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메이슨과 초기 미국건설산업에 대한 의미
새해가 밝았습니다. <건설경제>는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죠. ‘착한 건설, 행복한 국민’이라는 테마 아래 진행된 설문조사는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 조사가 핵심이었습니다. 딱 10년 전 실시된 건설문화원의 이미지 조사와 질문의 틀을 맞춰 국민의 건설산업 인식수준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를 짚어본 의미있는 조사였죠. 앞으로 10년 뒤에도 다시 이와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해 건설산업의 현 위치를 짚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가다듬을 계획입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최초로 국민에게 ‘건설산업’ 연상단어를 물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부패와 부조리’를 지적하는 국민이 많았죠. 단적인 예도 있습니다. 작년 7월 서울시가 ‘도시철도 종합발전 방안’을 발표했을 때 언론과 SNS의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토건족 논리에 포섭당했다.”
건설산업이 ‘토건족’으로 불리는 시대입니다. 나름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을 착취한다는 인상을 주는 단어죠. 건설인들은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고 한탄합니다. 물론 한탄만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입니다. 다들 현 상황의 원인을 알고 계실 테니까요.
건설산업 이미지의 상승과 하락곡선의 패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문득 비밀결사단체로 잘 알려진 ‘프리메이슨’의 역사가 겹쳐 보였습니다. 2014년 첫 <트렌드 인사이드>의 주제는 프리메이슨과 토건족의 공통점입니다.
# 프리메이슨의 은밀한 역사는 예수가 태어나기 1000년 전 석조공 조합 핵심부의 의문의 인물이자 ‘과부의 아들’로 통하던 히람 아비프로부터 시작합니다. 히람 아비프는 당대 최대 건축물인 솔로몬 신전 건설의 책임자였죠.
솔로몬 신전은 십계명이 적힌 석판을 보호하고, 하느님의 현시를 기념해 짓는 성전이었습니다. 프리메이슨의 전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은 신에게 직접 설계도를 받았고, 히람 아비프는 이 신성한 계획의 비밀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설계도는 비밀의 코드를 알고 있어야만 해독이 가능했습니다. 히람은 솔로몬 신전 건설 현장에서 코드를 알고 있는 유일한 석조공이었죠. 3명의 일꾼은 건설의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 히람을 시샘해 그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들은 암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었지만 히람은 비밀을 함구했죠. 세 일꾼은 분노했습니다.
결국 3명의 일꾼은 히람을 때려 죽입니다. 히람은 숨을 거두며 외쳤습니다. “누가 과부의 아들을 돕겠느냐.” 이 말은 전 세계 프리메이슨이 구조를 요청할 때 사용되는 구절이 됐습니다.
# 프리메이슨(freemason)의 메이슨(mason)은 석조공을 뜻합니다. ‘자유로운 석조공’이란 뜻이죠. 히람 아비프는 부적격자에게 비밀을 엄수했다는 업적으로 프리메이슨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습니다.
자유로운 석조공이란 결국 현대에서는 ‘자유로운 건설인’을 의미합니다.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로 종교의 자유, 발언의 자유, 행동의 자유 등 현대에 중시하는 모든 자유를 뜻하죠. 만약 당신이 건설인이고, 자유인이라면 언제나 3대 적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3대 적은 바로 무지(ignorance), 광신(fanaticism), 폭정(tyranny)입니다.
# 세계 최대 비밀결사단체인 프리메이슨의 시작은 건설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천문학과 기하학 지식을 무기로 보잘것없는 돌덩이를 빛나는 신전으로 변신시켰죠. 중세시대에 돌로 건물을 짓는 것은 신에 가장 근접한 행위로 간주됐습니다.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 이성을 근간으로 민주주의의 평등사상을 고수한 석조공 조합은 계몽주의가 유럽에 출현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믿던 자유주의 사상에 따라 미국 독립을 주도했죠.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벤저민 프랭클린은 프리메이슨 인맥을 동원해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독립 후 당당하게 프리메이슨의 사상에 근거해 워싱턴DC를 건설했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프리메이슨을 미국 건설의 주축인 ‘애국적 집단’으로 간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프리메이슨은 곧 배척의 대상이 됩니다.
# 1820년대 즈음 프리메이슨은 미국의 작은 마을과 주 의회까지 장악했습니다. 비밀 입회식을 통해 지원자를 받고 모든 회원은 죽음 앞에서 비밀을 엄수하겠다고 선언하며 폐쇄적 성격을 유지했죠.
그러던 1826년 뉴욕에서 윌리엄 모건이란 회원이 서약을 깼습니다. 그는 조직의 의식을 낱낱이 파헤치는 책을 발간하겠다고 선언했죠. 얼마 후 모건은 2달러 60센트의 대출금을 갚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감옥에 수감됐고, 며칠 후 감옥에서 납치됐습니다. 모건이 “살인이야”라고 외치는 비명을 들은 목격자가 나왔죠.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의 짓임을 확신했습니다. 현지 지부 회원 4명이 납치혐의로 기소됐죠. 그런데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프리메이슨이 증거를 은폐했고, 프리메이슨 보안관이 배심원을 정했죠. 4명의 회원들에게 가벼운 형이 선고되자 민심이 동요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프리메이슨 회원들을 살인자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없어서는 안 될 바람직한 단체’가 하루아침에 미국의 죄악을 대표하는 단체로 전락한 겁니다.
# 이후 프리메이슨 활동은 크게 위축됐고, 점점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직의 성격 탓에 사람들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모론까지 만들어냈죠. 이에 대한 인정도, 부인도 프리메이슨에게는 모두 타격이 됐습니다. 존 그램 프리메이슨 런던 총본부장은 언론과의 최초 인터뷰에서 조직의 실책을 인정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일에 솔직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잘못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Novus Ordo Seclorum)’이란 라틴어 문구가 있습니다. 새벽 별이 떠오르기 전, 즉 ‘시대의 새로운 질서’라는 뜻이죠. 중세시대 메이슨으로 불린 건설인들은 무지와 광신, 폭정이란 3대 암흑을 걷어내며 새로운 사회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현대의 메이슨들도 공익에 기본을 두고 미래세대를 돕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 번 건설에 임한다면, 또 다른 새벽의 별이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언제나 원점이 전환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