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하룻날의 일기
놀고먹는 백수건달 주제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있다
무엇? 다르랴만 월화수목금일에는 그날들대로
특별하진 않더라도 나름 주어진 일들이 있기에
일찍 기상을 하여 움직인다는 설정이 되어있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대지만 토요일 저녁부터는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움을 가진다!
느긋이 바보상자도 더 시청을 하는 등 게으름을 피우는데
어제의 토요일엔 불현 듯 흘러간 옛 노래가 불러보고 싶어
저녁나절 느지막이 반주기 앞에 앉자 지그시 눈을 감고
옛 시절 그 추억들을 그려보면서
즐겨 불러보든 노랫가락에 젖어들다 보니
얼마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잊었다 하였더냐?
밤 열시가 넘어서야 시장함을 느끼고는 홍시 감 하나에
미숫가루를 타서 저녁으로 대신하며 일상생활 중 하나인
자전거 타기를 하고 열두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하였으니
오늘이 바로 일요일이라 따끈한 이불속에서 진작부터
잠이 깨였는데도 일어나질 않고 뒹굴뒹굴 개으름을 피운다.
울!~ 각시 토요일이라 점심식사 또한 수영장에 다녀오며
놀고먹는 서방일지언정 행여 보듬을 새라
내가 좋아하는 살짝 비계가 붙은 도야지 고기를 사가지고 들어와
늦게까지 수확하지 않은 배추를 엊그제 거두어 놓았던 놈으로
겹살이 배추쌈을 싸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아~휴 새벽까지 그 여운을 느끼는가? 배를 슬슬 쓰다듬으며
일곱 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눈만 멀뚱거리는구나!
이렇게 아무리 백수라지만 일요일의 포만감을 마음껏 누리고
하루를 시작 하노라니 그 겨울날씨 또한 따사할세라
일상으로 돌아가 조식과 함께 아침운동을 마치는가 하면서
몇 일간 미루어 두었더냐 하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한다!
내가 돌아다니며 청소기로 청소를 하고나면 뒤따라 각시는
물걸레로 쓱싹쓱싹 마무리를 다 했음이어라
어저께 불러 녹음해 놓았던 그 노랫소리를 듣느뇨?
울!~ 각시 평가함을 잊지를 않고 재깍재깍 정오를 다가서는가!
그 놈의 배꼽시계는 왜 그리 정확하던고!
벌써 때 알림을 알리는데
한 끼를 놓치면 평생을 못 찾을세라
그저 대충 시장기를 에우는구나! 하면서
나름대로 하루에 머무르는데
엊그제 거듬 하여 깎아 말리고 있는 저 꼬감(곶감) 좀 보게나.
오롱조롱 매달려 쪼글쪼글 재 모습이라니
아들딸네 보내고 우리 몫으로 남겨둔 것으로
아낄까 싶어도 울 내외 열분 눈빛을 교환 하고는 못 참을세라
그 맛을 못 잊어 방충망을 살며시 열고 서너 알 또 꺼낸다!
아!~~~~ 이 맛이구나!
언제 적 언제 적 먼~ 먼 지난날 울!~ 어매가 깎아 걸어두었던
그 곶감을 살며시 빼먹던 그 맛이 바로 이 맛이로구나?
아 글쎄 나만 훔쳐 먹었는지 알았었는데
갓 시집온 울!~ 각시도 몰래 먹었었다니 허허허~~~ 허허허~~~
그렇게 옛 시절들이 그리워짐에~~~
울!~ 내외 잠시 그때 그 시절 그 기억 속에 잠기며
이제는 돌아가려야 돌아갈 수 없는 그 추억 속에 묻히는데
알고도 그냥 두었을 울!~ 어매~ 울!~ 아배가 떠오름은 어쩌누~
이렇게 서로는 마주보며 옛날 옛적 방구들 아랫목 이야기로
진정 그 꼬감(곶감) 이야기를 나누며 이렇게도 또 저렇게도
흘러가버린 옛 시절 그 기억 속에 살포시 젖어본다.
점점이 깊어드는 겨울 속 어느 일요일 하루!
이젠 그 아비어미 되여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 딸네들을 떠 올려 보며 따르릉 손 전화기를 든다!
꼭!~ 울!~ 어매아배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손주들이 보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마주 보는 것같이
쪼르르 달려와 할아비 할미를 찾을라? 치면 어찌 그리 좋을시고
뉘~웃 이렇게 짧은 겨울 하루는 저물어 드는가?
울!~ 각시 또 도동 통통 도마질로 저녁밥 짖기가 바쁜데
작은 도회지 먼 산 끝자락으로 해넘이는 짙어지고
아!~~~~ 우리네 인생이어라
어울랑 더울 랑 날이 새고 지길 몇 몇 해였느뇨
이렇게 저문 하루도 세월이라 하질 안았더냐?
쉼 없이 걸어온 그 길 어느 문턱에 서서
훠이~ 황혼길 나그네 저 칠십 고갯마루를 넘으며
또 내일의 고은 하루를 위하여!~ 하고 손 짖을 하는구나!
어느 겨울하루 일기 중에서
2019.12월 초입에
수환 할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