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필요한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존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 개인적인 삶은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바쁜 사람.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아버지는 이렇다. <아빠가 길을 잃었어요>에 나오는 아빠도 다른 평범한 아빠와 다르지 않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 일로 바쁘고 휴일이면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그런 아빠였다.
어느 월요일, 집이 이사하는데 맞벌이인 부부 중 한 명은 결근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각자의 회사 일이 중요하다며 입씨름을 하지만, 결국 엄마가 결근하기로 한다. 엄마는 대신 자동차를 쓰겠다고 하고 아빠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엄마는 새집으로 오려면 27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일러준다.
회사를 마치고 아빠는 버스를 타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아빠는 왜 필요해요?"라고 질문한다. 돈을 버는 것, 못을 박는 것, 페인트 칠하는 것, 고장 난 곳을 고치는 것. 아빠는 대답하지만, 아이는 자기 집에서 그런 것은 모두 엄마가 한다고 한다. 아빠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고민하느라 그만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된다. 그때부터 아빠는 집도 못 찾고 방황하게 된다. 아빠는 결혼하기 전 지내던 자신의 집을 찾아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낡은 잠옷이 마치 자신의 잠옷처럼 몸에 딱 맞고 아버지가 살았을 적 했던 행동이 지금의 자신과 똑같았다.
마침내 아빠는 일주일 내내 고민하던 '아빠는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게 된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아빠는 아문센, 암스트롱, 슈퍼맨, 배트맨과 같은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겨우 집을 찾은 아빠는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한 뒤, 아이들과 달빛을 받으며 썰매를 탄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아빠는 가족과 함께 하는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아빠는 책에 나오는 아빠와 같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따뜻한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부족해 필요한 아빠가 되기에 서툴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당장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아빠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동화작가 박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