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대강절 셋째주간 수요일
말씀제목
우연히 아름다운 약속 지켜
성경말씀 사무엘상 1장 24절
젖을 뗀 후에 그를 데리고 올라갈새 수소 세 마리와 밀가루 한 에바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가지고 실로 여호와의 집에 나아갔는데 아이가 어리더라
묵상본문
허균이 우리나라 제일의 시인으로 손꼽을 만하다고 말한 시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행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무오, 갑자, 기묘사화를 겪으면서 유배지의 노비에서부터 좌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을 거쳤지만, 일생동안 네 차례나 유배를 갔고 결국은 57세의 나이로 유배지에서 삶을 마쳤습니다. 그가 쓴 시 중에 “우연히 아름다운 약속 지켜 / 즐겁게 참된 경지를 깨닫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즐겁게 참된 경지를 깨닫게 한, 우연히 지킨 아름다운 약속은 무엇이었을까요?
한나는 슬픔이 많은 여인이었습니다. 남편 엘가나의 사랑을 받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남편은 '홍보석'이라는 뜻을 가진 브닌나를 둘째 부인으로 맞았는데, 브닌나에게서는 한나가 그토록 원하던 자식들이 태어납니다. 브닌나가 고개를 치켜들고 한나를 괴롭히고 업신여겼으니, 한나가 성전을 찾아가 눈물로 기도한 것은 당연합니다. 한나는 만군의 주님께서 자신의 비천함을 불쌍히 여겨 아들을 하나 허락하신다면, 그 아이의 한 평생을 주님께 바치겠노라고 서원하며 아룁니다.
한나가 기도하는 모습을 본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여 꾸중하지만, 한나는 겸손하게 자신의 심정을 밝힙니다. 그러자 엘리는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하나님께서 간구한 것을 이루어주실 것을 원하노라고 한나를 축복합니다. 한나는 그 길로 가서 음식을 먹고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도의 응답으로 태어난 아이가 ‘하나님께서 들으셨다’는 뜻인 '사무엘'입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궁금해집니다. '과연 한나가 약속을 기억하여 지켰을까?"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훌륭하게 키워 받은 설움을 갚아주고 싶었을 테지요. 하지만 한나는 약속을 지킵니다. 더 데리고 있으면 약속을 지키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을까요? 젖을 떼자마자 사무엘을 데리고 성전으로 올라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니 앞서 걸어가는 사무엘을 바라보는 한나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그런 한나에게 하나님은 큰 은혜를 주십니다. 사무엘을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로 사용하셨을 뿐 아니라, 한나에게는 세 아들과 두 딸을 더 허락하십니다.(삼상2:21)
어쩌면 대강절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기억해내고 지켜내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한나처럼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킬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놀랍고 소중한 선물로 응답하실 것입니다.
묵상기도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급할 때는 약속을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가볍게 여기곤 합니다.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이 주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참된 경지를 깨닫는 즐거움을 우리 삶에도 채우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