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서랍 속엔 먹다 만 약상자와, 처방받았지만 미처 다 먹지 못한 약 봉투가 아무렇게나 보관돼 있을 것이다. 약은 먹고 난 후 바쁜 일상에서 잊히지만, 먹는 것만큼 보관하고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약제팀과 함께 똑똑하게 약을 보관해 약효를 높이고, 올바르게 폐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현명한 약품별 보관법
약국에서 구매했거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등 모든 종류의 약은 제대로 보관하지 않을 경우 약효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약은 사용설명서를 참고해 보관 방법, 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보관하고, 개봉한 의약품은 즉시 사용하는 게 좋다. 약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관 장소를 청결하게 하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빛이 들지 않고 환기가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일반 상비약은 보관 시 상자에 넣어진 경우를 감안해 만들어졌다. 항상 포장 상자와 함께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루약은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루약의 색이 변했거나 굳은 경우에는 폐기해야 한다.
시럽 약은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으면 실온 보관하지만, 항생제 시럽 중에는 냉장보관이 필요한 것이 있다.
병에 들어 있는 알약의 경우 햇빛을 받으면 병 안쪽으로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원래 들어있던 방습제를 빼지 말고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한다.
유통기한 지난 약품은
어떻게 처리할까?
치료를 위해 복용하다 남은 약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서랍장에 묻힌다. 우리는 평소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사용을 다한 의약품을 어떻게 폐기해왔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 8~9월 만 19세 이상 성인 1,4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품 폐기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쓰레기통, 하수구, 변기 등을 통해 의약품을 처리한다’는 답이 응답자의 55.2%로 가장 높았다. 2명 중 1명꼴로 흔하게 의약품을 가정에서 자체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을 가정에서 임의로 버리게 될 경우 약은 땅에 매립되거나 생활하수로 흘러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2000년대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하천에서 실험을 한 결과 소염진통제, 항생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종류의 약품이 검출돼 임의로 폐기한 약품이 우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확인했다.
약품 종류별로
올바르게 폐기하는 법
어떻게 하면 남은 약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처리하고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
· 치료를 위해 남은 약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사용하지 않고 폐기한다.
· 폐기할 약품은 포장을 벗겨 종류별로 모아둔다.
· 알약의 경우 알약이 포장된 비닐이나 PTP(알루미늄 포장) 포장지를 제거한 후 비닐봉지에 모아둔다.
· 가루약은 포장지를 제거하고 가루약끼리 모아 비닐봉지에 담는다.
· 캡슐 약은 캡슐을 열어 안에 들어있는 가루 내용물만 가루약과 함께 모아둔다.
· 물이나 시럽 약, 코 스프레이, 안약, 연고 등의 약은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기 어려운 만큼 그 자체로 전용수거함에 폐기해야 한다.
이렇게 종류별로 분류한 폐기의약품은 약국, 보건소 등에 설치된 폐의약품 전용수거함에 배출한다. 번거롭더라도 위에 소개한 과정을 거쳐 더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