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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때
(전3:1-11)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나니,"(전3:1)
큰 아이 결혼 날짜를 잡은 지가 지난 4월말이었습니다. 꼬박꼬박 날자가 지나더니, 드디어 지난 목요일에 혼사를 치르고 살림을 냈습니다. 이제 꼭 한 달 후면 딸도 시집을 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단 둘이 남아, 영감 할망구만 남게 되었습니다. 낳은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커서 가정을 이루고 저희들도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됐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남들이 다 왜 이렇게 결혼을 일찍 시키느냐고 이구동성 말을 합니다. 그러나 결혼에는 때가 있는 것이어서, 짝이 생겨서 결혼을 하겠노라고 할 때 보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혼기를 놓치고 늦게까지 못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습니다. 세상 만사에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무더운 때이지만 입추가 지난 다음에야 곧 더위가 물러가는 처서가 올 것입니다. 더위도 한풀 꺾일테고, 모기 입도 삐뚤어질테고, 선선한 바람이 머지않아 불어 올 것입니다. 났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었으면 거둘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도 올 것이고, 찾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호황이 오면 불황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불황이 있으면 머지않아 호황도 올 것이고, 망할 때가 있으면 흥할 때도 있고, 수렁에 빠질 때가 있으면 산꼭데기에서 ‘야호’하고 소리칠 때가 있을 겁니다. 어찌 인생을 살면서 좋기만 바라겠고, 어찌 세상을 살다가 나쁘기만 하겠습니까?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면 순탄하게만 살아 온 사람이 없습니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모든 인생의 행복은 한 움쿰밖에 안 된답니다. 엄청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행복은 한 움쿰이고, 아무리 비참해 보이는 사람도 한 움쿰의 행복은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인생은 억울해
오늘 본문에서 때를 따라 일어나는 일 중에서 좋은 것만 보면, 나는 것 심는 것(2), 치료하는 것 세우는 것(3), 웃을 때와 춤출 때(4), 돌을 던질 때와 안을 때(5), 찾을 때와 지킬 때(6), 찢을 때와 잠잠할 때(7), 사랑할 때와 평화로울 때(8)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일하는 자가 그의 수고로 말미암아’(9) 얻는 것입니다. 그냥 어쩌다가 얻는 것도 아니고 땀흘려 수고를 해서 좋은 것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물거품처럼 이런 좋은 것이 죽을 때와 뽑아야 할 때(2), 죽일 때와 헐 때(3), 울 때와 슬퍼할 때(4), 버릴 때와 안은 것을 멀리할 때(5), 잃을 때와 버릴 때(6), 미워할 때와 전쟁할 때(8)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허망합니까? 그런데 이런 일이 특별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재수없이 걸려드는 것도 아니랍니다. 아주 일상적인 일이랍니다. 얻을 때는 애를 쓰고 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해 수고를 했는데, 잃을 때는 그런 수고가 물거품 사라지듯이 순식간에,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일어난답니다. 그런 것이 당연하답니다. 그러니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야 한답니다. 원망하지 말아야 한답니다. 그런데 더 억울한 일은 수고해서 얻은 것을 잃기만해도 견딜만 하겠는데, 본래 있던 것까지 잃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것을, 날 때부터 타고나야하는 것도, 남들이 다 보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도 잃어 내게는 없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럴 때에도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잃을 때가 있으면 또 때가 되어 남들보다 더 가지거나, 수고하지 않아도 얻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11). 하나님이 측량할 수 없게 하셨는데, 곤란을 당했을 때 원망하면, 내가 수고하지 않고 얻은 것이 좋은 것일 때는 하나님께 무슨 낯으로 감사를 하겠습니까? 이미 원망할 때 하나님의 은혜를 다 까먹고 말았는데요. 곤고를 당할 때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를 해 놓았으면, 다시 회복되어 좋은 때가 와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하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면이 섭니다. 이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좋은 일을 만나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나쁜 일을 만나도 한결같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 선 성도의 삶의 자세입니다.
인생은 복잡해
인생살이에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나고 죽고, 심고 뽑고, 죽고 치료하고, 헐고 세우고 하는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울고 슬퍼하고 돌을 던져 버리고 안고 잃고 버리고 찢고 미워하고 전쟁할 때가 한꺼번에 뒤섞여서 벌어집니다. 엉킨 실타래처럼 모든 것이 한꺼번에 뭉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러셨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느니라”도 그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의 희망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11) 하셨기 때문입니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알 수 없게 돌아가게 하지만, 이 세상은 하나님이 섭리하시기 때문에 ‘아름답게’ 하셨답니다. 태조에 천지를 지으실 때도 그랬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1:31).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은 하나님이 아름답게 지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편에만 서면 세상은 하나님의 편이니 세상이 우리편이 되기도 합니다. 솔로몬은 이어서 말하기를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노라”(13)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이 복잡하게 돌아가서 힘겨워도 하나님이 아름답게 하셨으니,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제가 전화를 할 때 다른 교회에 전화를 걸면 ‘천성입니다’하고 인사를 합니다. ‘천성’이라고 하다가 언뜻, ‘내가 벌써 천국에 와 있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괜히 즐거워집니다. 세상만사 요지경을 다 벗어나, 벌써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으면서, 찬송하고 영광을 돌리며 살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천성이라고 전화할 때만 그러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 이루어졌듯이 여기서도 이루어져서 지금 천국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성도의 삶입니다. 그래서 바울도 “항상 기뻐하고....범사에 감사하라”(살전5:16-18)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카톡 자신의 말 한마디를 ‘一怒一老一笑一少’라고 올려 놓았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매사는 조정능력 밖
이 땅은 내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이기 때문에, 나도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물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나기만 하고 죽기는 싫고, 치료하기만 하고 죽이기는 싫고, 세우기만하고 헐기는 싫고, 사랑하기만 하고 미워하기는 싫고, 평화롭기만 하고 전쟁은 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삶은 왜 그런지 반대로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한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얼마나 삶이 자기 뜻대로 안되면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야만 했을까요? 한 때 애굽의 왕이었던 세계 최고의 미인 클레오파트라는 왜 뱀이 자신을 물게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지위가 높고 가진 것이 많아도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이 얼마나 야속했으면 죽기까지 할까요? 세상이 참으로 야속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잠간 와서 살다가 어느덧 홀연히 사라지고 마는 인생이면서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내 마음을 맞춰야 합니다. 하나님이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세상을 움직이시라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주기도문에서 날마다 기도하기를,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6:10) 라고 합니다. 내가 사는 가정에, 내가 일하는 일터에, 내가 살아가는 나라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일하시고, 일하시어 이루시고는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십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려고 하는 것도 우습고,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졌는데 자신의 공로라고 교만해지는 것도 우숩습니다. 그래서 “또 사람들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10) 하셨습니다. 아침에 설봉산에 올라갔더니 산봉우리만 만나면 높은 데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엄숙하게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겐가 기도를 하는 것이겠지요. 하나님이든지 떠오르는 태양이든지 산신령이든지, 내 마음대로는 안 되니, 누구가 됐든지 자신을 좀 도와 달라는 마음에서 그럴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이렇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 영원이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십니다. 만일 세상이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된다면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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