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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지 진눈깨비 인지알수없는물방울들이자동차앞 유리를 자꾸 치대는 바람에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꽉조여맸다. 내비게이션속여자가속도를줄이라는 말을 반복할수록 마음은 더 불안했다. 여행길은참쓸쓸했다. 날씨탓인지, 아니면기분탓인지 겨울여행이 쓸쓸할 거라 생각했지만, 혼자 하는여행도아니면서모든게참차가웠다. 이른아침서울을떠나여수로가는먼길. 도시를벗어나자도로옆으로 추수를 일치감치 끝낸 갈색 빛의 헐벗은 논들이 펼쳐졌다. 평온한 시골집을 바라보며 우울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동안 남쪽에 이르렀다. 바람은세차고점퍼에, 목도리에옷차림은두툼한데, 야자나무가 드리운 곳이라니 역시 이상향의도시다. 여수하면돌산갓김치밖에떠올리지못하는무지함을벗어버리고, 2012년<여수세계박람회>가열리는여수를똑똑히보고오리라는굳은다짐을하면서여수에서기록한2일동안의일기장속이야기를공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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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0 순천산골식당: 장어로원기회복하다 서울을달린지4시간. 여수의이웃순천에도착했다. 생애처음마주한순천. 왠지촌스러운시골일거라생각했는데시내중심은서울못지않게크다. 인천이나수원을닮은거같기도하고. 2012년에개최될여수세계박람회덕분에많은식당들이새단장을하고있고, 또공식지정업소라는현판을건식당들도많다. 원기회복을위한점심으로는장어를골랐다. 순천맛집으로소문난산골식당이다. 메뉴는소금장어구이, 양념장어구이, 장어탕. 욕심을부려세개모두시켜보는데, 장어는육질이부드럽고쫄깃해서구워먹어도맛있고, 탕으로끓여먹어도시원한게좋다. 남자의기력에좋다고알려져있지만, 알고보니피부가거칠어지는것을예방하고, 노화방지에탁월한효과를가지고있다고한다. 주소 전라남도순천시조례동1599-1 문의 061-722-9266 |
PM 2:15 순천드라마촬영장: 1980년대서울을걷다 순천을그저지나치기아쉬워찾은드라마촬영장이다. 비가내려을씨년스러웠지만, 오히려그런덕분에1980년대서울을재현해놓은거리가더욱빛을발했다. 촌스러운미용실, 양과자점, 대포집, 양장점, 이발소, 극장, 약국부터언덕을오르면나오는달동네까지. 진짜있던곳을보존한건지헷갈릴정도로실감난다. 최근에는제빵왕김탁구와자이언트, 가장활발하게촬영했던드라마는송승헌, 연정훈, 이미숙이출연했던에덴의동쪽이라고한다. 드라마를보았다면더욱신나게, 드라마를보지않았더라도타임머신을타고과거로돌아간듯오래전의서울을만날수있다. |
PM 3:30 오동도:섬이아닌, 섬을산책하다 여수의 상징 인오동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동도는 섬이 아니다! 다리는 아닌데 자동차를 끌고들어갈 수 있는넓은도로가 섬에 연결 되어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작점이기도한 오동도는일본강점기때 신항개발을 위해 길이768미터의 긴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덕분에 지금은섬이아닌 섬의모습이 되어버렸다. 그후1960년대 후 반부터국립공원으로 지정 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역시 남쪽이라 그런지 아직도 나무들이 초록빛으로싱싱하게 살아있다. 숲으로 들어가니 이국적인 식물원에서나 봤을법한 꽃들도 여전 히피어있다. 오래전에는 섬일대에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고 하는데, 현재는 오동나무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대신 약3천 그루의 동백이군락지를 이뤄 서식하고 있다. 덕분에 겨울과 봄에는 붉은 동백꽃이 가득한 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서서히 봉우리들이 통통하게 살이오르는 모습이니 곧 만발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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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5:00 여자만: 희미하게 넘어가는 노을을 보다 바다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이는게 좋다. 따지고보면 바다가 다른 모습이라기보다는 바다를 둘러싼 환경들이 변하는거다. 낮과밤, 또 해가질 때, 그리고 해가뜰 때의 풍경은 놓칠 수 없다. 그야말로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아름답다는 뜻이겠다. 여수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자만은 여수 서쪽의 만으로 약2,640만 킬로미터의 광활한 지역으로 전혀 훼손되지않은 자연상의 갯벌이다. 일몰시간이 촉박해 굽이굽이 산 길을 레이스하듯이 달려 드디어 도착. 그러나 날씨가너무 흐린 탓에 저기 저멀리 섬 뒤로 불그스름한 조각만이 희끗하게 눈에 들어온다. 여수의 최고 일몰이라는데, 이렇게 놓치다니. 더이상의 기회는 없기에 더 간절해졌다. 노을은 커녕 점점더 어둑해지는 물가에 앉아 여자만의 고요함을 즐겼다. 여수를 또 찾아야한다는 이유가 하나 생긴듯하다. |
PM 6:00 구백식당: 여수의 바다를 먹다 싱싱한활어가계절마다풍성한여수곳곳에서저렴한가격으로생선회를맛볼수있다. 그중에서도미식가들에게널리알려진여수의별미는서대회다. 온갖야채들위에군침도는다홍색의회무침이올려져서나오는데1인분치고는양이많은듯하다. 대접에담긴막지은하얀쌀밥에야채와서대회, 참기름을듬뿍넣고비벼한입에넣는다. 홍어회처럼오독오독씹는맛이 새콤하고, 또담백하다. 비린내도전혀나지않는다. 비법을물어보니1년이상발효시킨막걸리로만든천연식초로양념해서란다. 그다음은금풍쉥이구이. 마치식인물고기피라냐처럼무섭게생긴금풍쉥이는다른지역에서는볼수없는여수에서만잡히는특산품이다. 뽀드득소리가나도록살이쫄깃하고,풍미가독특하다. 맛이좋아여수에서는굴비보다값지게치고, 아무에게나주지않는다고하여우스갯소리로샛서방고기라고도부른단다. 본서방이아니라샛서방한테만준다고해서. 주소전라남도여수시교동678-15 문의061-662-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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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7:30 돌산대교: 여수항의 아름다운 야경을보다 원래 시골의 멋진 야경은 바닥에 드러누워서 보는 별빛일 테지만, 여수의 매력적인 야경은 돌산대교다. 돌산대교는길이450미터의 사장교로 밤이면 대교의 교각기둥에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비춘다. 만약 돌산대교가 혼자 였다면 뻔한야경이 되었겠지만, 여수항에 자리한 건물들과 전봇대의 빛들이 어우러진 은은한 야경은 멋지다. 어느 바다 마을을 칭찬하는 말이듯 이탈리아의 아말피 같다고나할까. 어두운 하늘보다도 더 검은 바다의 빛에 야경은 훨씬 더 큰 빛을발한다. 돌산대교의 야경은 여수여행의 밤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선택이다. |
PM 9:00 풍경화펜션: 조용한 어촌에서 밤을보내다 관광이 활성화되지않은 지방에서 숙박업소를 결정하는건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2012년에 열릴여수세계박람회 덕분에 선정된 지정 숙박업소들로 그 선택은 아주 쉬워졌다. 여수에서도 제일 멋지고,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는 일출을 보기 위해서 향일암 2킬로미터 전방에 위치한 풍경화 펜션에서 묵기로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바닷가마을에 위치한 펜션 앞으로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주소 전라남도여수시돌산읍율림리450-5 문의 061-644-44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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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9:15 종점횟집: 꽃게탕을아침으로하다 일출을위해이른아침일어났지만, 궂은날씨탓에포기해야했다. 대신늦은시간향일암으로출발했다. 그러나향일암은차를가지고들어갈수없단다. 혼잡함을줄수있기때문에주차장에차를세워두고20-30분정도한참을걸어가거나, 몇십분마다한대꼴로운행하는버스를타고가야한다고. 어쩔수없이차를두고걸어가는데음식점앞에“식사손님, 향일암수송”이라고쓰여있는게눈에띄었다! 결국우리는예정에없던아침을먹기로했다. 통유리창밖으로여수의바다가한눈에들어오는전망좋은곳에위치한종점횟집. 역시전라도답게돌산갓김치를비롯해밑반찬이한정식전문점못지않게차려진다. 아침이지만해장국이라생각하고꽃게탕을선택했는데밥한그릇을뚝딱해치우고식당차를타고향일암으로향했다. 주소전라남도여수시돌산읍율림리39-1 문의061-644-4737 |
AM 10:30 금오산향일암: 여수의바다를품은암자에오르다. 향일암에오르는길은아주가파르다. 마을의입구에서거의45도로기울어진경사를따라한참을걷고, 또수백개의계단을걸어야한다. 소요시간은약15~20분정도. 여수의포근한바다를앞에둔절벽위에자리한향일암은한국4대관음기도처중하나다. 동백나무숲과아열대식물이울창하고, 또금오산주변의기암괴석은탁트인바다와어우러져장관을연출한다. 매년새해첫날에는향일암일출축제가열린다. 한가지특이한점은곳곳에돌을깎아만든거북이가많다는것이다.향일암이 암자에서 바라보면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거북이를하나들어보았더니백원짜리동전이들어있다. 다른거북이도모두들어보았더니전부다백원씩품고있다. 거북이의머리를쓰다듬으며그들의소박한기도가이루어지길함께바라며다시먼계단길을돌아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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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30 전남해양수산과학관: 밥상에오르는생선과마주하다 처음에는이름만듣고갈까말까고민을했던곳이바로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다. 수족관이라면이미여러번가본터라“굳이또...”라는생각을했더랬다. 하지만, 그어떤수족관보다도흥미로웠다. 전라남도의바다를그대로옮겨온것처럼신기한해양생물부터우리의밥상에올라오는생선들까지수족관은그야말로우리의생활과아주밀접한아쿠아리움이었다. 심지어하루전에먹었던생선‘금풍쉥이’까지만나볼수있었으니. 배라든지어업방식이라든지해양수산업에관한지식들도모형물로재현되어있어생활속의상식도배울수있다. |
PM 12:30 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 2012년을기대하다 2012년에여수에서는세계박람회가열린다. 예전에대전에서열렸던엑스포와같은것이라고보면된다. 오동도입구에는2007년4월에개관한여수엑스포홍보관이있는데, 엑스포의역사와여수와관련된자료, 또여수를중심으로한남해안권발전의동력이될박람회에관한자료와준비과정을전시하고있다. 특별하게관심있게봐야할볼거리는없지만, 여수에대해궁금한것이있다면들려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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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3개월 동안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신항 지구에서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총 174만㎡에 이르는 개최 면적을 '바다의 공간, 땅의 공간, 숲의 공간, 바람의 공간' 등 4가지테마로 구성하여 '해양과 육지, 인류와자연,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구현한다. 바다의 공간은 주 시설인 박람회장으로서 25만㎡의 면적에 전시시설 상징물과 해상공연장 등이 설치된다. 숲의 공간은 콘도와 마리나 등 휴양시설, 땅의 공간은 박람회 운영종사자들이 숙박 및 휴식하는 엑스포타운으로, 바람의 공간은 수변예술공원, 선상호텔, 크루즈터미널로 이루어진다. 이번 박람회로 인해 여수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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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0 진남관: 이순신장군을기억하다 전라좌수사로여수와인연이깊었던이순신장군이었기에이곳에는충무공유적지가많다. 여수의탁트인바다가한눈에보이는이순신광장을둘러보고진남관으로향했다. 남쪽의왜구를진압해나라를평안하게한다는의미에서이름붙여진진남관은국보제304호다. 삼도수군통제영의지휘부인‘진해루’가정유재란때불타버린후임진왜란이끝난다음해인1599년그터에다시지은것이‘진남관’이다. 국내최대의단층목조건물이자남아있는전라좌수영의건축물로도유일하다. 길이54.5미터, 둘레2.4미터, 높이14미터. 이순신장군의흔적은이제없고68개의웅장한기둥만이남아있지만, 이순신장군이이곳에앉아진두지휘했던모습을상상해볼수있다. |
PM 1:35 충민사: 이순신장군울만나다 충무공의흔적을더찾아보기로했다. 이순신장군최초의사액사당인충민사다. 충민사는아산현충사보다103년전인조선선조34년통제사이시언이영의정항복의계청을받아세운사당이다.굳게닫힌문을세게열고들어서니가운데충무공의모습이보여고개를숙여짧은인사를건넨다.충민사앞은나무와잔디가공원처럼잘단장되어있어산책하기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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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2:05 이충무공 선소 유적지: 거북선의 탄생을 엿보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이 탄생한 곳이다. 선소는 고려시대부터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임진왜란때는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추정된다. 선소는 천연적인 요새로 전선을 수리, 보관하던 굴강과 무기제작처로 추정되는 대장간, 수군들이 칼을 씻었다는 세검정지,초석을 메어 두었던 계선주, 무기를 보관한 군기고 등이 있다. 지금은 그 흔적만, 정말 흔적만 조금 찾을 수 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
PM 2:45 두봉마을: 여자만노을의아쉬움을달래다 여수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두봉마을을 택했다. 여수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 하루전일 몰을 놓친 아쉬움에 여자만이 이어지는두봉마을의 장척거리로 향했다. 여자만의 노을을 보며 해안산책을 할 수있는 두봉마을의 장척 노을거리는 차량통행이 적어 여유있게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있다.물이 빠져나간 갯벌, 그 가운데 놓인 배들, 듬성듬성 솟아난 갈대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서울로 향하는 서두름에 일몰을 기다릴수는 없었지만, 갈대의 붉은 빛이 바다로또하늘로 전해져 희미한 노을이 보이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