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처럼 김여정도 고모 김경희의 역할을 돌려받는 걸까.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양 김일성정치대학에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여정이 주요 행사에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북한 매체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밝힌 것은 처음이자.
김여정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황병서 다음에 언급돼 부부장(차관) 직급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고 권력자 여동생의 공식 등장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김여정은 2011년 12월 아버지인 김정일 사망 떄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눈물을 흘리며 김정은 뒤에서 조문객을 맞았으나 장례위원 명단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조선중앙방송은 2012년 11월 군부대 시찰에 나선 김여정의 단독 사진을 내보냈다.
북한 권력층과 주민에게 몇차례 얼굴을 보여준 뒤 이번에 이름을 적시해 공개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오빠 정철 정은과 함께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귀국 후에 어떤 교육을 받았으며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김여정의 이름도 여러 개다.
스위스 유학 당시에는 김정순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나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밝힌 어릴 적 이름 김일순이다.
72세인 김경희가 고령과 지병으로 사실상 은퇴한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여동생보다 확실한 측근은 없다.
김경희는 노동당 비서로 김정일의 통치 자금을 관리했다.
하지만 3대 세습권력을 유지하려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야 한다.
99%가 넘는 유권자가 참석해 투표율 100%를 기록한 이번 대의원 선거만 해도 눈가리고 아옹하는
전형적인 독재 권력의 사술이다.
올해 27세인 김여정은 머지않아 결혼 할 것이다.
그의 배우자에게도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처럼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장성택의 비참한 최후는 그에게 경계가 되겠지만 방형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