아 왔다
다음 일정에 대해 상의를 한다
‘뫼가람’은 탁~ 트인 여기서 일박을 더 하면서 주변 가까운 산행을 맛보자....
‘작은세개’는 산상에서 한 번 했으니 이제 계곡 쪽에서 하자
나는 아무 생각 없다 둘이 합의한 결정에 따르겠다.
결국 ‘작은세개’의 의견대로 하는데 장소는 청이당터로 하고 모자라는 술은 ‘작은세개’가
윗새재 마을에서 사 오기로~~~~
“콜~~~!!!”
야영지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대문 사진 한 컷~
야영지를 떠나 머나먼 다음 야영지인 청이당터를 향해 출발
어수선한 국골 사거리
우리가 야영지를 떠나기 직전에 장터목에서 자고 온다던 등산객 한 명을 만났는데...
어디로 가냐니까 밤머리재로 간다고....
그래서 길을 바로 잡아 줬었다
2002년에는 이렇게 친절한 표지판도 있었는데....
이번 산행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단풍
청이당터에서 명당자리 고르는 중
점심은 라면(너구리, 신라면, 삼양라면) 3개
점심을 먹는데 말벌들이 알랑거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잡다보니 4마리네...
실제로는 더 잡았는데 시체를 못 찾아서...
점심을 마치고 ‘작은세개’는 윗새재 마을로 출발 준비
하그로프 배낭의 헤드가 허리 쌕으로 떨어진다.
가볍게 담아 오려고 프라스틱 4홉 빈병을 챙긴다.
지금까지 먹은 게 4홉 7병
‘작은세개’가 술 사러 떠난 후 ‘뫼가람’은 텐트를 치고.... 등등...
나는 다시 잠을 청해 본다.
3시간이 좀 넘어 술 사러 간 ‘작은세개‘가 돌아온다.
소주 2홉 5병에 맥주 한 병....
(맥주와 소주 한 병은 부드럽게 내일 아침 소맥용으로 따로 보관한다)
저녁 안주로 ‘뫼가람’의 메인 메뉴인 엘에이 갈비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맛도 냄새도 느낄 수 없다
심지어 소주조차도 물인지 술인지....
두 번째 비장의 무기인 ‘소커’로 건배
무설탕 블랙커피와 소주를 1:5 비율로 섞으면 목넘김이 아주 새롭다
1, 2차에서는 안주의 맛과 소주의 제 맛을 느끼려면 물론 맨 소주가 최고지만....
차 수가 더해가면 일단 목넘김이 좋아야....
‘뫼가람’과 ‘작은세개’도 감탄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뫼가람’은 이내 안 먹는단다
술 먹는 가늠이 안 돼 나중에 반 죽을 수도 있다나?
난 집에서 자기 전에 머그잔에 각 얼음 몇 개 넣고 블랙커피 소줏잔으로 한 잔 에
소주 반병 부어서.... 두 잔정도 마시면 딱 좋다
안주도 필요 없다 영낙 커피 맛만 나는데 웬 안주?
야영은 역시 이 맛이 최고다
뒤처리도, 주변도 깨끗해지고....
난 저녁엔 술을 안 먹고 내 정량을 확보해 따로 놨다
어제 일찍 자고 새벽 1시즈음에 깨어나 고생 한 일을 생각하면 으~~~~
그래서 최대한 버티다가 버티다가 1시든 2시든 자기 직전에 마시고 자려고....
프라이팬에 오징어가 익어가고....
‘작은세개’가 가져온 오징어와 훈제오리....
모두 냉동식품이어서 한두 점 먹더니 젓가락이 안 간다.
“양미숙!!!(‘작은세개’ 각시) 요즘은 좀 한가 하더만 좀 먹을 걸 싸 보내야지!!!”
‘작은세개’가 쿨러를 뒤적거리다가 남아 있는 소시지 하나를 발견했다
불에 노릇노릇 구워지니 술이 땡긴다
확보한 내 술은 아까워서 안되고....
“어이, 내일 먹을 소맥 먹어 버리세... 내일 일어나자마자 우두두두 내려가서 막걸리 한 사
발 하면 되지...”
처음 둘 다 대답이 없더만 몸도 아주 안 좋은 내가 하도 애절하게 사정하자 겨우 응낙한다.
아고, 귀여운 것들~~~
마지막 입가심 안주는 역시 떡대가 최고~
마지막 나무를 다 넣고 이것만 타면 불설거지를 하고 자러 들어가려했다
23시가 조금 못되었나?
해드랜턴 하나가 능선에서 내려온다
설마 이 밤중에 공단원이???
..............
불빛은 가까워지고....
침묵이 흐른다.
먼저 말도 못 걸고 쫄아 있는데 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온다
“혹시 광속단 아니세요?”
잉??? 어떻게 알았지???
“어, 어떻게 아세요?” 하고 내가 묻자
“아, 인호형하고 같이 있는 직원입니다”
휴~~~
‘태극 뭐뭐..’ 하는 모임 인데 무박 태극종주 중이라고....
뒤에 오는 일행들이 쉬어 가야하는데 추워서 먼저 와 불을 피우려했다고...
근데 피워져 있어 다행이라고....
아까의 불안은 가셨지만 새로운 불안이 엄습해 온다.
오롯이 확보되어 있는 내 ‘소커’ 양식이... 이것도 넉넉지는 않은데...
그래서 얼른 던진 말
“아, 그러세요 이거 술이라도 한잔 드려야 하는데 마침 떨어져서...”
“아니 괜찮습니다. 우리도 있습니다.”
이 대화를 끝으로 나는 비겁을 무릅쓰고 ‘뫼가람’과 ‘작은세개’만 남겨두고 내 쿨러를
슬며시 챙겨 텐트로 들와버렸다
텐트 안에서 밖으로 소리가 들릴세라 조용조용 먹어치운다
그러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게 생겼다
아까 낮에 ‘뫼가람’ 얘기가, 누가 그러는데 이 터는 뭐가 쎄서 뭐가 어쩐다고...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비몽사몽간에 자시쯤에 웅성거림에 뒨전거림에 깊은 잠도 못 들고....
.................
.................................
술 깨고 잠 깨어 시간을 보니 3시 6분, 어제 보다는 낫지만....
또다시 코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아침 6시 반경 ‘뫼가람’이 라면 물을 올려놓고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
어제 그 팀들은 총 일곱명에 원래 1시간 쉴 예정이었는데...
5분만 더 5분만 더 하다가 30분을 오버한 12시 30경에 떠났다고...
해장술 말 꺼내면 둘에게 우박 맞을까봐 조심스레 라면만 먹었다
난 코가 아니라 이제 귀까지 먹어가고 있다
모든 소리가 꿈속의 소리처럼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것 같다
내 말소리는 밖으로 안 나가고 안으로 웅웅거리는 것 같고...
이쯤 되니 겁도 나고 코는 신경도 안 쓰인다.
부랴부랴 챙겨서 하산을 서두른다.
허공다리골로 짧게 하산 코스를 잡는다
예년 같으면 꼭 표고버섯이 있을 만한 자리인데 올해는 폭풍우, 태풍 등이 없어
표고가 나질 않았다
계곡길도 사태로 몇 군데 헷갈리게 한다
다시 어름터...
다음에 이 골을 들어오려면 반드시 사륜 SUV로 와야지....
산행 끝~~
이렇게 일찍 오전에 산행을 끝내는 것도 처음이것 같다
잉~ 상처야 금방 낫겠지만 좋아하는 내 단벌 쉘라 바지에 빵구가 났다
요즘 등산복들은 요란한 것들만 있어서....
‘작은세개’에게서 마크하나 얻어서 붙여야 겠네
에고 그럼 일상복으로는 못 입잖아
차를 타고 가니 귀의 압력이 점점 심해져 더 먹먹해 진다
나는 인월 병원으로..... 둘은 국밥집 막걸리 먹으러....
시골 병원이라서 우습게 봤는데 안에 환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앞에 8명이 있다고...
애고 앓느니 죽지.... 딱 맞는 말이다
병원에서 나와 약국에서 대충 설명하고 약을 사먹었다
막걸리 한잔에 소주 반잔 마셨더니 약 먹는 것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
괜히 겁 먹었네...
전주로 오는 길에 남부시장 막걸리집에 동태탕을 부탁한다.
먹고 디지라는 거여 뭐여 만 원짜리 동태탕이 세수대야로 가득이네...
맥막 1:3으로 가볍게 하산주를 마무리한다.
동태탕은 반도 못 먹었다
배낭을 집에 내려놓자마자 사우나로...
사우나에서 나오자마자 이비인후과로....
...................
산행기를 쓰는 이 시간 귓구멀 콧구멍이 확~~ 뚫릴 것을 기대하며
따끈따끈한 정종을 홀짝이고 있다
중탕은 너무 사치고...
머그잔에 200㎖ 딸아 전자렌지 중불에 1분 30초면 딱 좋다
첫댓글 끝카지 볼려면 검나 인내가 필요해서 건너뛰고.,.
수고? 했다
산에 오르면서 속도니 지명이니 유래니 뭐 그런게 중요하겠습니까?
공감!
하지만!!
어름터에서 6시간 걸린것은???
저도 배낭을 10여년 쓰다보니 가슴끈이 날라가고 멜빵이 삭고...
20만원대 7~80리터 구하는 중입니다.
그레고리 아크 그런것은 필요없고.
<이마트에서 구입한 등산화 신고갔다가 최사장한테 구사리 엄청먹음.>
좋은 현상입니다. 계속 이어 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