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경년(31)씨는 지난해 2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오피스텔 22평형을 전세 7000만원에 임대차계약했다.
김씨는 계약 당시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오피스텔은 용도에 따라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쓸 수 있는데, 이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따라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업무용이니까 전입신고 하시 마세요”김씨는 그 말을 듣고 꺼림칙해 계약을 망설였지만 중개업소는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면서 “근저당 설정 하나 없는 깨끗한 물건이어서 전입신고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을 권했다.
결국 김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3월 초 입주했다. 그러나 최근 한 남자가 찾아와 김씨에게 오피스텔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 남자는 자신이 법원경매 낙찰자라고 했다.
그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김씨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등기부에는 6000만원에 대한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한 은행에서 3월 말 설정한 것으로, 집주인이 김씨와의 임대차계약 직후 오피스텔을 담보로 은행에서 6000만원을 대출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이 대출 이자를 갚지 않자 은행에서 오피스텔을 법원 경매에 넘긴 것이었다. 김씨는 법원에 해결 방법 등을 문의했지만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아 법(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만 들었다.
계약을 중개한 중개업소에서는 “해당 오피스텔은 업무용이므로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고 사전에 안내했다”며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김씨는 결국 전세금 7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오피스텔은 주거시설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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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과
되는 세금에 큰 차이가 있다. 오피스텔을 주거용
으로 임대하거나 직접 사용하면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수에 포함되고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그러나 업무용으로 사용하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수내동의 한 오피스텔. |
왜 이 같은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굳이 김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오피스텔 임차인 중에는 집주인의 요구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아니어서 전입신고(주거용으로 쓰지 않으면)만 하지 않으면 각종 세금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officetel)은 사무실(office)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숙식기능이 갖춰진 사무실을 말한다. 일반 오피스(업무용)빌딩이 사무기능만 갖춘 데 반해 오피스텔은 숙식을 할 수 있게 주방시설과 단독 화장실, 샤워시설이 갖춰진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니 업무용 오피스텔이니 하지만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업무시설이다. 따라서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오피스텔에 전입신고는 물론 실제로 사람이 거주ㆍ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상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