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동과 한국 칼국수는 같은 계통의 면이다. 반죽을 넓게 펴서 생지를 만들고 생지를 겹쳐 칼로 자르는 소위 절면(切麵)이다.
일본의 우동 자체가 한국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일본 우동의 기원은 차치하고 두 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금물 반죽이다.
일본 우동의 생명은 소금물 반죽에서 나온다. 소금물 반죽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소위 반죽의 ‘숙성’이라고 하는 과정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쌀과 달리 날 상태로 먹었을 때 소화가 안된다. 인간의 몸에는 밀가루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밀가루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밀가루 전분을 가수, 가열하여 소화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호화(糊化 ; alpharization)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반죽한 다음에 끓는 물에 삶든, 서남아의 짜파티처럼 화덕에 굽든 가열만 하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물로 반죽하여 수시간 방치하는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가열 단계 이전에 밀가루 자체에 있는 효소가 활성화되어
인간이 더 잘 소화.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한다.
이때 그냥 물이 아닌 소금물로 반죽을 하면 물분자와 밀가루 입자가 고르게 섞이는 수화(水和 ; hydration)가 촉진되고, 효소의
활성화가 적절히 컨트롤됨과 동시에 글루텐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인간(그러한 식문화가 학습화된)이 더 선호하는 물성(物性) 특징이 발현된다. 즉
매끈하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하고 소화도 잘되는 면이 되는 것이다.
재래식 칼국수는 소금물 반죽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할머니가 집에서 해주시던 칼국수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밀가루를
미지근한 물로 익반죽해서 밥상 위에서 홍두깨로 쓱쓱 밀어 넓게 편 다음 두 세번 척척 접어 식칼로 썩썩 썰어 면을 만든다. 그 면을 바로
부얶으로 가져가 끓는 물에 끓여내 육수 얹고 고명 뿌려서 먹는게 칼국수다.
소금물 반죽을 하지 않으면 날씨가 더운 여름날에는 반죽이 쉬이 상한다. 그래서 칼국수는 만들어 바로 먹는 것이 원칙이다. 소금물 반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 과정이 생략되어 조금은 더 원시적인 타입의 면이라 할 수 있는데, 매끄러움, 탄력 면에서는 소금물 반죽 면보다 덜하지만,
특유의 거친 향미와 쩌걱거리는 식감은 꽤 중독성이 있는 타입의 면이 된다.
여기에다 칼국수는 일반적으로 건진국수(면을 삶은 다음 한번 찬물에 헹궈 별도의 국물을 끼얹어 먹는 타입. 안동국시나 냉면을 생각하면
됨.)가 아니라 제물국수(면을 끓인 물이 곧 국물이 되는 타입. 라면을 생각하면 됨.)타입으로 먹기 때문에 삶는 과정에서 배어나온 전분이 면수를
걸쭉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칼국수 특유의 텁텁한 식감과 어우러지고, 거기에 양념간장, 겉절이 김치 등을 곁들여 먹으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 면요리가 된다.
한 가지 첨언할 것은, 요즈음 칼국수 가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금물 반죽 면을 사용한다.
제면소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생산되고, 자가제면하는 가게에서도 대개 소금물 반죽을 한다. 심지어 민물 반죽이 전통 방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재래식 칼국수 특유의 텁텁한 맛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적이다. 그래서 다들 면이 아니라 국물로 승부하고, 소비자도
국물을 위주로 칼국수 맛집을 떠올리는게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