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켈스뷜 거리와 건물
▶ 2012년 7월 24일(화), 맑음
- 독일, 뇌르틀링겐(Nordlingen), 딩켈스뷜((Dinkelsbuhl), 로텐부르크(Rothenburg
정들만하면 이별이다. 나흘 묵은 뮌헨 유스호스텔도 그렇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쓰기가 매
우 조심스럽지만 언제 또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수국을 볼 때마다 이곳 뜰의 배구공
만큼이나 큰 이 수국이 추억의 끈으로 생각을 이끌어 나가겠지.
독일 중부지방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로텐부르크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보면 독일은 복 받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광활한 평야는 차치
하고 고속도로만 해도 그렇다. 평원 적당한 곳 골라 불도저로 밀고, 아니 불도저는 느리니 글
라이더가 더 좋겠다. 글라이더로 쭉쭉 밀고 콘크리트 치거나 아스팔트 깔면 바로 고속도로다.
다리 놓고 굴을 뚫을 필요가 전혀 없다.
로만틱(Romantische) 가도를 달린다. 중세 때 독일과 이태리를 잇는 교역로였다고 한다. 길가
의 독일어로 쓴 팻말에 일본어를 병기하였다. 샘이 나서가 아니다. 저래서 원어로 길 이름을
제대로 알까 싶다. 여행자들이 로마틱 가도를 즐겨 찾는 이유는 이 가도가 아름다운 길이어서
가 아니라 가도 따라 곳곳에 중세 때의 마을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로텐부르크 가는 길에 두 개 마을을 들린다. 뇌르틀링겐과 딩켈스뷜이다. 두 마을은 서로 인
접해 있을뿐더러 역시 옛 마을인 로텐부르크와도 가깝다. 이 세 마을은 성이나 집, 도로 등이
너무 비슷하여 하루 지나자 혼동되어 구별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뇌르틀링겐을 먼
저 들렸는지 아니 딩켈스뷜을 먼저 들렸는지 헷갈린다.
지도 들여다본다. 뇌르틀링겐을 먼저 들렸다. 마을이 한산하다. 중세 고딕양식의 건물이 밀집
한 마을 한복판에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가 있다. 이 교회 안에 있는 다니엘(Daniel) 첨탑
이 명소다. 높이 90m. 올라가 본다. 달팽이관 모양 원통의 좁은 돌계단과 목제계단을 오른다.
땀나고 숨차다. 계단 수를 세어보았다. 342개.
첨탑 꼭대기에는 탑을 도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통로가 비좁아 ‘오른쪽으로 도시라’는
문구와 손가락 표시가 있는데 예의 일본어도 병기하였다. 마을이 아담하다. 마을 벗어나면 사
방 끝없는 평원이 펼쳐진다. 다니엘 탑 내려와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열주와 석조 조형물 등
성당 분위기를 풍기는데 상석에는 성당에서 익히 보았던 마리아 상이 없고 예수를 모신 것으
로 미루어 교회가 맞다. 종교개혁 때 성당을 접수해서가 아닐까 짐작한다.
1. 수국, 우리가 나흘 묵은 독일 유스호스텔 뜰에 피었다
2. 딩켈스뷜 가는 길에서 본 Harburg 성
3. 로마틱 가도 달리면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
4. 로마틱 가도 달리면서 바라본 차창 밖 풍경
5. 뇌르틀링겐
6. 뇌르틀링겐.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안에 있는 다니엘(Daniel) 탑에서 조망
7. 뇌르틀링겐.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안에 있는 다니엘(Daniel) 탑에서 조망
8. 뇌르틀링겐의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기둥의 부조
다음은 딩켈스뷜이다. 우리나라 책 『유럽 100배 즐기기』(랜덤하우스)에 소개된 전문(全文)
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아 옛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마르크트 광장에 있는 성
게오르그 교회와 시청사 광장 등이 명소다. 7월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가 열리는데, 30년
전쟁 때 스웨덴 군이 도시를 파괴하려 하자 어린이들이 장군에게 애원해 도시를 구한 데서 유
래했다고 한다. 축제 때 어린이들은 붉은 색이나 황색 옷을 입고 가장행렬을 한다.”
오늘이 7월 24일.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가 이미 끝났는지 아무런 기미를 느낄 수 없다. 원형
의 성곽 바깥은 해자다. 북문으로 들어 여기 역시 마을 한복판에 있는 성 게오르그 교회를 들
여다보고 남문으로 가서 성곽 주위 돌아 동문으로 간다. 성루는 18개. 다 암문이 있다. 박석
깔린 길. 고색창연한 고딕 건물. 중세를 간다.
그런데 ‘성 게오르그’가 누구일까? 대체 게오르그가 누구이기에 그의 이름을 붙인 교회나 성
당이 많을 걸까? ‘창조의 회랑’이라는 네이버 카페의 글이 맞는 걸까? 의문이다.
‘창조의 회랑’이 든 ‘타타니아 공국에 전해지는 성 게오르그에 대한 전설’을 일부 인용한다. 요
컨대 성 게오르그는 전설에 나오는 수호성인이다.
빠르기는 번개 같고
빛나기는 태양 같고
정의롭기는 왕 같으니
휘두르는 창에 번개가 한줄기 단숨에 튀어나와
괴물의 머리를 단번에 쪼개니
괴물이 그대로 넘어가서 움직이지 않더라.
위대한 게오르그는 쓰러진 괴물에서 단숨에 공주를 구해서는
그대로 문돌강을 타고 이카르로 돌아와 왕에게 공주를 돌려주니
왕은 기꺼워하며 그에게 감사하더라.
로텐부르크 도착. 숙소는 성 바깥에 있는 독일 원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이 민박집에서
나흘을 묵을 예정이다. 민박집 주인인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9. 뇌르틀링겐의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10. 뇌르틀링겐의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11. 딩켈스뷜
12. 딩켈스뷜 성 바깥
13. 딩켈스뷜의 성 게오르그(St. Georg) 교회
14. 딩켈스뷜 성 북문, 왼쪽 길은 성을 둘러 싼 해자
15. 성곽 안쪽
16. 딩켈스뷜
첫댓글 수국이 아주 복스럽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어쩌면 집들이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여유로운 사람들이라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