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은 프랑스 화가 장-폴 로랑(Jean-Paul Laurens, 1838~1921)의 〈파우스트(Faust)〉이다.
☞ 메타문학(Meta-literature) 시 꾸는 꿈, 루크레티우스 사물본성론 감각 의심
오스트리아 시인 니콜라우스 레나우(Nikolaus Lenau; 니콜라우스 프란츠 님프슈 에들러 폰 슈트렐레노; Nikolaus Franz Niembsch Edler von Strehlenau, 1802~1850)는 1833년 3월 독일 시인·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Justinus Kerner, 1786~1862)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글썼다.
“괴테가 이미 파우스트를 주제로 글썼습니다. 하지만 그 혼자만 파우스트 전설을 독점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혼자만 파우스트를 주제로 글쓸 독점권을 행사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파우스트는 모든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레나우는 1836년에 장편극시(長篇劇詩) 《파우스트: 시(詩)(Faust: ein Gedicht)》를 발표했다.
아래왼쪽그림은 레나우의 극시에 수록된 삽화 〈파우스트 탑(塔)(Faust-Turm)〉인데, 독일 시인·문예평론가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1827년판 여행기 《상념(想念)들: 위인책(偉人冊)(Ideen: Das Buch Le Grand)》에 글쓰인 다음과 같은 견해를 얼핏 에둘러 암시한다.
“인생은 숙취한 신의 꿈이다. 함께 흥청거리며 술마시던 동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술자리를 벗어나 자신의 외딴 별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든 그는 꿈꾸는 모든 것을 창조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한다. 그의 꿈들은 대체로 어수선산란하고 잡다하지만 간간이 조화롭고 논리정연하기도 하다. 《일리아스》, 플라톤, 마라톤, 모세, 메디치 베누스, 스트라스부르 성당, 프랑스 혁명, 헤겔, 증기선(蒸汽船)들은 이렇게 잠든 신의 꿈에서 하나씩 구현되는 흐뭇한 상념들이다. 하지만 그런 신의 잠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잠깬 그가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슬며시 웃으면 우리의 세상은 녹아서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다. 하물며 그런 세상은 여태껏 아예 실재하지 않았으니 더 허무하리라.”
하인리히 하이네의 안목에 포착된 “숙취한 신의 꿈”은 ‘숙취신몽(熟醉神夢)’이라고 쬐금 더 간략히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꾀죄한 죡변의 〈☞ 플라톤 니체 한나 아렌트; 감각 현실 초월 관념 니힐리즘(허무주의) 가치 허구세계 과학〉이라는 모깃글이 독자에게 상기될 확률은 아예 없거나, 설마, 있더라도 극저(極低)하리라.
그러나 이참에, 어쩌면, 고대 중국 철학자 장주(좡저우; 莊周, 서기전369~286)의 《장자(莊子; 좡쯔; Zhuangzi)》 내편(內篇) 제2장 〈제물론(齊物論)〉에 운위된 이른바 호접지몽(胡蝶之夢; Dreams of Being a Butterfly)이 독자에게 상기될 확률이나, 스코틀랜드 에세이스트·역사학자·철학자 토머스 카라일(Thomas Carlyle, 1795~1881)의 1829년작 에세이 〈노발리스(Novalis)〉에도 인용된 독일 시인·소설가·철학자·신비학자 노발리스(Novalis; 게오르크 필립 프리드리히 프라이헤르 폰 하르텐베르크; Georg Philipp Friedrich Freiherr von Hardenberg, 1772~1801)의 1799년작 발표문(팸플릿; pamphlet) 〈기독교판이냐 유럽이냐(Die Christenheit oder Europa)〉에 글쓰인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신에 취한 인간(God-intoxicated man; Gott-trunkenet Mensch)이다”는 견해가 독자에게 상기될 확률은, 심저(甚低)하게라도 있으리라고 아울러 짐작될 수 있다.
스피노자를 가늠한 노발리스의 이런 견해를 주목받게 하는 “신에 취한 인간”이라는 야릇하고 진기한 호칭이나 별명도 ‘신취인(神醉人)’이라고 더 간략히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는, 숙취신몽과 신취인이라는 표현들이 (호접지몽만큼이나마) 통용되거나 상용될 가능성은커녕 지용(知用)되거나 학용(學用)될 가능성마저 극미할랑말랑하리라.
뭐,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간, 《일리아스(Ilias; 일리어드; Iliad)》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 서기전8~7세기)의 장편서사시이다.
플라톤(Platon, 서기전428~347)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마라톤(Marathon; 마라토나; Marathona; 마라토스; Marathos)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음악신 아폴론(Apollon)의 아들 이름, 서기전490년에 페르시아 군대와 아테네 시민군이 격돌한 전쟁터의 지명, ‘승전한 아테네 시민군의 전령 필립피데스(Philippides; 페이딥피데스; Pheidippides)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줄곧 달려가서 승전보를 전달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장거리 육상경기의 명칭 따위이다.
모세(Moses, 서기전13세기경)는 고대 이집트의 노예들이던 이스라엘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왕자였다고 전설되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의 유피치 미술관(갈레리아 데리 유피치; Galleria degli Uffizi)에 보관된 서기전1세기작 대리석상 메디치 베누스(비너스)(Medici Venus; 베누스 데 메디치; Venus de' Medici)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아프로디테(Aphrodite) 청동신상(靑銅神像)의 모방작(模倣作)이다.
스트라스부르 성당(Strasbourg Cathedral; 노트르담 스트라스부르 성당; Cathedrale Notre-Dame de Strasbourg; 슈트라스부르크 성당; Liebfrauenmunster zu Straßburg)은 프랑스 서부 알자스주(Alsace州)의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소재한다.
게오르크 헤겔(Georg W. F. Hegel, 1770~1831)은 독일 철학자이다.
(2023.02.10.17:33.)
아래오른쪽그림은 하이네의 1851년판 춤극시(무용극시; 舞踊劇詩) 《박사 파우스트: 춤극시(Der Doktor Faust: Ein Tanzpoem)》에 수록된 삽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