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하늘이 하얀냐 검냐☆]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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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하얀냐 검냐]
(2014년 5월 ~ 2015년 3월)
진헌성 시전집 제10권 / 사) 한림문학재단. 도서출판 한림(2015.08.10) / 값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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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헌성 시전집 제10권 [하늘이 하얀냐 검냐]에는 1,185편의 시가 890쪽에 수록되어 있다. -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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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하늘이 하얀냐 검냐
진헌성
동지섣달 마당 가운데 눈사람이
분명코 하얗디하얀 백인였는데
정이월이 되니
거무튀튀한 소인국의 흑인 돼
내가 그렇게나 엊그제를 살았을까나?
사람의 씨가
맹자는 선이다라 순자는 악이다라
하늘 두루 터진 맞바람이라지만
하늘의 씨내림까지 이리저리하나
하느님 본명도 하얗는 지 검은 지가
우주 특이점도 검정였다가 얼마 뒤에야 빛과 나눴다니
넌? 무지개도 못 봤간디 하필이면
하얀냐 검냐 그것만을 왜 묻냐?
그것이다.
1. 삶
진헌성
호흡 ⁃ 심장 ⁃ 혈액 이 모드는 연속적이지 않은
띄엄띄엄 끊어진 불연속선적인 운동을 행하고 있음도
모르고 연속성으로 착각
미세물질의 덩어리인 양자 역학의 끊기는 꿈과 같은
의식인 것을 모르고
고전 역학의 연속성이다라 삶을 살고 있다
전자도 궤도를 바꾸는 끊기는 시공간 임을
모르고 있듯이
사실은 양자 역학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수상족처럼 지구인처럼 정지된 착각의 시간을 살고
있음이다
되례
육체는 미시적인데 의식만 거시적인.
58. 반달
진헌성
하늘의 솟대던?
어디를 날다
북녘 향해 잠시 쉬냐?
저 무령왕릉의 두침에듯 나란히 짝해
앉자고?
어머니 머리말 저 아니면
난 반이 아려.
151. 존재
진헌성
이 우주는
궁극엔 무엇이 남는가 하는
마지막 물음의 회의다
183. 뿔의 죄
진헌성
앞세운 몽니
태산도 무너진다며 튀는
산등성 산밭머미
타는 한여름.
221. 눈
진헌성
내 눈을 가장 삿되게 만든 게
하체다
그렇지만 않음사 저 하늘
눈의 분포도는 하늘였으니
하니 눈부터 하늘 가.
1185. 항아리
진헌성
거짓말 진수 난장판에서도
입입 주둥패기 귀퉁이 돌아간
대한민국은 말할 수 없는
아가리 비틀린
항아리.
308. 문명의 오점
진헌성
다시
이스터 섬에
나무를 심는다.
386. 고목
진헌성
늙정이 나무가
등굽은 세월을 근념했다
저 하늘과 내가 잘못 지냄은
오로지
그늘을 밟지 않으련
잘못 지냄이었다라.
453. 복수초
진헌성
다 가고 없음에
남아 홀로 핀다
세상 있었으면 좋을 텐데
없어 아리는 맛이
차디찬 심심이 솔찮다
눈 속
홀로 그리움 뭣 있을까
없는 것
놓고 간
서운함 막 뜬 눈물꽃
467. 강물
진헌성
어젯밤 흘렀던 물로는
아침을 거쳐가지 못한다.
523. 낮달
진헌성
잠자리는 꽃나무에 앉되
물그늘에는 앉지 않아
꽃받침 아래서나
햇발에 덴 이파리께나 앉지
그마저도 조신히 눈망울 갸우뚱
미안을 살피다 홀연 내 눈씨를 떠
잠시 머물었음도 반가웠다 듯
구시월 햇살과도 해우했음에
가벼야이 날개 좌우로 흔들어 보이다가
붙타가 든 서역 만리 만리도 저 멀리
552. 청자
진헌성
다 비우는 게
하늘이다는
벌린 바보의 입.
600. 산중
진헌성
늦가을 산중 길서 만나는
똘감나뭇가지엔
똘감 하나
산골 개 짖는 낯 부끄럼
저믄 날 외진 골짝 산시
똑 하나 나 남은 듯.
627. 매미
진헌성
한낮
생떼 써 옴팍지게 울었으니
이젠 가볍게 가겠다.
시원한 하늬바람께.
676. 행복
진헌성
세상은 다양하고
나는 단순해야
순간마다 황홀해 살 수 있다.
751. 눈썹
진헌성
가인네야 말할 것 없고
은은한 소매 끝
나비깃 안 맴돌더냐만
눈매 까매히
산마루 양산 그늘 받쳐
멀찍이 기다리던 여인이듯
먼 산녘 추녀.
791. 슬픔
진헌성
눈물이 왜 짜다냐?
넌 그것도 몰랐냐?
배추도 간해야
눈물도 간해여 잦아들지 않겠냐?
세상의 씨앗이 슬픔이기.
842. 서설
진헌성
어젯밤 너무 조용했다싶어
눈꺼풀 채 커튼을 여니
이게 웬 세상?
온 무등산정 흰두루미 떼
여기 좀 와보거라이!
천상새 날아있는 저깃 봐라이!
어머니 계셨으면 저러하시게.
864. 달무리
진헌성
다산 부인이
시집 때 입었던 치마를 강진 적소에 부치니
그걸로 매조 그린 족자를 시집가는 딸에게 내내다
세한에 떠는 달이라 해서
어찌 목멘 눈물 짬매지 아니하랴서.
931. 슬픔
진헌성
눈웃음은 하늘 처마에 가려지니
야트막하고
울음은 짠 바다에 이르니 깊어져 간다.
982. 꽃
진헌성
사람이 꼭 꽃으로만 보일 때가
꼭꼭 그때마다 이성였기
아내여!
그것이 나였겠는가?
1046. 봄철
진헌성
겨울나무
당산하듯
잎 죄 내쫓아
석 달 열흘 그 죄 감수터니
양두구육도 하는 세상에
내 생살 까 통천터니
꽃등에 꽃잎 업으시고
외할머니같이
고샅 나드리 하시다.
1063. 내 본명
진헌성
낳자 내 이름이 철규던 게 정방으로 다시금
헌성으로
어머니 뱃속에선 그냥 아가였는디
생물 계통수 그 이전에는 하나님였는지도 뉘 알아?
하나님은 이름도 없는 떠돌이
뉘 지어 줬간디?
철새들 고향 찾아 난다지만
하늘에 이름 있간디
세상이 뭐리든 간에
내 본명을 바루자면
흙 한 줌.
1114. 버들강아지
진헌성
쪽 짰다가 놓았다가 다시 조일 때마다
방출되는 펌프샘이듯
봄 아침 손시럽다가 낮엔 누그러져 단추 풀림
방울눈 쏙 내밀었다가
엄마 병아리 몰고 나가 화전놀이듯
가을밤엔 차갑다 유리 창문을 닫고
열매눈 온돌방 이불솜 속 쏙 둘러 앉혀 여름날들의
세쌍둥이배 불렀던
그
들숨 날숨 웃긴 이야기들
이젠 꾹 참던 툭툭 차 밀치는
올챙이 눈 지난 철 흘러간 세월 보라미.
1185. 걸상 하나
진헌성
담배 한 짬은 아니자만
차 한 잔의 시간은 잇을 법하다
아리스토텔레스 거인의 말년도
뒷배 보는 이 없어지니
고향 에니보이아 섬 카르키스로 가서 병사했다라
만 냥 아내 내가 버리면 뉘 뒷배 볼꼬?
하늘은 너무 멀고 땅은 너무 까깝고
걹상이나 하나 놓고 가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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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문견산開門見山 폐풍월吠風月
시집『하늘이 하얀냐 검냐』
제10시집을 내면서
내가 팔십여 수를 ‘나∙너∙밥∙하느님’이란 낱말의 유모차에 실려 잘 살았다.
살면서 감동되던 몇몇 구절들 중 네 가지가 내 삶의 중심에 닿아서 몇 가지 적어본다.
지그문트 프로이드 정신과 의사는 19897년 친구 플리스에게 편지하기를 “내가 부지런히 만나고 있는 환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글에서다. 또 달리 자연과학의 귀띔으로는 애 인생관이 결정적으로 유물론적 세계에 접근하제 된 계기의 구절이 있다. ‘우주란 부증불감의 에너지 덩어리로 인위적으로나 신적 존재에 좌우되지 않음이 이 에너지라다라. 이는 더는 보탤 수도 덜 수도 없는 게 이 에너지라서 좌우간 우주란 불변함이 아닌 무한 변화 과정의 에너지로 이 세계에 신이 들어선다면 상대적 세계에 들어섬이기 절대신이 못되고 그 본상이 무너져 평명함에 이르러 무화됨이라’ 함이다. 여기에 곁들여 두어 가지를 보탬하면, 하나는 세상이란 잘못되어가서사 옮음이 됨이다라는 적비성시積非成是란 사자성어다. 내겐 음미할 만하다라 생각되었다. 개인사나 역사나가 그런 과정을 밟아가고 있겠거니 끄덕여졌고, 보태어 중국의 왕필이 말한 바 “뜻을 얻으면 상을 잊으랴.”는 경구는 개인의 공구뿐 아니라 권력∙사상∙문화의 형태와 더불어 국가 사회조직구성까지도 그리 따라가서야 개벽 세상에 근접하지 않으련 생각해 봤다.
내가 그간 ‘나∙너∙밥∙하느님’ 이런 낱말로 하여 자라기는 했으나 버리지 않으면 마치 밥이 독이 되는 변비로 사람을 망가뜨림과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계통수같이, 전반부 삶의 허물을 벗음이 순서련 싶었다. 그리고 이 문명사회고 그동안 유신의 융성으로 역사를 이끌었으니 이젠 좀 퇴위해서 다른 형태 사회가 들어서 시험해 볼 시제에 아니왔으련 하는 무식한 생딴전을 갈릴에오의 심사로듯 세상에 물어봤다. 끝없이 부족함만을 터득 낯 부끄러우나 이물의 속내를 들밀었음이 만도릿날 등딱지 따가워옴도. 또한 로마의 후기 스토아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인간을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 때문에 괴로워한다.”하는 말을 대입시켜 본다. 이 세상은 성현들 주장 때문에 괴로움을 받음이다라. 끝에 괄호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우주의 빅뱅의 증거로 우주빅뱅 초단파라면서 왜 음파의 물질 단위인 음자라는 말은 없음인지, 광파∙전자기파∙중력파가 있다면서.
빅뱅도 엔트로피라면 음파 = M(물질)이 성립되니 E(음) = mc²도 성립될 수 없을지 괄호를 닫고 싶다.
왜 이런 생각이냐면 재미 있는 신화의 소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간이 소리 에너지로 0에 가까운 저엔트로피원이라면 피리소리나 천둥 소리나 파고 소리나 주전자 물 끓는 소리로듯 우주 공간이 고엔트로피원으로 된다 치면 혹 암흑 에너지나 암흑물질계에 포함 되는 것이 아니든 마치 바다가 소리의 음원이듯 어찌 그런 생각이 들어 적어 본다.
별책『진헌성 시 연구 Ⅳ』에 참여하여 주신 여러 어른님께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옵고 지면상 그냥 인사 올리겠습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김은전 선생님,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인 이명재 선생님, 전북석정문학관광 소재호 선생님, 신흥대학교 전 교수이신 채수영 선생님, 광주의 시인 평론가이신 문인호 선생님 모든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광주 5∙18기념문화재단 전 이사장이며 조선대 교수이신 김준태 선생께는 바쁘심에도 기꺼이 수락하심에 참으로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매번 시집 간행 때마다 교정을 마다 않고 꼼꼼히 찾아내주시는 매제 양효인 선생께는 늘 고맙고 안 잊히는 정분입니다.
내 시집 출판에 자신의 시집 냄과 같이 직원과 함께 거듭 고맙게 대해주시는 한림출판사 박형철 사장께 감사함을 표함과 출판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2015년 3월 15일
지은이 진 헌 성 적음
*추이 : 악필에 성함 오지도 잦아 책 앞줄에 존함을 적지 않겠습니다.
이해바랍니다. 그리고 증정이옵니다. 종종 반납하겠다는 전화도 있기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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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우주란 부증불감의 에너지 덩어리로 인위적으로나 신적 존재에 좌우되지 않음이 이 에너지라다라. 이는 더는 보탤 수도 덜 수도 없는 게 이 에너지라서 좌우간 우주란 불변함이 아닌 무한 변화 과정의 에너지로 이 세계에 신이 들어선다면 상대적 세계에 들어섬이기 절대신이 못되고 그 본상이 무너져 평명함에 이르러 무화됨이라’ 함이다. 여기에 곁들여 두어 가지를 보탬하면, 하나는 세상이란 잘못되어가서사 옮음이 됨이다라는 적비성시積非成是란 사자성어다. 내겐 음미할 만하다라 생각되었다. 개인사나 역사나가 그런 과정을 밟아가고 있겠거니 끄덕여졌고, 보태어 중국의 왕필이 말한 바 “뜻을 얻으면 상을 잊으랴.”는 경구는 개인의 공구뿐 아니라 권력∙사상∙문화의 형태와 더불어 국가 사회조직구성까지도 그리 따라가서야 개벽 세상에 근접하지 않으련 생각해 봤다.
내가 그간 ‘나∙너∙밥∙하느님’ 이런 낱말로 하여 자라기는 했으나 버리지 않으면 마치 밥이 독이 되는 변비로 사람을 망가뜨림과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계통수같이, 전반부 삶의 허물을 벗음이 순서련 싶었다. 그리고 이 문명사회고 그동안 유신의 융성으로 역사를 이끌었으니 이젠 좀 퇴위해서 다른 형태 사회가 들어서 시험해 볼 시제에 아니왔으련 하는 무식한 생딴전을 갈릴에오의 심사로듯 세상에 물어봤다. 끝없이 부족함만을 터득 낯 부끄러우나 이물의 속내를 들밀었음이 만도릿날 등딱지 따가워옴도.
―개문견산開門見山 폐풍월吠風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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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헌성陳憲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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