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떠났던 하루하루가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며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지 숨가쁘게 용인과 영흥도를 오가며 평일을 보내고 다시 제주행 배에 올랐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랴마는 그래도 틈틈히 정리에의 투혼을 불살랐습니다. 정리라는 것이 끝도 없는지라 이렇게 한다고 표시가 날리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비움이니 세월과 함께 마무리가 되겠지요.
금요일 3시가 가까와지자 이 시간을 대기했던 준이와 완이, 연달아 관련전화가 옵니다. 어서 데려가기를 바라는 것은 완이도 못지않으나 준이만큼은 아닙니다. 그러려니 이해하면서도 이제 스무살도 안된 준이이기에 그 미래대책에 대해서도 생각을 아니해 볼 수가 없습니다.
간만에 다시본 완이는 특유의 반가운 미소를 날려주는데 예상한대로 원래 상태로 상당부분 유턴! 귀막기가 너무 상습화되었고 새로운 장소에서 쭈뼛쭈뼛 정도를 넘어 한없이 망설이고... 좋아지기는 너무 어렵고 좋게 만들어놓아도 다시 원점회귀는 순식간입니다.
그렇게 잘하던 배타기도 쭈뼛거리고 차에서 안 내리려고 하고. 완이랑 살가와지기는 틀렸습니다. 살갑게 대한다고 절대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처음 다시 만나서는 기꺼이 뽀뽀세례도 하고 손도 잡고 했지만 이제는 안 통한다는 것을 다시 인식시켜야 합니다. 제주도 집에 도착해서도 차에서 버티기 한참...
한달이 될지 두달이 될지 완이와의 진한 전쟁을 예고하는 초기행동들이 여기저기 마구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집에 겨우 들어와서도 잠시 안보는 사이 제습기 환풍구를 강제로 접었다 폈다, 제습기를 의자삼아 앉으려하는 전형적인 감각자극 행동들이 감시의 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환풍구에 집착하는 행동은 전형적인 시각추구 행동입니다.
완이를 잡기위해 엄마가 감수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다 안다는 듯, 태균이 신경이 엄청 날카로와져 있고 배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잔 준이는 들어오자마자 자기방 침대에서 그대로 뻗었습니다. 지난 일주일이 고단했을 것이고 어제의 밤샘하다시피한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을 것이기에 그냥 놔두었습니다. 집에 가서 내내 머리통 부여잡고 있었다니 두통에 꽤 시달린 듯 합니다. 어차피 밤에 멜라토닌 챙겨주지 않을 것 같아 안 보냈기에 더 했을겁니다.
완이는 아직도 양치가 안되는지 이는 누런 색이 착색되다시피 했고 입병앓은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한 두달 바짝 하겠지만 다시 생활훈련과 규칙배우기 돌입해야하고, 망설임 떨궈내기를 위해서 너른 바다에서 수시로 살아야 합니다. 원래 시각처리 기능이 나쁜 아이가 아닌데 시각과 청각의 정보처리 속도가 이렇게 다시 벌어진 것은 눈 쓸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완이처럼 기본 감각처리 중에서 특히 전정감각 처리가 무척 떨어지는 아이들은 많이 고쳐놓아도 다시 원래로 회귀할 가능성이 엄청 큽니다. '이제 되었다!'싶은 단계는 역시 자기몸의 인식이 되었을 때입니다. 이 단계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결정적 판단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만 아이는 진정 제 기능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같이 살아야하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침밥부터 만들어서 줍니다. 첫번째 식사의 성공이야말로 향후 '함께살아감'에의 좋고나쁜 방향을 말해줍니다. 잘 먹던 것으로 차려주었건만 그토록 좋아하던 오징어채 볶음은 끝내 외면했지만 이 정도면 잘먹기 성공입니다. 오늘부터 달려봐야죠!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완이를 위해서는 다행이지만, 태균씨 입장에서는 짜증이네요.
태균씨의 평화로움이 잘 지켜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