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06/2
동봉
바라밀에는 6가지가 있습니다
1. 보시바라밀
2. 지계바라밀
3. 인욕바라밀
4. 정진바라밀
5. 선정바라밀
6. 반야바라밀
이들은 순서가 있기도 하고
또는 순서가 없기도 합니다
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가끔 탄소炭素Carbon을 떠올립니다
탄소는 주기율표 제14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의 하나입니다
유기화합물의 주요 구성원소지요
숯 석탄 금강석Diamond 등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평상시 온도에서는
공기나 물의 작용을 받지 않지만
높은 온도에서는
산소와 쉽게 화합합니다
일반적으로 산화물의 환원이나
정련 따위에 쓰이지요
원자 기호는 C, (=Carbon)
원자 번호는 6,
원자량은 12.011입니다
탄소는 2가지로 나뉘는데
탄소에 결합한 산소 원자가
하나냐 또는 둘이냐에 따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산소와 다른 원소와의 화합물을
보통 산화물酸化物이라 하는데
산화물 1개와 결합하면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고
산화물 2개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입니다
탄소의 영어는 카본Carbon이지요
거기에 모노mono는 하나의 뜻이고
다이di는 둘, 두 번, 겹의 뜻입니다
옥싸이드Oxide는 산화물이니
어때, 좀 아시겠는지요?
그래도 화학용어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학창시절에 죽어라 외웠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잊어버릴 수 밖에요
화학식은 일산화 탄소가 CO이고
이산화탄소는 CO*2*입니다
탄소의 원자 번호가 6번이라면
탄소의 원자 내부 중심에 있는
핵의 양성자 알갱이도 6개일 테고
그렇다면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도
당연히 6개가 아니겠습니까?
원자 안에서 이들 6개의 전자가
핵 주위를 끊임없이 도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습니다
또한 원자 껍질 밖으로
튕겨나가는 일도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당연히 원자 내부 중심에 있는
원자핵의 양성자와도
충돌하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이들은 서열이 없고 순서가 없지요
육바라밀六度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육바라밀 하나하나가
어느 것이 꼭 먼저라거나
또는 나중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가령 거실에 앉아있을 때
어느 방위가 먼저랄 게 없고
어느 쪽이 소중하다 할 게 없습니다
현관은 드나드는 문이 있고
현관 반대 쪽에는 서재가 있지요
왼쪽에는 침실이 있고
오른 쪽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천정이 없으면 어찌 되며
바닥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처럼 육바라밀은
곧 입방체 벽면이고 천정이고
앉고 눕고 생활하는 바닥입니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지요
보시가 아무리 소중하더라도
예의가 없고 무시된다면
보시받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 됩니다
제3세계에서는 늘 자주 있는
다반사 같은 일입니다만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수도
다레살람에 머물고 있을 때입니다
마침 탄자니아에 온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젊은 친구와
기감보니Kigamboni에 사 둔
보리가람 학교 부지를 보여주려고
모처럼 택시를 탔습니다
나는 워낙에 가진 것이 없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택시를 잘 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택시를 잡았습니다
기감보니는 페리 건너편이고
실제로 보리가람 학교 부지는
시내에서 거의 30km 떨어진
테메케Temeke구區
므와쏭가Mwasonga리里입니다
달라달라Daladala를 이용하면
그저 하루 한 번 정도
다녀올 수 밖에 없는 거리입니다
달라달라는 11인승 타운버스인데
탄자니아에 처음 들여왔을 때
시내에서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1달라였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내 머물 때도 시내 요금은
T/sh로 200~300실링기였습니다
나와 젊은 한국인 친구
그리고 현지인 택시기사 등 셋은
학교부지를 돌아보고 돌아오던 중
자그마한 식당에 들어갔지요
나는 기사에게 자리를 권했지만
그러나 기사는 사양했습니다
그것이 곧 그들의 문화였습니다
한국인 젊은이와 나는
감자튀김과 콜라를 시켰고
기사에게는 식사비로
T/sh2,000실링을 주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2,000실링기면 US2달러로서
2008년 당시로서도
막노동자의 일급이었으니까요
언제 어디서나 그렇듯
현지인들은 그들의 주식인
우갈리Ugali를 먹습니다
우갈리는 150~200실링기로
한화150~200원 안팎이니까요
점심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포도를 주문했습니다
탐스러운 포도 2송이가
하얀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이빨은 빠졌지만 깨끗한 접시였습니다
나는 포도를 먹다 말고
화장실이 급해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고성이 오갔지요
나는 큰 볼일을 보다말고
식당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먹다 남은 포도 몇 알을
이 친구가 기사에게 건넨 것입니다
새로 주문한 포도도 아니고
먹던 것을 기사에게 던져주었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요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바로 한국인 젊은 친구였습니다
"아니 그래,
버리기 아까워 준 건데
깜둥이 주제에~
아주 배때지가 불렀어"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습니다
아무리 세상을 몰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 나라에 와서
이토록 선량한 이 나라 시민들을
이렇게 짓밟고 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나보다 나이가 20여 년은 젊은
한국에서 온 내 소중한 벗을
나는 다짜고짜 따귀를 갈겼습니다
"이노옴!
사과하지 못해^
무릎 꿇고 당자앙!"
내 목소리가 워낙 컸던지
젊은이는 기사 앞에 무릎을 꿇었고
나의 행동에 놀란 기사는 다가가
젊은이를 잡고 일으켜 끌어안았지요
내가 스와힐리어로 정중히
정말이지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사건은 그냥 마무리가 되었지만
실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어째서 받을수受자는
왼손爪과 오른손又 둘이면 되는데
줄수授자는 어찌하여
손扌이 하나 더 필요할까요
이 손扌은 겸손의 손이고
예절의 손이고 사랑의 손입니다
게다가 주고받는 물건은
예쁘게 포장冖해서 주는 것입니다
보시바라밀이 소중하다면
지계바라밀도 소중한 것입니다
에티켓이 지계바라밀이고
겸손과 사랑이 지계바라밀입니다
잘못한 줄 알았다고 한다면
곧바로 자기를 굽힐 줄 아는 것이
다름 아닌 선정바라밀이고
인욕바라밀입니다
인욕이란 스스로 참음이지만
겸손 그 자체가 인욕바라밀입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젊은이를 좋아합니다
2015/7/25
곤지암 우리절 선칭에서
첫댓글 기포스님 ~!!
선정바라밀
인욕바라밀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