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榮 寬 <경기 안산교육청 장학사>
나역시 아무것도 베풀줄 모르는 거지는 아니었는지…
2001년 7월 20일(금) 오전 8시 40분.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주관으로 안양 과학대학에서 2001 교감 자격 연수를 받고 있는 연수생 250명은 6대의 버스에 분승, 봉사활동 방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영동 고속도로와 중부 고속도로를 거쳐 11시.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산기슭에 자리한 꽃동네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첫번째 눈에 띈 것은 '축복의 꽃동네에 광산개발 웬말이냐'는 현수막이었다. 개발과 보존의 대립이 여기에서조차 상존하고 있음을 직감케 했다.
사랑의 연수원 현관 오른쪽에는 '사랑의 결핍에서 초래되는 많은 인간의 재앙과 불행을 방지하고 참된 행복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씌여져 있어 이 연수원의 설립 취지를 알 수 있었다.
최귀동 할아버지! 자신의 몸도 건강치 못하고 정신병자인 그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동료 거지를 위하여 40년 동안 남는 밥만 얻어다가 자기보다 못한 걸인들을 보살피며 살았다.
그는 1976년 9월 오신부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오신부에게 의지할 곳 없고 얻어 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불쌍한 이들을 위한 꽃동네를 시작하게 하였으니 기적의 동인(動因)을 제공한 성인(聖人) 거지라 하여야 할 것이다.
제2영상실에서는 임애숙 수녀님의 안내로 `꽃동네, 사랑의 방주가 되어' 비디오를 시청하였다.
25년 역사의 꽃동네. 초창기 18명에서 현재 4,000 여명의 가족. 거쳐간 봉사자 수백만명. 행복이란 만족한 삶입니다. 사랑이 사랑을 낳습니다.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 3가지(한 사람이라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처럼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는 세상)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어서 연수원장인 황종연 신부님의 말씀이 있었다. 인상에 남는 말 중 한가지는 부랑인(거지)의 특성이었다.
거지란 달라고 할 줄만 알지, 줄 줄 모르는 사람이다. 거지란 베풀 줄 모르는 사람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 대목에서 나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혹시 내가 거지는 아닌지?' 이웃에게 베풀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이익을 탐하려고만 했지 누군가에게 주려는 생각은 했었는지…. 또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 사랑 실천의 어려움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가족에게 충실하고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 여보! 나는 당신이 잘해주든 못해주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아내에게 하는 말을 다시 되뇌여 본다.
점심 식사 후 전시관을 자세히 둘러 보았다. 전시관은 행복한 개인, 행복한 가정, 행복한 국가, 행복한 인류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약하면 `참된 행복은 사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란 자녀중심의 가정이다. 행복한 국가는 올바른 주권의 행사로 이 루어진다. 행복한 인류는 공존공영의 인류애로써 이루어진다' 이다.
이어 현장 방문 견학에 들어갔다. 중증장애인 시설 `희망의 집'과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꽃동네 학교'를 돌아보며 절망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전신 불수의 40대 맹인 여인. 그리고 1억원에서 2억 5천만원까지 학교 건립을 위해 자신의 돈을 희사한 사람들을 보고 `나는 과연 남을 위해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내놓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꽃이 없는 꽃동네! 과연 꽃은 무엇을 의미할까? 황신부는 죽어가는 사람을 모셨더니 사랑이 꽃피더라고 답한다. 그렇다. 꽃은 바로 사랑의 꽃인 것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동네, 꽃동네.
교육 순수 총경력 25년째인 나. 시행 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의 교육철학은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자'이다. 학생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교육할 때만이 그들도 내게 다가온다. 건성으로 하는 사랑, 그들은 벌써 그것이 위선임을 금방 알아차린다.
이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나만을 위해, 나의 가족만을 위한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과연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와 우리 가족이 아무리 행복한들 주위 사람이 불행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삶, 그것을 베푸는 사랑으로 실천해 보자.
주위에 있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사랑의 손길을 먼저 내밀자.
음성 꽃동네 방문은 나에게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고, 그 곳에서 받은 사랑의 감동은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나의 일상생활을 지배할 것 같다.