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의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생애 및 작품 활동
영국인 광고 기획자 브렌던 놀란과 미국인 항공 승무원이었던 크리스티나 사이에서 삼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가정 환경 탓에 어렸을 때부터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으며 그 덕분에 친구들 중에서 《스타워즈》를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레이더스》 등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다 8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슈퍼8 카메라를 가지고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을 주로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성장한 놀란은,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의 IMAX 돔 상영관에서 다큐멘터리를 관람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아이맥스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10대로 성장한 후에는 아버지의 모교인 영국의 기숙학교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의 답답한 학교생활 탓인지 여러 가지 공상을 하며 지냈는데 이때 미래에 만들 영화 아이디어를 여럿 얻었다고 한다. 이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 영문학 전공으로 진학하지만 교내 영화 동아리 활동에 더 열중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내게 된다.
졸업 후 1998년, 카메라 기사로 일하면서 주말마다 게릴라식으로 촬영한 첫 장편영화 《미행》을 연출한다. 6,000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데뷔작치고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첫 발을 딛게 된다. 이때 얻은 호평들을 통해 이끌어낸 투자금과 영화제 수상 상금들을 모조리 털어 2001년,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인과관계를 뒤집어 놓은 교묘한 구조의 스릴러 《메멘토》를 연출하면서 영화 팬들에게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시키게 된다. 두 장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인정을 받은 후 메인 스트림으로 넘어간 놀란은 2002년 불면증에 시달리다 미쳐가는 형사를 다룬 동명의 노르웨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인섬니아》를 연출한다.
이렇게 범죄 및 스릴러물에서 커리어를 쌓은 놀란은 워너 브라더스의 눈에 들게 되었다. 당시 조엘 슈마허가 말아 먹은 후 묻혀있던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를 범죄 느와르 풍으로 새로이 만들고 싶어했던 워너가 범죄 영화 분야에 두드러진 재능을 보인 놀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그렇게 2005년 설정을 뿌리부터 갈아엎고 새로운 배트맨의 시작을 알린 《배트맨 비긴즈》를 연출하게 되었고, 배트맨 시리즈를 되살려냈다는 호평을 받는다. 곧이어 2006년, 블록버스터 영화를 촬영하며 느낀 부담감을 덜고자 약 4000만 달러의 비교적 낮은 예산이지만 휴 잭맨, 크리스천 베일, 스칼렛 요한슨, 데이비드 보위 등 화려한 배우진을 동원한《프레스티지》를 연출하고, 적절한 호평과 흥행에 성공한다.
한편 《배트맨 비긴즈》의 성공에 만족한 워너 브라더스는 놀란에게 속편의 권한을 높여 '제작'까지 맡아달라는 제안을 하고, 이후 2008년 놀란이 감독/제작을 모두 맡은 《다크 나이트》가 개봉한다. 이 작품은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극찬을 들었고, 흥행에도 대성공해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당시 역대 박스오피스 성적에서 4위를 기록했다. 슈퍼히어로 영화 업계에선 하나의 시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된 작품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놀란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2020년에는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었다.
《다크 나이트》의 대성공 이후, 워너 브라더스는 놀란 감독에게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하겠으며 제작에 전권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놀란은 1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 왔던, 꿈과 현실에 대한 영화 《인셉션》을 내놓았다. 그리고 역시 찬사를 들으며 성공. 이번에는 시간 순서를 뒤섞는 게 아니라 사람의 꿈과 꿈 속의 꿈을 이용, 시간의 틈을 벌리고 또 벌리는 플롯을 보여주었고, 그간 범죄와 인간의 타락에 관한 연출을 주로 맡아왔던 기존의 틀을 깨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게 되었다.
2012년에는 《다크 나이트》의 속편이자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마지막 이야기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연출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의 성공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은 마음에 3편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배트맨 시리즈를 연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4년,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연출했다.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까지 받아 만든 사실적 블랙홀의 묘사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을 하면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세 번째 외국영화가 되었다.
2017년, 제2차 세계 대전의 됭케르크 철수작전을 소재로 《덩케르크》를 만들었다. 다시 한 번 시간과 플롯의 마술사라는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했고, 흥행에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전쟁 영화 흥행 1위가 되었으며,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영화계가 움츠러들었던 시기에 개봉한 첫 블록버스터 영화 《테넷》으로 영화계를 부흥시키나 했지만, 첩보 장르치고도 어려운 플롯과 놀란 특유의 사운드 믹싱 등 단점이 많이 부각되었고, 3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놀란 영화들 중 최초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인버전'이라는 신선한 장치를 통해 시간여행을 시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이후 2차 수익을 통해 수익을 어느 정도 보전했다.
2023년,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소재로 커리어 첫 전기 영화인 《오펜하이머》를 연출했다. 세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무거운 스토리, R등급이라는 관람등급, 같은 날에 개봉하는 바비라는 라이벌 등 온갖 악재를 뛰어넘으며 9억 7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올렸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7개의 부문 수상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 동안 작품성과 대중성, 예술성을 높게 평가 받아왔음에도 간간히 아카데미 후보에만 오를뿐 수상에 실패했었는데, 이 작품으로 첫 감독상과 작품상을 안으며 커리어에 또 하나의 정점을 찍었다. 2026년 <오디세이> 연출.
2024년에 아내와 함께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25년 미국감독조합(DGA)회장으로 선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