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가능케 한다
<네트워크 혁명, 열림과 닫힘 p.29>
네트워크의 '새로운' 연결 기능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의 역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네트워크와 관련된 부분은 '자원봉사' 영역입니다.
거주시설에는 여러 유형의 자원봉사자가 다녀갑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연간 6~7천 명이나 다녀갑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여섯 명과 모두 관계를 맺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자원봉사담당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도 하고,
생활재활교사가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자원봉사영역은 시설방침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여서
직원 개개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방법은 직원마다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1년에 6~7천 명이 다녀가다 보니 미리 계획하지 않고
갑작스런 방문으로 급박하게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전에 공유되어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방문이 결정되어,
장애인과 생활재활교사가 어떤 활동을 할지 사전 논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방문하였을 때
함께 활동할 장애인 당사자와 상의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남지만
기관방침이 있으므로 아쉬움이 있더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럴 때 기관의 방침을 존중하되 저의 방법을 씁니다.
우리 기관에 처음 방문한 경우
혹은 저와 살고 있는 장애인과 만남이 처음일 때
너무 지저분해 지금 당장 치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청소 등 노력봉사 위주의 활동은 잠시 뒤로 미루어 둡니다.
주로 서로 인사하며 대화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봉사자가 아니라 장애인이 살고 있는 가정에 찾아온 손님으로 맞이합니다.
손님맞이 하는 시간을 통해,
손님을 대하는 예절, 자기소개방법, 대화하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활동이 중심이 아니라 관계가 중심이 됩니다.
차를 마시며 공통의 관심사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뀝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데 오히려 내가 받아간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섬이라는 다소 제한된 환경에 속해 있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함께 이야기나누고 차마시는 것 또한
훌륭한 봉사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 분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넓은 의미의 봉사활동입니다."
"다만, 오늘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분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섬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이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자원봉사활동라는 기존 생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저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처음 근무할 때는 일방적으로 배치되는 자원봉사활동이 반복되어
자원봉사활동을 치루어 내는 느낌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이들의 활동이 장애인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의미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첫댓글 2009년도에 양원석 선생님 복지블로그에 게시했던 글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 그리고 새롭게 글을 쓰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금씩 나누려고 합니다.
블로그 주소 링크하려고 하니 계속 오류가 나네요. 팀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저는 나찬호 선생의 방식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찾아오신 손님을 다른 곳에서 만날 기회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쪽에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담되지 않게, 손님에게도 좋을 법한, 그런 구실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는 거죠.
선생님, 말씀 고맙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부담되지 않게, 당사자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부탁드리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더라구요.
월평빌라 관리사무소장.유수상입니다.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나찬호 선생의 고민이 저희들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단체봉사를 받지 않으니 시설이 폐쇄적이다 라는 말도 듣고 학생들의 실습도 단체봉사도 제한했습니다.
빌라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봉사의 대상, 실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죠.
미용봉사 대신에 미용실에 가겠습니다. 목욕봉사 대신 목욕을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라도 부탁드리고,
중증으로 와상인 입주자를 위해 미용실을 동행해주시는 교회집사님,
일상의 언어적 대화가 힘들지만,
이제는 이용실 실님이 정중하게 오늘은 머리를 어떻게 컷트 해드릴까요?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2009년도에 정보원에서 7차 백두대간 산행할 때 월평빌라에서 인사드렸었습니다.
지난 보수교육 때 박시현 선생님 월평빌라이야기 들으면서,
월평빌라처럼 처음부터 기관의 가치, 철학, 방향성, 방법론을 잘 세워 실천한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이미 많은 기관에 자원봉사자, 후원자가 기관에 방문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가치와 철학이 바뀌었으니 이제부터 오지 마십시오. 라고 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체에서 개인으로, 봉사자 후원자 중심에서 입주자 중심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월평빌라 직원이 잘한다는 설명, 거절, 부탁을 어떻게 우리 기관에 맞게 지혜롭게 풀어낼까..
머리속에 이 생각으로 가득찼습니다.
나찬호 선생님 빌라를 다녀 가셨군요..ㅎㅎ 월평빌라도 처음 부터 가치를 세우고 실천한 것은 아닙니다.
시행 착오를 겪기도 했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있지요. 당장의 철학과 가치를 내세우기 보다, 할수 있는 것 부터 조금씩 시도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더 든든해지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나찬호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와 사례를 기대합니다.
2009년 백두대간때 말고 한 번 더 다녀갔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소장님 말씀처럼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먼저 찾고 있습니다. 소장님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나찬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보수교육에서 발표 듣고 기뻤습니다. 감동했구요.
게시판에, 발표한 내용 정리했습니다.
이 내용이 필요해서, 제가 먼저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잘못된 것, 보탤 것 있으면 알려주세요.
선생님께서 직접 정리해서 올려주시면 더 좋구요.
그날 보수교육 다녀온 후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요즘 답답함이 있었거든요.
발표한 것 정리해서 올렸는데, 정리가 쉽지 않네요.
자주 하다보면 글솜씨가 늘어나겠죠?
다른 사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례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