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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판교 아파트 40평대의 호가가 12억이라는 뉴스를 보고 잠시 상념에 잠겼었습니다. 과연 이 가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혼란스럽 더군요. 저는 폭등, 폭락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역을 떠나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가격이 10억을 넘어간다는 것이 제 상식으로는 좀 납득이 안되어 이 글을 올려 봅니다.
집값이 떨어지라는 글이 아니니 혹 집을 소유한 분들께서 언짢케 생각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 바램은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가족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집을 소유할 수 있고, 또 시간이 흐르고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집값도 오르는 평범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 입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이 있고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인 미국, 그 중 에서도 우리 교포들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LA를 예로 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물론 두 나라의 소득수준, 문화와 정서, 금융제도, 세제 등 많은 차이점이 있어 의미있는 비교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한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매도호가는 1백만불 정도, 요즘 환율로 환산하면 약 12억 정도 합니다. 뉴스에 나온 판교 40평형대 아파트의 호가와 비슷하기에 눈여겨 봤습니다. 매물은 LA 한인타운에서 북서측 방향에 있는 Stevenson Ranch (스티븐슨랜치)라는 신도시에 위치한 단독주택 입니다.
위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Asking Price (매도호가)는 1백 6만 불 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집주인이 부른 가격을 기준으로 매수자들이 오퍼(Offer)를 넣습니다. 물론 매도자는 이 중 가장 높은 오퍼 가격을 수락할 것 입니다.
MLS-listed (Multiple Listing)란 미공인중개사협회에 등록된 매물을 뜻하며 매물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되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매물은 차압매물 (Foreclosure: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여 은행에서 주택을 차압하여 되파는 경우->우리나라의 임의경매에 근접한 개념일 것 같습니다)이나 숏세일매물 (Short-sale: 차압되기 전 은행의 승인아래 대출금액 이하로 매도하는 것)등 문제있는 매물이 아니고 정상적인 매물 입니다.
방 갯수는 5개, 화장실은 4.5개 (여기 0.5는 욕조가 없는 화장실을 말합니다), 건평은 약 100평 (전용면적 기준, 1 제곱피트=0.028103평), 1 제곱피트 당 호가는 298불 (1평당 약 10,600불, 건평만 포함; 대지는 제외), 대지는 612평 (0.5 에이커), 주택형태는 단독 2층 모던디자인,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 건축년도 2,000년 등등 입니다.
이집에 대한 광고글의 내용으로는 정상물건이며, 밸리지역이 내려다 보이는 뛰어난 조망권과, 태양열로 가동되는 풀장과 스파가 있으며, 600평이 넘는 대지에 개별 정문이 있고 (타운하우스 등은 단지입구를 공동으로 사용하지요), Cul-De-Sac 위치로 (컬데색이란 길이 끝나는 막다른 골목을 말하며, 그 만큼 사행활 보호가 잘되는 위치로 미국인들은 이런 지역을 선호 합니다) 그외에도 1, 2층 냉난방 별도 가동, 빌트인 냉장고, 마스터 베드룸 욕실에는 자쿠지가 따로 있고 등등... 집에 대한 광고가 계속 나옵니다.
백문이 불여 일견... 아래는 위 이미지들을 확대한 이미지 입니다.
위 그림 정도라면 미국의 단독주택 중에서도 고급주택에 속하는 집 입니다. 아래는 이집의 과거 거래된 금액과 보유시 납부해야할 재산세 등에 대한 내용 입니다. 2000년 12월15일 599,000불거래된 후 (주인이 분양 받은 것 같군요) 거래가 한번도 없었네요. 2010년 6월 10일에 1,060,000불에 매물로 내놨습니다. 매물로 나온지는 20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 집을 보유 시 납부해야할 재산세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재산세는 시별 개발부담금 등을 포함하여 보통 취득가액의 1.5%~2% 정도이고, 여기서는 재산세의 과표인 취득가액을 750,000불로 잡았습니다) 연 11,227불 정도 입니다. 이 중 30%~35% 정도는 종합소득세 신고시 환급 받음으로 (미국은 지방세인 재산세의 일부를 연방정부가 대납해 줍니다) 실제 납부하는 세액은 7,000~8,000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토지평가 금액이 27%정도로 건물보다 훨씬 작습니다. 땅이 600평이나 되는데도 말이죠. 역시 미국은 땅이 넓은가 봅니다 ㅎㅎ
아래는 이집을 취득하면서 총 금액의 20%(212,000불)를 내돈으로 내고 나머 80%는 대출 받을때 납부해야할 월 상환금액 입니다 (물론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은행 별 대출조건에 따라 실제 상환금액은 차이가 날 것 입니다) 30년 고정금리 기준 월 4,360불, 15년 고정금리 월 6,326불, 최초 5년간 고정금리 이후 국채 등에 연동되는 변동금리 기준 초기 5년간 월 3,633불 입니다->참고로 바로 이 변동금리 ARM (Adjustable Rate Mortgage) 때문에 2006년에 서브프라임이 터졌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2005년 부터 금리를 계속 올렸 거든요. 물론 미국의 현재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 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인근 물건들의 거래가격에 대한 통계 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List가격(호가)이 Sold(거래가)보다 높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2006년 부터 2009년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이후 보함세에서 최근 미미하게나마 상승으로 돌아선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되레 2009년 봄 부터 반등하였다가 가을 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 섰습니다)
그 밑에는 해당 물건에 대한 부동산사이트 별 예상 저가, 고가, 그리고 매매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재산세 과표를 750,000불 정도로 책정한 이유는 거래가 가능한 예상가액을 75만불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또한 이 지역의 물건 중 88%가 이 매물보다 가격이 낮다고 나와 있습니다. 즉 이 매물은 이지역에서 고가의 주택에 해당 된다는 말 입니다.
여기까지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LA 북측 밸리지역의 스티븐슨랜치라는 신도시에 위치한 2층 짜리 럭서리 단독주택이 호가 1백만불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현재 거래가능한 예상 금액은 75만불 정도 입니다. 이 주택을 현 호가로 매입하여 보유할 시 담보대출 상환액은 월 4,000~6,000불, 상환기간은 15~30년, 월 부과되는 재산세 및 기타 제세금 등은 600~700불 정도 입니다. 물론 풀장과 정원등이 있어 고정 관리비도 월 1천불 이상 소요 될 것 입니다.
따라서 이집에 거주할 시 소요되는 주거 비용은 월 5,600~7,700불, 연 67,000~92,000불 정도 입니다. 이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월 소득 세전 1만5천~2만불 정되는 되어야 할 것 입니다. 연 소득 18만불~24만불 정도가 될 것이며 이 정도 소득이면 LA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합니다.
평균 소득이 우리의 2배정도 되는 미국에서 뉴욕, 시카고에 이어서 물가가 비싼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의 소득 상위그룹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살 수 있는 집 가격이 우리돈으로 12억 정도 된다고 하겠습니다.
바꿔말하면 판교의 12억짜리 집은 현재의 최저금리로도 미국 대도시의 고소득자들 정도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판교의 40평형대 아파트의 가격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제게 12억이 있다해도 매수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12억으로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요 (물론 제 사견이고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실 것 입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p.s. 에구 저녁때 들어 와서 봤는데, 이글이 메인에 떳네요 ㅜㅡ (조금 당혹 스러움이...)
뉴스에 판교아파트 얘기가 나와 비교했을 뿐 판교를 비하하려고 올린글이 아니오니, 혹 판교사시는 분들께서 언짢으셨다면 사과 드립니다. 그냥 개인적인 저의 소견 입니다. 주택가격은 여러분들께서 평가하는 것 이니까요.
직접접인 비교는 의미없다는 의견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냥 재미삼아 보시라고 한 것 뿐 입니다 ^^;
참고로 스티븐슨랜치는 신도시이고 LA다운타운에서 차가 않막히면 30~40분 정도면 갈수 있는 거리인데, 지금은 트래픽때문에 차가 많이 막힙니다. 그래도 백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젊은 한인 부부들은 선호하는 곳 입니다.
밸리 지역이 여름에는 워낙 덥고 신도시들은 지역개발부담금이 많아 나와서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오래되었지만 주거환경이 우수한 Torrance, Fullerton 등이 더 좋아 보입니다. 물론 그 쪽 집값이 훨씬 더 비싸고요.
긴들 읽어 주셔 다시한번 감사 합니다. 그리고 저는 부동산업자도 아니고 폭락론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가장 입니다 ㅜㅡ 친한 친구가 미국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평소 현황에 대해서 얘기도 많이 듣고 합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의견이 궁금했던 것이지 욕들을려고 올린 글은 아닙니다. 댓글 다실때는 예의를 갖추어 주세요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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